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전국 초유사건에 ‘당혹감’...道 정보화마을도 반납
“제주도 등 주민갈등 부추겨” 주민총회서 반납 의결 ‘배수진’

해군기지 건설강행으로 일 년여 넘게 심각한 주민갈등을 겪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이 제주도와 서귀포시 등 행정당국의 갈등조장 행위에 강력 반발해 강정마을에 선정된 환경부 자연생태우수마을 지정서를 자진 반납키로 마을총회에서 의결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환경부가 지난 2001년부터 전국에서 추진해온 자연생태우수마을 지정을 해당 마을에서 자진 반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제주도가 선정한 정보화마을도 반납하기로 하는 등 지역주민들이 행정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표출하고 있어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강정마을회는 지난 17일 의례회관에서 주민100여명이 참석해 개최된 마을 임시총회에서 지난 2005년 환경부가 지정한 자연생태우수마을과 올해 제주도가 지정한 정보화마을 자격을 압도적 주민의사로 자진 반납키로 의결하는 강경수를 뒀다.

이러한 결정은 제주도와 서귀포시 등이 최근까지도 해군기지 건설강행만을 위해 강정지역 찬반 주민 간 갈등을 계속 부추기고 있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으로 자치단체의 갈등중재 노력 부족이 어렵게 지정받은 환경부 자연생태우수마을 선정과 그에 따른 국고 지원 및 각종 인센티브 등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제주도와 서귀포시 등 행정당국에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제주도와 서귀포시는 조례와 마을향약에 보장된 강동균 마을회장의 당연직 통장(대천1통) 임명을 해군기지 반대인사라는 자의적 이유 등을 들어 7개월 넘게 질질 끌어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나서야 뒤늦게 임명하는 등 강정마을에 대한 행정당국의 갈등중재는 ‘입으로만 하고’ 실제로는 ‘갈등조장에 앞장서는’ 행태를 보여 왔다.

최근에도 강정해군기지추진위원회(회장 윤태정) 출범1주년기념 단합대회서 박영부 제주도 자치행정국장, 강문실 서귀포시 자치행정국장, 대천동장 등이 해군기지 추진공로로 추진위로부터 무더기 감사패를 수여받는 추태를 보여 주민 편가르기라는 비난을 초래했다. 당시 단합대회가 열린 서귀포월드컵경기장과 원래 단합대회 행사 예정지였던 서귀포시자연휴양림 사용예약도 서귀포시가 직접 나서서 처리하는 등 행정의 갈등조장 행위가 노골적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강정주민들은 17일 마을총회에서 “국방부(해군)와 제주도, 서귀포시가 국회 결정사항인 민군복합형기항지 용역조사 결정도 무시하고 한통속이 돼 주민갈등을 부추기고 해군기지 건설강행을 기정사실화하는 상황에서 자연생태우수마을과 정보화마을 등이 무슨 의미가 있나”며 반발하고 “향후 해군기지 반대운동에 모든 주민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강정마을의 상징인 자연생태우수마을까지 반납해 주민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정마을은 이러한 마을주민들의 강경 입장을 이르면 오늘과 내일 사이 환경부와 제주도, 서귀포시 등 관련 기관에 문서로 접수, 공식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환경부의 자연생태(복원)우수마을 지정제도는 지역주민의 노력으로 우수한 자연환경과 경관을 보전한 마을이나, 훼손된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복원한 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한 뒤 지원.홍보해 전 국민에 지연보전의식을 함양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01년부터 이 지정제도를 시작한 이래 올해까지 전국에서 총96개 마을을 지정해왔는데, 환경부장관 명의의 지정서 수여와 보전활동비 지원 및 자연환경보전.이용시설 설치 등 국고지원사업 신청시 우선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의 주민갈등 조장행위와 주민의사와 절차를 해군기지 건설강행에 반발해 지역주민들 스스로 지정서 반납을 결정함에 따라 환경부로 불똥이 튄 사상 초유의 자연생태우수마을 지정서 반납 사건에 환경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귀포시 강정마을은 제주도 최고의 은어 산란지인 강정천과 악근천이 자리하고 있고, 천연기념물인 원앙 서식지, 멸종위기 솔잎란 자생지, 천연기념물 연산호 군락지 등이 분포해 자연생태계가 우수한 전국 대표적인 마을로 유명하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 제주 대표뉴스 '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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