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위-제주환경단체 간담회, “권한 이양할 경우 심각한 문제 초런 백지화 요구

정부의 지방분권 5개년 계획에 따라 각 지방에 있는 환경출장소와 환경영향평가 사전환경성검토 협의 권한을 자치단체에 이양하는 방안에 대해 환경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대규모 골프장 건설과 기업도시, 관광레저도시 계획을 잇따라 추진하면서 전국의 환경단체들이 ‘환경비상시국회의’를 구성,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출장소와 사전환경성검토 지자체 이양 문제까지 겹쳐 참여정부와 환경단체들의 대립각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대통령자문기구인 정부혁신 지방분권위는 24일 제주를 방문, 제주도 관계 공무원과 환경단체 인사들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나눠 간담회를 갖고 특별행정기관 통폐합에 대한 의견수렴에 나섰다.

이날 오후2시에 열린 환경단체와의 간담회는 정부혁신 지방분권위에서는 심익섭 전문위원(동국대 행정학과 교수)과 정순관 전문위원 (순천대 행정학 교수), 백호 지방분권팀 과장이 참여했으며, 도내 환경단체에서는 권재효 광역의제 21 사무국장과 김학모 환경연구센터 사무국장, 고유기 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 이영웅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함께 했다.
 
심익섭 전문위원 등은 “지방분권 5개년 계획에 다뤄지는 특별행정기관 통폐합 문제 중 환경분야는 매우 예민한 문제다”라면서 “국제적 대세는 환경권을 강화하는 일로, 유럽의 경우도 시스템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화제다”라고 말했다.

백호 지방분권팀 과장은 “오전 도청 업무보고 과정에서 환경단체 운동이 활발한 제주에서  ‘환경영향평가심의회’에 환경단체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전 전제한 후 “ 환경은 단순관리의 문제가 아닌 통합적인 문제라는 차원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판단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백 과장은 이어 “그렇다고 분권은 시기상조 등을 이유로 하다보면 놓치게 되기 때문에 책임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발굴이 중요하다”면서 “제주도가 2002년까지 영향평가협의권을 도지사가 갖고 있다가 그 이후 환경부장관에게 다시 옮겨간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며 환경권 강화를 위한 통제장치 마련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권재효 광역의제 21 사무국장은 “환경출장소를 통합하고, 사전환경성검토 권한을 제주도에 주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 될 것”이라면서 “송악산개발사례도 오히려 당국이 앞장서서 편법을 저지르고 있으며, 이번 동부산업도로 분할 건(환경영향평가 생략)도 마찬가지다. LCSD(지역지속가능위)같은 기구가 없이는 안된다”며 환경통제 장치 자치단체 이양에 대해 반대의 뜻을 밝혔다.

고유기 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지방분권이라는 큰 틀에는 동의하나 ‘선분권 후보완’ 원칙에 비춰볼 때 환경문제는 결국 뒷전에 밀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제주도는 과거 60년대부터 국가차원의 개발정책이 집행되고 있기 때문에 환경문제 역시 국가차원에서 관리가 돼야 하는 게 논리적으로도 공정하다”고 말했다.

고 사무처장은 “제주도는 도지사가 개발사업 승인권과 영향평가 협의권을 동시에 갖고 있어 여러 가지 폐해가 현실적으로 증명되고 있어 권한이양에 따른 문제점을 미리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한 후 “제주도는 자연환경이 매우 뛰어난 지역이며, 최근에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만큼 오히려 국가차원의 관심과 육성전략이 오히려 필요하다”면서 환경행정의 지방이양에 문제가 있음을 강조했다.

고유기 처장은 이어 “환경행정의 경향이 광역화, 전문화되는 추세”라고 말하면서 “예컨대, 제주도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골프장에 포위된 형국인데, 특정지역에 골프장이 집중 개발되지만, 영향평가는 개별적으로 이뤄져 지역 또는 권역차원의 영향평가는 안 이뤄지고 있다”면서 “환경문제는 지방분권의 틀에서 지금이라도 별개로 떼어내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분권위측은 이에 대해 “현재 분권위 내부에서도 환경권한 중 사전환경성검토, 환경영향평가 등이 가장 큰 논란”이라고 내부 상황을 설명한 후 “전국 시·도 대부분이 환경국을 두고 있는데 제주도는 ‘환경건설국’을 두고 있으며, 특히 영향평가심의회 참여는 배제하면서 사후 민관합동감시단 운영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왜 환경영향평가 협의권이 2002년에 환경부장관으로 회수됐는지 이해할만하다”며 제주도의 환경행정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김학모 환경연구센터 사무국장은 “2001년 제주도에 대한 감사원 감사당시 환경분야에서만 39건이 지적됐으며, 환경업무를 건설업무와 통합하다보니 결국 환경이 개발의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면서 “심지어 제주도는 영향평가심의위 당연직이던 환경출장소장조차 배제시키려 하다가 환경단체의 저항을 받은 적이 있었다”면서 지금의 환경출장소를 지방환경청으로 승격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지방분권위가 제안한 서울녹색시민위원회처럼 자치단체로부터 ‘독립되고 강력한 환경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김학모 사무국장과 고유기 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서울은 국가를 파트너로 하는 메이저 환경 단체들이 대거 진출해 있고, 지역사회처럼 연고주의가 강하지 않아 위원회 구성과 운영이 가능하나 지방은 연고주의가 워낙 강해 위원회 구성과정부터 파행을 겪을 것”이라면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지역혁신협의회처럼 이상론으로 끝날 수 있다”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이용웅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도 “특별자치도 안에도 독립된 환경위원회 구성방안이 들어있으나 실제 실효성은 의심 된다”며 “지금 시스템 안에서도 환경관련 조례를 만든다든가 하는 것은 주민들이 나서서 할 수 있다. 때문에 환경문제를 어떤 시스템으로 넘길 것인가 하는 것 보다 환경현실에 맞는 관련제도의 정비 등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도내 환경단체들이 환경권한 이양에 대해 반대의 뜻을 강하게 밝히자 분권위 측은 “분권에 맞춰 지방정부가 조직을 계속 팽창해 나가는 상황에서 환경같은 것을 분권유예로 놔두면 나중에 권한이양이 더 힘들게 될 것”이라며 “지방정부는 계속 환경을 비껴가려고 할 것인 만큼 지금은 어렵지만 환경단체들이 지역주민들과 환경문제를 갖고 충돌을 경험하면서 스스로 커나가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고유기 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이미 분권로드맵이 서고 시행계획을 만드는 단계에서 어떻게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열중하는 인상이다”라고 분권위측을 공박한 후 “지방의 환경문제는 개발성장주의를 통해 재생산된 지역권력 집중구조에 대한 문제제기의 성격을 띠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권한을 지방에 넘긴다면 이것은 오히려 분권취지를 위배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전면 백지화 상태에서 재검토할 것을 강력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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