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관광과 영리병원의 관계(Ⅱ)

의료와 관광이라는 별개의 영역이 융합된 의료관광(Medical Tourism)의 명확한 학술적 정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체로 ‘일상거주지를 벗어난 관광목적지(주로 해외국가)에서 의학적 치료 이후 요양 목적으로 관광행위가 병행되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세계관광기구(World Tourism Organization)의 정의를 따르면 관광행위란 ‘일상거주지를 벗어나 1년 이내 되돌아올 목적의 비경제적 활동’으로 범위제한이 가능하지만, 현 시점까지 의료관광에서 의미하는 의학적 치료의 범위에 대한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자국 또는 국제기준의 의사면허를 취득한 의사에 의해 합법적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치료행위’를 의학적 치료라고 가정해 보면, 가벼운 팔뚝 열상으로 병원에서 연고를 바르는 행위라든지 가벼운 감기증세로 약을 처방받는 행위도 포함되지만 이러한 증상치료를 위해 해외 관광목적지로 의료관광을 하는 사람은 사실상 전무할 것이다.
 
의료라는 단어가 선행하는 의료관광의 핵심은 의학적 치료이고 관광은 요양 목적의 부차적인 행위라고 보면, 의료관광의 의학적 증상범위는 일상거주지에서 치료 가능한 가벼운 질병이기보다는 다소 심각한 수준의 질병일 것이다. 편안한 일상거주지를 벗어나 치료를 위해 해외 관광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고 의학적 치료 이후 요양 목적의 관광행위가 수반된다는 점에서 의료관광의 의학적 치료범위를 일정수준 제한할 수 있다. 즉, 감기처럼 가벼운 증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치료 이후 생존가능성이 낮은 질환도 아닌 것이다.
 
치유를 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질병의 목록은 개별 병원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의료관광목적지 수준에서도 편차가 존재하지만 현 시점에서 신뢰할만한 구체적인 통계는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표적인 의료관광목적지인 태국과 싱가포르, 인도로 대상범위를 한정해도 국가별 구체적인 질병목록을 파악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데, 미국의학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의 보고서를 인용한 시카고 트리뷴(Chicago Tribune)지의 기사(2008년 3월 28일자)에서 간접적 방식이지만 질병목록 파악이 가능하다. 제시된 7개의 질병목록은 의학지식이 전무한 필자 관점에서도 시술 이후 상당기간 요양이 필요하고 또한 요양이 필요한 질병의 특성을 감안하면 최소 1명 이상의 보호자 동행도 당연하다고 보면, 비단 시술한 병원뿐만 아니라 지역 관광산업 전반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도 지대하리라는 점이다.

                                                                                                                         단위: 미화($)

 
미국
인도
태국
싱가포르
심장동맥우회수술
130,000
10,000
11,000
18,500
심판막 치환
160,000
9,000
10,000
12,500
혈관형성술
57,000
11,000
13,000
13,000
엉덩이 치환
43,000
9,000
12,000
12,000
자궁적출술
20,000
3,000
4,500
6,000
무릎 치환
40,000
8,500
10,000
13,000
척추골 융합술
62,000
5,500
7,000
9,000

미국의학협회(AMA)의 보고서에서 제시한 7개의 질병목록에서 파악할 수 있는 점은 국가별 의료관광비용의 차이점이다. 미국에서의 비용과 비교해 보면 아시아 3개 국가에서 제시한 비용은 미국대비 1/10 수준이지만 국가별 가격편차는 존재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인도와 태국은 비용 측면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는데 인도의 가격경쟁력이 다소 앞서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 18만 명(추정)의 인도 의료관광객 수는 태국의 150만 명(추정)의 의료관광객 수뿐만 아니라 고가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27만 명(추정)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인도의 의료관광산업이 성장추세라는 점을 감안해도 가격경쟁력 이외의 변수가 의료관광목적지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 유추가능하다.
 
