"오늘은 민주주의가 다시 태어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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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희열, 땀과 눈물이 뒤범벅되어 부른 '임을 위한 행진곡'

▲ 거리의 사람들 6월 10일 촛불문화제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면서 시청 앞 편도 3차선 도로를 시민들이 가득 메웠다. ⓒ 장태욱
6월 10일 밤 제주시내는 시민들이 모여 분노와 희열, 땀과 눈물이 뒤범벅이 된 채 ‘고시철회 협상무효’ ‘이명박 퇴진’을 외쳤다.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로 많은 시민들이 모였다. 그리고 90년대 이후 듣기 어렵던 ‘님을 위한 행진곡’도 남녀노소 모든 시민이 함께 불렀다. 마치 역사의 시계가 20년 거꾸로 흘러 87년 6월 항쟁의 거리가 재현되는 듯 했다.
 
기상청은 6월 10일에 제주지역에 비가 많이 내리고 곳에 따라서는 폭우 피해도 예상된다고 했다. 6월 항쟁 21주기를 기념하는 촛불문화제를 준비했던 주최 측은 일기예보에 아랑곳 하지 않고 하루 종일 촛불을 준비하며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 비상시국회의 6월10일 오후 네시경 제주시 관덕정에서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제주시민 비상시국회의를 열었다. ⓒ 장태욱
이날 촛불문화제가 대성황을 이룰 것이라고 예고는 오후 네 시경에 나왔다. 그 시각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들과, 참여환경연대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을 포함하여 제주지역 35개 단체가 관덕정 광장에 모여 이명박정권심판제주도민비상시국회의를 열었다. 이 시국회의에 참가한 시민들은 그 자리에서 <이명박정권 심판 제주도민 시국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은 ‘4.3위원회 폐지, 의료산업민영화, 공항공사 민영화’ 등 이명박 정부가 제주도에서 실험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대해 거부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는 하루 종일 고 이병렬 열사 분향소가 설치되었다. 분향소 가까운 곳에서 공공서비스노조 제주지구협의회(준) 주최로 의료민영화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 문화제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 시민들이 가득 모였다. ⓒ 장태욱
저녁 6시가 지나자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는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과 행사에 참여하기 위한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저녁 7시 20분경 풍물패 ‘신나락’이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 도착해서 시민행렬을 이끌고 제주시청 일대를 돌았다. 풍물패를 앞세운 시민 행렬은 제주시민들에게 촛불문화제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 학생들 학생들도 많이 참여했다. ⓒ 장태욱
저녁 7시 40분경부터 행사장에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8시가 되자 시청 어울림마당 일대는 사람들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모여들었다. 모여들 시민들은 어울림마당이 비좁아 인도에 자리를 깔고도 자리가 부족하여 인근 편도 3차선 도로를 채웠다.

촛불문화제를 준비한 이명박탄핵투쟁연대는 이날 행사를 위해 양초 1500자루를 준비했는데 삽시간에 동이 나고 말았다. 일부 시민들은 자신이 들고 온 초를 들었고, 양초 대신에 피켓이나 바람개비를 들고 있는 시민들도 많았다.

▲ 운수산업노조 전국운수산업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차도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역할을 자임했다. ⓒ 장태욱
경찰과 더불어 전국운수산업노조 조합원들이 촛불문화제의 질서 유지를 위해 나섰다.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시민 가운데는 운수산업노조 이외에도 전국농업협동조합노조, 공항공단노조, 공공서비스노조의료연대 등에 소속된 노동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이명박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민영화 정책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했다.

촛불문화제는 통기타 동아리 ‘마농’이 민중가요 ‘바위처럼’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시민들이 노래에 맞춰 촛불을 흔들어 제주시청 일대는 촛불의 바다를 이루었다. 그리고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시민들은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불렀다. 분노와 감격이, 땀과 눈물이 뒤범벅되면서 제주시청 일대에 87년 6월항쟁이 재현되었다.

▲ 장동길 대표 이명박탄핵투쟁연대 제주지역 대표를 맡고 있다. 참여한 많은 시민들을 보고 감격했다. "제발 이 시민들의 요구가 청와대에 제대로 전달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 장태욱
이날 시민 자유발언에 제주대학교 강동호 총학생회장이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강동호 회장은 시민들에게 “이제야 나와서 정말 죄송하다”고 사죄한 뒤, “서울에서 대학생 대표단에 속해서 한승수 총리와 대화를 나눴고 광화문 집회에 참여해보니 국민들과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 강 회장은 즉석에서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장 명의로 “이명박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무시하지 말고 재협상에 나서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낭독했다.

