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허가 안주면 소송하겠다” 압력에 제주도 “소송하면 불리하다” 꼬리 내릴 조짐

한진그룹이 자신들이 생산하는 제주광천수를 국내·외에 시판해 줄 것을 제주도에 공식요구한 가운데 도내 환경단체들이 강력 반발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진그룹은 제주도가 생수시판을 허용해 주지 않을 경우 “제주도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있다”고 은근히 압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제주도청 일부에서 “수출만이라도 할 수 있게 길을 터 주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어 제주도가 한진그룹의 압력에 굴복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95년 제주도에 대해 행정소송을 치르는 등 ‘생수전쟁’을 벌인 이후 1996년 스스로 국내시판은 않겠다던 한진그룹이 돌연 자신들의 입장을 바꿔 생수시장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조양호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이 제주도로부터 허가받은 지하수 채수량은 월 3000톤으로 이중 1500톤을 대한항공과 그룹 계열사에 공급해 왔으며, 800톤 가량은 현지공장 생활용수로 써 실제 채수량은 2300톤 수준이다.

‘제주의 소리’가 제주도와 한진그룹 등을 통해 자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나머지 700톤에 대해 “국내외에 시판하도록 해 봐라”고 지시했으며, 올해 초 한국공항 제주현지 책임자로 강태홍 상무가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진그룹은 이를 위해 정치권은 물론 도의회와 제주도 관계자 등을 만나 생수시판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펼쳐왔으며, 지난 10월초 제주도에 지하수 이용허가 기간 연장 신청을 하면서 국내외에 시판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한진그룹은 지난 16일 김태환 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김 지사가 “국내시판은 물론 수출도 곤란하다”는 뜻을 밝히자 제주도 실무부서를 통해 “시판을 허용해 주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며 압력을 가해 왔으며 제주도 담당자는 이를 김 지사에게 보고해 김 지사의 결심이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외부로 전해지면서 한진그룹의 도덕성에 비난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한진그룹은 지난 1995년 제주도와 생수시판 파동을 거친 후 조중훈 회장이 1996년 9월말 신구범 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생수시판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했으며, 그해 10월 8일에는 유상희 사장이 직접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광천수를 국내시판하지 않겠으며, 생산량도 현행(3000톤)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유 사장은 제주도의회에도 출석 이 같이 약속했다.

그러나 한진은 조양호 회장 체제이후 전임회장과 사장이 제주도민에게 행한 ‘약속’을 어기고 다시 국내외 시판에 나서겠다고 밝혀 “재벌그룹이 도민들 상대로 농락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현재 한진은 두 가지 카드를 제주도에 내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는 국내외 시장에 전면 진출이며, 또 다른 하나는 우선 수출을 공식화하고 국내 특급호텔과 방계회사 주문판매를 따내는 방안을 놓고 제주도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문제는 한진그룹의 의도가 무엇이냐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자신들이 생수시판을 하겠다고 나설 경우 도민들이 엄청난 반발을 하게 될 것을 뻔히 알고 있는 한진그룹이 고작 700톤 만을 이용하기 위해 도민사회의 공분을 사는 일을 자초하겠느냐는 점이다.

한국공항은 제주도가 어떠한 형태로든 현재의 제한조치를 완화해 줄 경우 현재 노후화돼 있는 시설을 전면 교체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간 40억원도 안되는 추가물량 판매를 위해 엄청난 비용을 투입하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지금은 제주도민의 반발과 제주도·도의회를 설득하기 위해 3000톤 범위내에서 판매하겠다고 하나 자본의 논리상 생산량 확대와 시장확대 요구는 불을 보듯 뻔한 이치로 제주도나 도의회가 이를 수용할 경우 전면적인 시판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제주도는 현행 국제자유도시특별법상 먹는샘물 판매허가는 제주도와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제3의 기업이 제주지하수를 이용한 생수시장에 뛰어들거나 한진그룹이 생산량을 늘리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2003년 2500톤 채수허가를 받았던 한국공항이 2004년부터 3000톤으로 증산해 줄 것을 요청했던 당시 도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허용해 줬던 전례에 비쳐 ‘특별법으로 모든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제주도의 의지는 의심받지 않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