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전통 없는 불모지에 의료관광활성화는 논리적 타당성 결여

최근 치열한 경쟁에 직면한 관광산업에서 지속가능성의 기본전제는 차별화이다. 예를 들어 기존 관광상품은 유지한 채 일시적인 가격인하만 단행하는 관광목적지보다는 때론 변덕스러운 천차만별의 고객욕구를 반영한 새로운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관광목적지의 차별성이 부각된다.

여기서 의미하는 새로운 관광상품이란 시장에 출시된 적이 없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토대로 개발된 것으로 한정하면 적자생존의 경쟁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결국 기존 관광상품들 중 소위 ‘궁합이 맞는’ 조합을 맞추는 방식이 새로움과 다양성에 대한 유연한 적응이라고 보면, 관광과 의료가 결합된 의료관광(Medical Tourism)은 대표적인 블루오션으로 논의되고 있다.
 
관광의 역사에서 의료관광은 결코 새로운 유형이 아니라 사실상 관광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치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Asklepios)를 봉헌한 신전인 에피다우로스(Epidaurus)에서 치료와 요양을 받고자 지중해 전역에서 방문객의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았다. 로마시대부터 온천관광지는 상류계층의 치유와 휴양을 위해 발전해 왔는데, 아직까지도 생생한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도시가 발표된 독일의 바덴바덴은 유구한 역사가 있는 온천관광도시이다.

상류계층과는 달리 온천관광지에서 치유받기가 어려운 계층을 대상으로 당대 의사들이 권한 치료를 염두에 둔 해수욕은 오늘날 레저스포츠로서 발전한 것이다. 따라서 의료관광을 최근의 전례 없는 아이디어로 간주하기보다는 틈새시장에 적합한 새로운 대안관광으로 보고자 한다.
 
성공모델로서 언급되는 대표적인 의료관광목적지인 태국과 인도, 싱가포르에는 당연히 많은 의료관광객이 방문하고 있지만 전체 관광객 비율과 비교해 보면 의료관광은 초기단계에 있다. 예를 들어 2006년 1388만 명이 방문한 태국에서 의료관광객은 150만 명(추정)으로 10%를 상회하지만, 전체 관광객 758만 명인 싱가포르에서는 27만 명(추정), 그리고 447만 명인 인도에서는 18만 명(추정)이 의료관광객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성공적인 의료관광목적지인 싱가포르와 인도에서 3~4%에 불과한 의료관광객 비중이 의미하는 바는 의료관광은 대안관광의 한 유형이라는 점이다. 즉, 태국과 싱가포르, 인도로의 방문을 유인하는 관광매력요인 중 일부가 재조합되어 의료관광이 가능해진 것이지,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거나 기능이 극히 미약했던 요인들(특히 영리병원)의 투입이 의료관광의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간략히 관광과 의료의 상관성을 개괄해 보면 태국의 마사지(왓포)는 치유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매혹적인 관광요인이고 동일한 맥락에서 싱가포르의 마사지도 평판이 훌륭하고, 인도의 요가도 한편으로는 치유행위이지 또 한편으로는 관광경험인 셈이다.

의료관광목적지의 대표적인 세 국가에서는 공통적으로 빼어난 관광매력요인들뿐만 아니라 의료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요인이 오래 전부터 생활화되어 왔다는 점이다. 즉, 관광경험으로서 즐겼던 마사지와 요가에 대한 신뢰를 토대로 의료관광이 가능해진 것이지, 이러한 전통 없는 불모지에 영리병원이 건립된다고 해서 의료관광의 활성화를 기대하는 건 논리적 타당성이 결여된 것이다.<제주의소리>

<문성민 시민기자/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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