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 제주지사, 7월 확대간부회의 ‘강도높은 도정쇄신’ 주문“클린데이, 제대로 못할 거면 집어치우라” 회의분위기 ‘살벌’

▲ 김태환 제주지사.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제주공직사회에 단단히 화가 났다. 7일 열린 7월 확대간부회에서 “하반기부터는 대대적인 도정쇄신에 나서겠다”고 수차례 강조, 공직사회의 대규모 인적쇄신까지 예고했다. 한마디로 잘못 걸리면 청산대상이 될 수 있다는 ‘엄포’나 다름없는 것이다.

김태환 제주지사는 7일 오전 8시30분 도청 대강당에서 열린 7월 확대간부회에서 “특별자치도 3차 년도를 맞아 도민들에게 앞으로 2년 이내에 ‘합격선’에 올려놓겠다는 약속을 했다. 공직자들도 이런 기조에 맞춰 행정에 임해달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어 “제주 경제가 참 어렵다. 쉽게 말하지만 제주에 자동차 부품공장이 있나, 전자제품 공장이 있나. 2차 산업 비중이 3%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관광을 중심으로 한 3차 산업에 목숨을 거는 것 아니냐”면서 “그래서 이번 3단계 제도개선을 통해 관광과 교육·의료에 승부를 걸어보자고 한 것이다. 이는 우리의 절박한 상황이다. 공직자들부터 제주의 미래방향 설정에 대해 확실하게 인식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하반기에는 도정의 일대쇄신을 기대해나가겠다. 공직자 7000명 모두가 한마음이 돼야 한다. 마인드를 같이 해야 한다”면서 “도지사가 어떤 생각을 갖고, 도정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나가는 지를 이해해야 한다. 간부공무원부터 솔선수범하라”고 지시했다.

# "00국장, 도정신문 읽어는 봤나?"..."아마 뜨멍뜨멍 읽었을 것, 이렇게 해선 안돼"

김 지사는 도정신문인 「다이내믹 제주」를 예로 들며 모 간부를 향해 “한달에 몇 번 나오는 지 아나. 한번이라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있나”고 묻기도 했다.

해당 간부가 “가끔 읽는다”고 하자 김 지사는 “뜨멍뜨멍 있지 예~”라고 말한 뒤 “사실이 이렇다. 많은 예산을 들이고 있는데 도민들에게 인기가 있어야 할 것 아니냐”면서 “한부 보내달라고 할 정도로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행정도 마찬가지다. 도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도록 간부공무원들부터 바뀌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행정을 살아서 움직이는 생물체에 비유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관례적으로 과거에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고, 미래에도 하는 것이 아닌 살아서 움직이는 행정을 펴 나가야 한다”면서 “특히 행정은 뒷북을 쳐서는 안된다. 현실을 직시해야 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살아있는 행정을 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간부들은 도정을 움직이는 당사자들이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기본을 지켜야 한다”면서 “이 자리에 있으면 다 보인다. 업무보고 하는데 주무시는 간부도 있더라. 한스럽다. 얼마나 집중력이 없었으면 졸겠나”라고 강도 높게 질책했다.

김 지사는 제주가 살 길은 3차 산업 활성화, 이에 따른 투자유치에 있음을 수차례 강조했다.

김 지사는 “전남은 쌀 곡창지대로 쌀이 안 팔리면 지역경제가 주저앉는다. 전 공직자가 쌀을 팔러 다니더라”면서 “제주도 마찬가지다. 전 공직자가 투자유치에 관심을 가지고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투자유치 성과에 따라 특진을 시키든 반드시 인센티브를 제공토록 하겠다. 투자유치부서 직원들만 투자유치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 "클린데이 사업 제대로 못할 거면 도민에게 얘기해서 집어치워라!" 거침없이 '하이킥'

지지부진한 시책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렸다.

김 지사는 청정환경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클린데이’ 시책과 관련해 “할려면 확실하게 해라. 그렇지 않으면 도민들 앞에 ‘취소한다’고 솔직하게 얘기하고 취소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업무보고에 따른 실·국장의 준비부족도 김 지사의 독설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김 지사는 “업무보고 하는 것 보면 고민한 흔적이 있어야 한다. 나열식 업무보고는 시간이 아깝다. 게다가 리모컨조차 조정하지 못하는 간부가 무슨 보고를 하겠냐. 그럴 것이면 다음부터 그만 두라”고까지 했다.

김 지사는 또한 “그냥 세월아 네월아 하는 부서가 있다. 이는 절대 용납이 될 수 없다. 공직자들은 24시간 긴장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경쟁력이 있을까 말까 한 것 아니냐. 어물쩍 넘어가려는 간부공무원도 있다”면서 “지시 사항에 대해 어려운 것은 어렵다고 하라. 그러면 대안을 강구하고, 직접 내가 뛰겠다”고 참석자들을 몰아세웠다.

# "도정이 운명을 걸고 있는 사업에 간부들 '코빼기'도 안 비쳐"...20분 넘게 간부들 훈계

5일 개최된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국제트레킹 행사와 관련해서도 “현장에 가봤는데 얼굴이 화끈거려 죽는 줄 알았다. 간부공무원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면서 “세계자연유산은 본부장 한명만 하는 것이 아니다. 도정이 운명을 걸고 있는 사안인데 최소한 간부라면 코빼기라도 내비쳐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간부공무원들을 강도높게 질책했다.

김 지사는 또 제주시·서귀포시 행정시장을 향해서도 “도정의 마인드는 읍면동까지 같아야 한다. 시장들이 긴장을 가지고, 확실하게 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김 지사의 이 같은 훈계는 20분을 훌쩍 넘겼다. 김 지사의 이 같은 강도 높은 도정쇄신 주문이 일선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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