연간 150만 명(추정)의 의료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태국 의료관광산업의 태동기는 베트남전으로 소급할 수 있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미군의 일시적 휴양지이자 부상당한 군인들의 치료 및 요양지로서 미국은 태국을 선택하여 당시 농경국가였던 태국이 오늘날 세계적 관광대국으로 발돋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미국 국적의 의료관광객이 세계 의료관광시장의 주류라고 보면 문화적 이질감이 적은 태국은 미국 의료관광객 다수를 유치하고 있다. 반면 영국 식민지배의 영향을 받은 인도와 싱가포르의 의료관광객은 현재 의료관광시장의 비주류라고 할 수 있는 유럽과 중동지역이라는 점에서 태국의 우위를 일정부분 설명해주고 있다. 공통적으로 대표적인 의료관광목적지에서는 과거 서구사회와의 문화적 영향력으로 인해 의료관광객의 심리적 불안상태를 잠재울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국제적인 관광대국이자 대표적인 의료관광목적지로 성장한 세 국가는 서구문화와의 연대성 외에도 여러모로 유사한 점을 공유하고 있다.
 
첫째, 영어가 상용화된 국가라는 점이다. 의료관광이란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일상거주지를 벗어나 영어를 제2외국어로 구사하는 의사와 간호사에게 치료를 위임해야 하므로 심리적 불균형 상태에 있다. 방문목적이 의학적 질병치료뿐만 아니라 요양 목적의 관광활동도 병행한다는 점에서 병원이라는 한정된 공간뿐만 아니라 해당 관광목적지 어디서든지 언어장벽이 최소화되어 있다면 심리적 안도감을 심어줄 수 있다. 이처럼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관광목적지라면 의료관광객과 동반한 보호자가 병원 체류보다는 자유로운 관광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감소시킨다면 지역 내 경제적 파급효과의 극대화도 가능해진다. 이런 점에서 제주의 영리병원에서 언어장벽은 없겠지만 과연 동반한 보호자의 관광활동이 촉진될 지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둘째, 항공 직항노선이 활성화된 국가라는 점이다. 의료관광객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육체적 질병을 치유하고자 하는 ‘환자’라는 점에서 편안한 여정은 두말할 것도 없다. 건강한 관광객이라면 통상 5~10시간 내외 소요되는 환승시간을 적절히 활용하지만 육체적․심리적으로 불편한 의료관광객으로서는 공항 환승구역에서 대기하거나 또는 타 공항으로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달갑지 않을 것이다. 세계적 허브공항인 싱가포르의 창이공항이라든지 국제관광의 관문으로서 손색이 없는 방콕과 뉴델리의 공항과 비교해 보면, 제주국제공항을 운항하는 북미 및 유럽지역의 직항노선은 개설되어 있지 않다.
 
외국 의료관광객 관점에서 인천국제공항에서 김포공항에서 환승하여 제주국제공항으로의 이동보다는 차후 허용될 인천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으로의 이동이 편리하다. 결국 제주 영리병원의 의료관광객 모집단인 직항로가 개설되어 있는 일본과 중국, 대만 등의 협소한 시장으로는 수익성 기대가 어렵다고 보면, 사실상 내국인 유치여부에 따라 운영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문제는 3~4년 후 전국 경제자유구역에서도 영리병원이 허용된다면 내국 의료관광객 유치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셋째, 휴양과 요양에 적합한 기후를 구비한 국가라는 점이다. 대표적인 의료관광목적지로 부상한 태국과 싱가포르, 인도의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형성된 열대성 기후와 유사한 환경은 그 자체로 관광촉진요인이다. 연중 간편한 복장으로 거리를 활보할 수 있고 언제든지 바다에 뛰어들 수 있는 기후조건은 휴양관광지의 전형적인 특성으로 의료관광객의 요양에 적합하다. 연중 평균기온이 25℃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방콕과 싱가포르와는 달리 1월 평균기온이 5.6℃이고 3월에도 8.9℃의 제주의 겨울기온은 요양뿐만 아니라 야외 관광활동도 저해하는 요인이다. 더구나 제주의 바람을 감안하면 체감기온이 영하 이하라는 점에서 수익성 높은 요양형 의료관광객의 제주유치는 난제일 것이다. <제주의소리>

<문성민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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