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교 교수, 정신지체인자립생활지원 세미나서 지원센터 역할도 강조

▲ 12일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정신지체인자립생활지원 세미나가 열렸다.ⓒ제주의소리
정신지체장애인의 자립생활지원 및 사회인식확대를 위한 자립생활지원 세미나가 개최됐다.

㈔제주도정신지체인애호협회 부설 제주도정신지체인자립지원센터(센터장 김호성)는 12일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 2층 다목적실에서 '자립생활지원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호성 제주도정신지체인자립지원센터장은 개회사를 통해 "그동안 정신지체인들은 지역사회에서 소외되고 사회참여에서 열외로 인정돼 왔다"며 "이번 세미나를 통해 정신지체인 자립생활에 대한 인식확대와 당사자의 실천방법 및 주변인의 지지방향 등에 대해 폭넓게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 또한 누구나 함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양한 참여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함으로써 정신지체장애인들이 자기결정을 통해 주체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정일교 교수(가톨릭상지대학).ⓒ제주의소리
이날 세미나에서는 정일교 교수(가톨릭상지대학)가 '정신지체인 자립생활의 개념과 실제'란 주제를 갖고 강연했다.

정 교수는 "보편적으로 '자립'이란 경제적 자립, 자기의지의 자유, 신변 자립 등을 생각하는데 장애인의 자립은 이것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고 장애인의 자립에 대해 운을 뗐다.

정일교 교수가 일본에 있을 때이다.
어린 시절부터 근이완증으로 몸을 가누지 못해 병원에서만 생활해 오던 한 청년이 있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부터 병원을 나가서 자립생활을 하겠다고 준비를 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그가 부득불 퇴원을 고집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 그 청년은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나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살고 싶다. 더 이상 나의 치부를 드러내놓고 싶지 않다"
그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고 무방비 상태로 타인에게 자신의 알몸 등이 노출되는 것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청년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런 청년으로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그런 배려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청년은 더 이상 수치심을 느끼며 병원에서 생활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 청년은 꿈을 이루지 못했다. 자립생활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독감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정 교수는 "우리는 흔히 장애인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생각도 할 수 없는 존재로 여기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장애인을 바라보는 잘못된 장애인관이 충분한 잠재능력이 있음에도 그들을 무능력하게 만들고 장애인에 대해서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도 존중 안 하는 사회가 됐다"고 잘못된 장애인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부모는 장애를 가진 자녀가 성장해도 항상 자녀를 '아동'으로 인식한다"며 "장애인도 성장하면 부모로부터 독립해 자립생활을 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장애인자립지원센터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장애인의 자립은 비장애인의 자립과 달리 '의존에 의한 자립'으로 이를 통해 자기 결정권이나 자기 결정권을 갖고 생활할 수 있고 그를 통해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고 장애인의 자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위해서는 재정적 요소가 가장 필요하다고 했다.

활동보조인의 경우에도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유급도우미와의 계약관계를 유지해 당당히 자신의 요구하고 시간활용도 주체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장애인의 자립에 있어서 돈이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들에게 있어 돈은 단순한 경제적 여유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이 자신의 삶에서 주체적으로 자기 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이기 때문이다.

정일교 교수는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경험을 통해 다양한 것들을 알아 가는데 장애인에게는 그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며 "위험에 노출되지만 그것을 통해 경험 할 수 있는 기회들을 박탈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외출을 위해 15분 동안 보조인의 도움을 받는 장애인과 혼자 2시간에 걸쳐 외출준비를 하는 장애인 중 자립적 생활을 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전자라고 얘기한다.

장애인에게 있어 자립이란 '모든 것을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의존에 의한 것이지만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그로 인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말한다.

정일교 교수는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위해 자립지원센터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장애인에게는 부모가 자립생활에 있어서 가장 큰 후원자이면서 또한 가장 큰 장벽이 된다"며 "장애를 가진 자녀도 나름대로의 인격을 가진 인격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자립생활지원센터가 얼마나 잘 활용되고 운용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정 교수는 말했다.

▲ 정신지체인 자립생활지원 세미나에 참석한 정신지체장애인들과 가족들.ⓒ제주의소리
장애인 자립생활지원센터는 장애인이 자립생활을 할 수 있게 정부의 재정적·정책적 지원을 받아 주택을 알선하고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끼리 동료 상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게 하고 활동보조인과 장애인을 연결해 주고 장애인에 대한 권리 옹호를 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 교수는 "이제는 장애인도 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해 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장애인 스스로, 또는 가족들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야 권리를 찾을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서 정 교수는 장애인들이 자립생활을 위한 한 방법으로 소규모 공동작업장을 소개했다. 비장애인들보다는 비능률적이겠지만 장애인들도 할 수 있는 일이 충분히 있고 그를 통해 자립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의 삶의 주체는 그 누구도 아닌 장애인 자신이며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 중심적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 정 교수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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