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질긴지 정부가 질긴지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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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장관고시 발표 후 제주에 연일 촛불 커져

▲ 촛불문화제가 시작 될 무렵 촛불문화제가 열린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시민들이 제주시청어울림마당으로 모였다.  ⓒ 장태욱 
 
'고시강행 관련 긴급 촛불문화제 오늘 7시반 시청서 합니다. 주변에 소문을 냅시다.'

휴대폰 문자 메시지 한 통이 광장에 꺼져가는 촛불을 다시 지폈다.

지난 6월 14일 열린 이병렬 열사 추모제 이후 장마에 접어든 제주지역은 일주일에 두 차례(화, 목) 정기적으로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었다. 하지만 25일 오후 농림수산식품부 정운천 장관이 수정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고시하기로 하고 행정안전부에 관보 게재를 의뢰함에 따라, '이명박탄핵투쟁연대' 제주지역 회원들은 급하게 예정에 없던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서울에서 끝장 투쟁을 전개하던 시민들이 속속 연행되고 있고, 그 와중에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도 함께 경찰에 연행되었다는 소식은 시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했다.  
  

▲ 민주노동당 당원이 준비한 피켓을 들고 있다.  ⓒ 장태욱   
▲ 진보신당 당원이 피켓을 들고 있다.  ⓒ 장태욱  

25일 저녁 7시 30분경에 제주시청어울림마당에는 시민 40여 명이 모여 있었다. 행사를 주최하는 인원을 제외하고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서 피켓을 들고 참여한 소수의 인원만 있을 뿐이었다. 촛불문화제가 열릴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지 두 시간 만에 시작된 행사였기에 시민들을 모으기에는 너무도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다.

부족한 것은 참여 인원만이 아니었다. 무선 인터넷도 자주 끊겨서 컴퓨터 동영상도 화면에 쏘아 줄 수가 없었다. 그간 행사의 흥을 지피기 위해 초대되었던 노래패나 통기타 동아리 회원들도 당연히 섭외가 안 되어 있었다. 소수 시민들이 가진 무기는 그저 촛불과 목소리뿐이었다. 
  

▲ 유모차에 탄 아기가 눈길을 끌었다.ⓒ 장태욱   
▲ 일가족 일가족이 나란히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다.  ⓒ 장태욱

"관보게재 중단하라! 연행자를 석방하라! 한나라당 해체하라! 제주도민 함께해요!"

시민들의 염원을 담은 구호와 함께 촛불문화제가 시작되었다. 행사 사회자는 6월 25일을 '이명박 정부가 국민과 국회에 전면전을 선포한 날'로 규정하며 "이제 드디어 이명박 대통령이 아웃될 때가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를 심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더 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이는 것 뿐"이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 촛불문화제 현장에 영상을 띄우는 노트북 컴퓨터에 <오마이뉴스>가 떠있다. 시민들은 <오마이뉴스>가 전하는 소식을 통해 서울의 상황을 확인했다. 이날은 무선 인터넷이 장애를 받아 화면을 원활히 띄울 수 없었다.  ⓒ 장태욱  촛불문화제 

정부의 일방통행과 당국의 전방위 탄압에 맞서기에 시민의 대오가 너무도 약해 보였던지 촛불문화제 초반 분위기는 너무도 가라앉아 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서 이명박탄핵투쟁연대 장동길 대표가 나서서 시민들을 격려했다.

"상황이 너무나도 급박하게 돌아가는 나머지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급하게 촛불문화제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정부의 횡포를 보면서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제 이명박 정부가 누구를 섬기고 있는지 세상에 자명해졌습니다. 여러모로 준비가 부족해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또 중간 중간에 인터넷으로 서울의 상황이 전해지기도 했다. 서울에서 시민들이 모여들어 시위대가 2만에 이르렀다는 소식과 함께 시민들이 무더기로 연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시민들은 분노했다.

▲ 한 시민이 발언에 나서 이명박 정부를 비난했다. 이 시민은 "이런 정부 하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했다.  ⓒ 장태욱

이 와중에 40대 남성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국민이 80일 동안 재협상을 요구했는데 정부는 완벽하게 국민을 기만했을 뿐만 아니라, 이제 국민을 폭력적으로 탄압하고 있다"고 말한 뒤, "이런 망나니 같은 정부 하에서 국민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분을 토했다.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지는 와중에 행사장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최근 기말고사를 끝낸 대학생들과 퇴근길에 이 근처를 지나던 시민들이 한명 두명 어울림마당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일가족이 찾아오기도 했다. 40여 명의 시민들은 200명 가까이로 불어났다.
  

▲ 한 시민이 재치를 발휘해서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동요 '송아지'를 개사해서 노래를 부르자 시민들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장태욱 

이런 상황에서 한 시민이 분위기 반전을 위해 재치를 발휘했다. 즉석에서 동요 '송아지'를 개사해서 노래를 불러보자고 했다.

"송아지 소 새끼, 망아지 말 새끼, 명바기는 쥐새끼, 미친 소나 처먹어"

시민들이 신나게 노래를 따라 하는 가운데 초반의 침울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 와중에 자신을 노숙자라고 소개한 시민이 마이크를 잡았다.   
  

▲ 자신을 노숙자라고 밝힌 시민이 발언하고 있다. 그 시민은 "노숙자도 국민인데, 잠잘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 장태욱 

그 노숙자는 "노숙자도 국민인데, 정보과 형사가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자신을 발로 차고 못살게 굴었다"며 "노숙자도 잠잘 수 있게 인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문화제 말미에 사회자는 "이제부터 매일 같은 시간에 시청어울림마당에서 촛불문화제를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질긴지 국민이 질긴지 한 번 해보자"고 투지를 불태웠다.  
  

▲ 시민들 시민들이 한명 두 명 모여들어 문화제가 끝날 무렵 200여 명으로 늘었다. 촛불정국은 새로운 전환점을 돌고 있다. ⓒ 장태욱

검찰, 경찰, 수구언론, 보수관변단체 등을 총동원한 당국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새로운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2008년 5~6월을 뜨겁게 태웠던 촛불정국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사회자의 말처럼 정부가 질긴지 국민이 질긴지 두고 볼 일이지만 확실한 것은 이 현장에 모인 시민들은 정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쉽게 물러설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제주의소리>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제휴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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