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직 칼럼] 지표수 및 용출수 이용방안 모색 필요

끝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자꾸 빠져 드는 것만 같은 이라크 전쟁이 미국은 이라크에 독재정권을 퇴출시키고 민주국가를 세우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진짜 이유는 점차 고갈되어 가고 있는 화석연료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라는 소문도 있다.

하지만 지금 지구 곳곳에서는 석유뿐 만 아니라 서로 물을 확보하려는 분쟁이 끝이지 않고 있어 21세기의 전쟁은 물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의 시대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도 있다. 조만간 먹을 수 있는 물의 가격이 석유 값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제주 편의점에서도 1.5리터 들이 삼다수 한 병이 1200원 까지도 팔린다니까 아주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최근 제주도가 90%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제주개발공사가 먹는 샘물 '삼다수'의 하루 생산량을 2006년까지 현재 생산량 886톤에서 38.2%가 늘어난 1200톤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 이유로는 먼저 삼다수의 증산을 통해 2008년 북경대회의 공식지정음료를 목표로 삼고 이를 계기로 제주 삼다수를 프랑스의 생수 에비앙을 능가하는 세계적인 생수 브랜드로 만들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겠다는 뜻이 있고 두 번째로는 국내적으로 주 5일 근무제로 국민들의 야외활동들이 늘어남에 따라 생수의 수요도 증가할 것이므로 국내 생수 점유율을 50%이상으로 높이겠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사실 현 제주도지방개발공사의 고계추 사장의 인사청문회 당시 삼다수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는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수요가 있는데도 공급량이 부족해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삼다수가 소수 브랜드로 전락할 우려가 있어 현재의 생산량 보다 5배 이상 증산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증산에 앞서 장기적이고 연속적으로 한 지역에서 다량의 지하수를 취수하는 경우 그 지역 지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다각적이고 정밀한 연구 조사가 먼저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그 지역의 지하수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적정 취수량이 얼마나 될 수 있을 것인지 과학적인 분석이 나온 다음에 삼다수의 증산을 결정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와는 별도로 위탁판매업체인 농심과의 불합리한 계약조건도 이제는 짚어 보아야 할 것이고 공익을 위한 삼다수의 증산이긴 하지만 증산에 대한 도민의 합의가 필요한 면도 있을 것이다.

물의 전쟁이란 책을 쓴 인도의 저명한 물리학자이면서 환경 사상가인 반다나 시바는 그의 책에서 물에 대해 우리 인간이 지켜야 할 아홉 가지 원칙이 있다고 했다.

첫째,
물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므로 수질을 깨끗이 보전하고 수량을 잘 유지하여 지속적인 사용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둘째,
물은 우리 삶에 필수적인 것으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 종은 지구가 가진 물 가운데 자기 몫을 나누어 가질 권리가 있다.

셋째,
모든 생물은 물을 매개로 연결되어 있어 모든 인류는 각자의 행동이 물로 인해 다른 생물종과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조심할 의무가 있다.

넷째,
생명체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물은 무료로 공급되어야 하고 이익을 위하여 물을 사고파는 행위는 자연의 선물에 대한 인간의 천부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가난한 사람에게서 인권을 빼앗는 것이다.

다섯째,
물의 양은 한계가 있어 고갈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지속가능하지 않는 방식으로 써버리는 행위를 말아야 하며 자연이 재충전 할 수 있는 양보다도 더 많은 양의 물을 뽑아 쓰거나 자기에게 할당된 양보다도 더 많은 물을 소비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여섯째,
모든 사람은 물을 절약해서 써야 한다.

일곱째,
물은 공유재이므로 개인의 이익을 목적으로 소유하거나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덟째,
누구도 물을 과소비하거나 남용하거나 오염시킬 권리는 없다.

아홉째,
물은 본질적으로 대체품이 없으므로 상품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제주도가 지난 한해 지하수 이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상위 15곳 중 골프장이 8곳을 차지했고 특급호텔이 4곳이었다고 한다. 지하수를 가장 많이 쓴 업체는 오라 골프장으로 35만3000여 톤을 썼고 2위는 30만3000여 톤을 쓴 핀크스 골프장이었으며 중문 롯대 호텔이 30만2000여 톤으로 그 뒤를 이었으며 삼다수를 만들어 시판하는 제주개발공사는 26만여 톤으로 4위였다고 한다.

현재 제주 지하수가 안고 있는 문제는 미미한 삼다수의 증산 문제보다도 중 산간을 뒤 덮고 있으면서 지하수의 고갈과 농약 오염문제를 야기 시키고 있는 골프장과 그 뒤를 이어 관행농업과 제주의 축산으로 인한 오염과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지하수 남용의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 할 것이다.

제주의 살길은 골프장이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제주의 지하수는 제주인의 생명을 이어줄 생명수일 뿐만 아니라 어쩌면 제주 경제를 살리는 생명수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제주의 지하수를 맑고 깨끗하게 보호하고 지속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중 산간 곶자왈 지역을 밀어 붙이면서 무분별하게 개발되고 있는 골프장 건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며 골프장이 건설 된다 하더라도 보석 같은 지하수를 마음대로 골프장에서 사용하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나의 골프장에서 매년 30만톤 이상의 귀중한 지하수를 골프장 잔디밭에 뿌리게 할 것이 아니라 매년 33억8500톤의 제주 땅에 내리는 총강우량 중 바다로 버려지고 있는 6억3800만 톤에 이르는 지표수 및 용출수를 골프장은 물론이고 농업용수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들이 구체화 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중요한 지하수 오염원의 하나가 되고 있는 제초제며 농약 비료를 쏟아 붙고 있는 제주의 관행농업과 제대로 처리 되지 않고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는 축산도 하루 속히 친환경 생태적 농업과 축산으로 전환되어야 제주의 물이 제주인의 생명을 지키는 생명수로 길이 보전 될 것이고 세계적인 명품 생수의 이름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아무튼 위에서 언급한 반다나 시바의 물에 대해 인간이 지켜야 할 아홉 가지 원칙을 가지고 제주의 지하수 문제를 생각해 본다면 제주 지하수 문제의 본질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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