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영 선생, “군사정권때도 판금서적이 베스트셀러”KBS라디오 ‘이규원입니다’ 출연...“법적대응 준비중”

▲ 소설가 현기영 선생 ⓒ제주의소리
국방부가 최근 제주출신 현기영 선생의 자전적 장편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과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 등 대중성이 높은 교양서와 문학작품 23종을 무더기로 ‘불온서적’으로 분류하자 해당책들의 판매량이 다시 급증하고 있다. 이중 일부 도서는 절판됐다가 다시 재판에 들어가는 보기 드문 현상도 출판계에 벌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현기영 선생은 8일 낮 KBS 제1라디오 ‘라디오 정보센터, 이규원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기이한 현상에 대해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씁쓸한 심정을 피력했다.

이날 진행자 이규원 아나운서가 “최근 국방부의 불온서적 목록이 공개된 이후 오히려 조롱이라도 하듯 해당 책들의 판매량이 늘고 있다”며 “이런 현상도 희한한 현상 아닌가?”라고 물었다.

현기영 선생은 “그렇다. 역사의 아이러니이다”라며 “국방부가 오히려 독서운동을 촉진시켜주는 꼴이니 아이러니 라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쓰는 거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는 것이 군사독재시절엔 ‘판금’ ‘금서’일수록 베스트셀러가 됐고 인기를 누렸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런 시절이 정말 생각난다”고 덧붙였다.

현기영 선생은 이번 사태와 관련 ‘공동대책위’ 결성된데 대해서도 “국방부 불온서적에 선정된 해당 책의 저자와 출판사가 다함께 분노를 느끼고 있고, 심각한 표현의 자유를 저해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법적대응까지도 준비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기영 선생은 4.3의 금기를 깬 1978년 발표작품 ‘순이삼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규원 아나운서가 “이번 불온도서 지정도 그렇지만 더욱이 ‘북한찬양도서’로 분류되어 있어 더욱 황당하겠다”며 “지난 1978년 발표했던 중편소설 ‘순이삼촌’도 금서목록에 오른 적이 있지 않나?”고 물었다.

이에 현기영 선생은 “그거는 뭐, 그 당시가 군사독재 정권시절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금서목록에 포함되었을 것이고, 당시 금서는 총600여종에 이르렀다”면서 “그때는 출판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탄압했던 암흑의 시대였다”고 말했다.

어어 그는 “그런데 ‘순이삼촌’이 금기영역에 묶인 제주4.3을 금기로부터 깨트린 것”이라며 “그 소설을 고문도 당하고, 이제 다시 (지상에 숟가락 하나가)불온서적으로 책정된 것”이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현기영 선생은 “그러나 1987년 민주화운동의 결과로 1990년대에 들어서서 아마 90년 초로 기억하는데 (순이삼촌이)판금에서 해제된 것 같다”며 “그때 그 느낌은 정말 ‘아, 이제 민주화가 됐구나!’ 하고 실감했다. 많은 판금서적을 썼던 사람들도 풀려나면서 정말 감옥에서 헤어난 것처럼 그런 민주화의 느낌을 만끽했던 그런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이번 불온서적 목록의 책들이 군 장병과 국민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지에 대해선 “국방부가 병영이라는 곳을 운영하면서 고민도 어느 정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군 병영도 사회와 완전 분리된 별개의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민주화된 사회의 협력으로서 병영은 존재하기 때문에 그 군대는 민주화된 군대인데, 사회에서 ‘정의’라고 생각되는 것이 군에서 부정당하면 그것은 오히려 사병들이 군에 대한 불신을 갖게 할 우려가 있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현기영 선생은 최근 우리 사회의 갈등확산 분위기에 대해서도 “지금 정부가 들어서면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케치프레이즈가 굉장히 이상한 작용을 하고 있다”며 “그 이전의 10년은 전부 잃어버린 10년으로 매도되고 전부 부정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10년간 그 전 정권들이 이뤄놓은 민주화 완성이랄지, 여러 가지 성과들도 분명히 있는데 이런 것을 제대로 물려받았다면 국방부가 지금같은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우리 사회의 다툼은 좌.우 이념대립이 아니라 보수주의자들끼리의 다툼이라고 보는데 지나치게 각을 세워서 양쪽 다 너무 날카로운 언어로 공격하고 방어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여나 야나 비판을 하더라도 또는 방어를 하더라도 ‘언어를 아껴야 할 것’같다”고 뼈있는 말을 여야 정치권에 남겼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 제주 대표뉴스 '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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