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영의 뉴욕통신] 재정난 극복을 우리의 힘으로...

지난 11월 4일자 '제주의 소리'를 통해서 고희범 사장님과의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서 '한겨레'가 당하는 재정압박을 잘 감지하고는 있었으나 이역만리에 떨어져 있는 나로써는 속으로만 위로할 수밖에 없는 답답한 심정이었습니다.

이지훈 편집위원과 인터뷰에서 고희범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지요:

“신문사 수입은 광고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기가 안좋으니 광고가 제대로 수주되지도 않고 당초 목표에 미달돼 걱정입니다. 또한 그동안 몇 가지 주요한 사업을 벌인 것이 계획대로 안돼서 고전하는 것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경제상황에 연동될 수밖에 없으니까 다른 신문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재정적인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오늘 새벽 잠에서 깨어나 '오마이뉴스'의 "한겨레의 봄날을 만들어내자"는 기사는 나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한겨레 편집국에서 남아 있던 박화강 '마지막 창간위원'이 16년동안의 고참기자직을 그만두고 떠나면서 남긴 이메일은 한겨례 사내 동료기자들에게 뿐만아니라 사외 우리모두에게 심금을 울리는 그런 글이었습니다.

"사직서를 품에 담고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가는 길은 고통이면서도 아름다웠던 추억들로 지난 16년만큼이나 멀고도 길었습니다. 추수가 이미 끝나고 새떼까지 떠난 초겨울 빈들판은 바로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비바람과 눈보라, 태풍 속에서도 아름다운 들판을 만들어 보려다가 지치고 힘떨어지고 어느새 늙어 망연자실 홀로 서있는 농부는 바로 저였습니다...."

이 기사가 나가자 네티즌들은 격려의 댓글을 통해서 구독을 새로 신청하거나 격려의 글들로 '한겨레를 살리자'고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언론인을 꿈꾸는 한 학생(ID=wierdo)은 "최초로 국민주 신문을 국민의 힘으로 찍어냈을때, 감격에 눈물 흘리시던 리영희 교수님, 묵묵하게 한겨례를 이끌어오셨던 송건호 선생님, 그리고 힘든 순간순간마다 '한겨레'신문을 높이 펼처들었던 뜻있는 국민들의 모습이 아직 생생"하다고 하면서, "한겨레가 위기에 처했있을 때마다, 쓰러지려는 순간마다 붙잡고 격려해준 뜻있는 국민들을 다시 한 번 믿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격려문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녹두장군'이란 아이디를 가진이는 한겨레를 처음 만났을때를 회상하면서 "지금 그렇게 고맙고 소중한 한겨레신문이 이렇게까지 어려워지다니...항상 신문만 사서 읽는 정도에 그쳤는데 이젠 좀 더 적극적으로 한겨레 사랑하기에 나서겠습니다. 주식도 사고 어떻게든 더 많은 참여를 하겠습니다...우리아이들에게 '이나라가 캄캄한 독재의 시절에 있을때부터, 진실을 보도하고 소외되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살피고 같은 민족이 서로를 증오하고 죽이려 드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공존하고 그리고 기어이는 평화로운 통일이 되도록 노력하던 신문이 있단다. 바로 한겨레 신문이야'고 말해 줄 것이랍니다.

'산들바람'이란 아이디를 가진 네티즌은 "조중동이 아직도 건재한데 정말로 한겨레가 망가져야 한다면, 그건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라고 하면서 "위기와 기회는 항상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합니다. 한겨레의 힘찬 비상을 믿습니다'라고 격려했습니다.

'파란하늘처럼'이란 네티즌은 도시에 살 때는 늘 구독했는데, 시골로 이사와서는 배달이 되질 않아서 후배가 가져오는 한겨레를 빌려 읽는다고 하면서 "한겨레21이라도 정기구독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물소리'란 네티즌은 "우리의 희망, 한겨레 구독자 배가운동'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리면서 다음과 같은 격문을 발했습니다:

"모두가 낙심속에 빠져있는때 홀연히 태어난 신문,
모두가 불의와 타협할 때 홀로 외롭게 싸워온 신문,
모두가 침묵하고 있을 때 분연히 일어나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신문,
다른 신문이 사주와 기득권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고 있을 때 당당히 국민의 알권리를 지켜온 신문,

다른 기자들이 부와 명예를 풍족히 누릴 때 허기진 눈 부릅뜨고 진실을 취재해온 신문,

우리의 친구,
우리나라의 자랑,
우리민족의 등불,
우리미래의 희망,

한겨레여,
더욱 힘내어 무궁히 횃불로 타오르길!!!!!"

이런 네티즌들 외에도 수많은 독자들이 구독자 배가 운동에 동참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맘이 또 한편으로 뿌듯하기도 합니다.

나는 월간 '말'과 2000년 1월부터 인연을 맺으면서 약 4년간을 북미주 지역에서 '말' 전도사 역할을 자청하여 감당해 나가고 있으나 히말라야산을 등산하는 것만큼이나 힘이 듭니다. 현재 15권을 주문하여 7~8권 정도 정기구독자를 발굴해 냈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과거에 구독하다가 여러 사정으로 절독하다 재 신청한 분들입니다.

'한겨레' 고희범 선생님께도 이메일로 연락하여 뉴욕 메트로폴리탄 지역 보급상황을 문의했으나 미미한 상황인지 아직 회답을 못 받았습니다.

이곳에서는 '중앙일보'와 '한국일보'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일보'의 경우는 조중동을 빰칠 정도로 '수구꼴통' 대변지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라디오 방송도 기가 찰 정도입니다.

새로운 진보매체를 창간하는 것은 피눈물나는 노력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기존 매체중에서 그래도 '한겨레'와 '말'을 살려내어 활짝 꽃피우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며 바람직한 일이라 믿고, 현재는 '말 전도사'의 역할을 자청 감당해 나가고 있습니다.

'제주의 소리' 네티즌 여러분들도 '눈팅'만 하지 마시고 격려의 댓글도 남겨주시고 열심으로 '전도'하는 사명을 감당하여 주실 것을 신신당부하면서 나의 '긴급제언'을 마칩니다.

건안과 건투를 빕니다.

2004년 11월 26일

이역만리에서 이도영 드림

추신: 어제(25일) Thanksgiving(추수감사절)이라는 남의 명절 저녁에 배부르게 먹은 것을 회개합니다.

일주일 동안 하루 금식해서 그 끼니대금(한끼 5불로 환산)을 '한겨레'와 '말'에 헌금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