▲ 강동호 회장 제주대학교 강동호 총학생회장이 자유발언에서 "너무 늦게 참여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 장태욱
또 공항공사 직원이 발언을 이었다. 그 직원은 “이명박정부가 공항 민영화를 기도하고 있다”고 한 뒤, “도민들과 공항공사 조합원들이 투쟁해서 이명박 정부의 공항 사유화 정책을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순영 공무원노조 제주본부장도 마이크를 잡았다. 홍 본부장은 “이명박 정부는 공무원이 영혼이 없다고 하지만, 정작 영혼이 없는 사람은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하려는 이명박 대통령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지난 달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단식을 펼쳤던 전교조 전 제주지부장 이용중 선생이 즉석에서 시를 지어 발표하기도 했다. 이용중 전 지부장은 지금 조선일보를 상대로 법원에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소송이 진행중이다.

▲ 행진 시민 1000여 명이 행진에 참여했다. ⓒ 장태욱
밤 9시 20분경 1차 촛불문화제가 끝나자 시민들은 행진을 시작했다. 행렬은 제주시청을 출발하여 광양로터리를 지나 동쪽으로 진행했다. 제주동부경찰서 앞을 지나 인제사거리를 경유하여 연삼로 제주은행 사거리에 이르렀다. 그리고 다시 법원사거리를 지나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 되돌아왔다. 어린이 장애인들을 포함한 1000여명의 시민들은 약 6km에 이르는 거리를 행진하면서 “협상무효 고시철회”, “이명박은 물러가라”등을 외쳤다.

▲ 행진 장애인과 어린이를 포함한 시민들이 약 6Km거리를 행진했다. ⓒ 장태욱
밤 10시 30분이 지나자 시민들은 시청 어울림마당에 모여 고 이병렬 열사에 대한 추모제를 포함한 2차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2차 문화제에는 이명박탄핵투쟁연대 소속 남자회원들이 흥겨운 춤을 선보여 시민들을 즐겁게 했다.

▲ 율동 이명박탄핵투쟁연대 소속 남성 회원들이 참여 시민들을 위해 율동을 선보였다. ⓒ 장태욱
자유발언에 대학생이 참여하여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자신을 여대생이라고만 소개한 시민은 “나는 오늘 생일을 위해 촛불을 준비했는데, 그 생일의 주인공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그리고 “오늘은 바로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다시 태어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부연하여 시민들을 감동시켰다.
 
▲ 여대생 한 여대생이 발언하는 모습이다. 그 학생은 "다시 태어난 이나라 민주주의를 축하하기 위해 촛불을 들었다"고 했다. ⓒ 장태욱
또 한 초등학생도 발언에 참여했다. 그 어린이는 “텔레비전에서 경찰 아저씨들이 시민들을 때리는 것을 보았는데 참 나쁘다고 생각해요. 이명박 대통령께서 경찰에 명령해서 때리지 못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역시 시민들의 갈채가 이어졌다.
 
촛불문화제가 끝나갈 무렵 시민들은 줄을 지어 고 이병렬 열사에게 분향했다. 아버지와 딸이 함께 분향에 참여하기도 했고,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함께 분향하기도 했다.

▲ 분향 고 이병렬 열상에 대한 분향 행렬이 이어졌다. ⓒ 장태욱
촛불문화제가 끝날 때까지 우려했던 비는 내리지 않았다. 분향을 끝낸 시민들은 어울림마당을 정리하고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웠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져 굳은 촛농을 칼로 긁어낸 후 쓸어내기도 했다.

한편 제주지역의 대표적인 인터넷 언론사인 ‘제주의소리(www.jejusori.com)'는 이날 약 4시간에 걸친 행사를 전 직원이 총동원되어 실시간으로 인터넷 생중계했다. 이날 제주의소리 생중계가 진행되는 동안 행사장에 참여하지 못해 동영상으로 촛불문화제를 지켜본 많은 시민들은 1000여 개의 댓글을 남기며 높은 관심을 나타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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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1
2008-06-12 06:05:29
역사의 현장을 꼼꼼하게 살피시고 기록하셨군요.
사진과 글로 기록한'시민 저널리즘'그 역시 촛불이 아니던가요.
그 가이없는 열정에 따뜻한 격려를 보냅니다.대단하세요.
12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