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식 과장 부당 지시 공소장 변경…변호인 박영식ㆍ김성현 등 증인신청

▲ 재판을 끝내고 밖으로 나서는 김태환 지사
현대텔콘 사용승인과 관련, 김태환 지사의 직권남용 혐의로 벌어진 항소심 2차 공판에서 검찰은 예상대로 항소장을 변경, 박영식 전 주택과장 카드를 꺼내 김 지사의 직권남용 혐의를 강도 높게 추궁했다.

광주고법 제주부(재판장 이홍훈 제주지법원장)의 주재로 29일 오후 2시 제주지법 4호법정에서 열린 항소심 2차 공판에서 검찰은 법원에 김 지사의 부당한 지시로 박영식 주택과장이 현대텔콘 사용승인을 내주게 됐다는 요지의 공소장을 변경 제출한 후 김성현, 박영식과 김 지사의 직권남용 연관 관계를 제기했다. 

정진기 검사는  “지난 2000년 종합경기장에서 박영식 전 주택과장이 '원인자부담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현대텔콘 사용승인을 내줄 수 없다'고 말하자 김 지사가 김성현 상하수도사업소장을 불러 지시한 이유가 무엇이었느냐”고 물었다.

김 지사는 “원인자부담금은 상하수도사업소 소관이고, 김 소장이 정확히 알기 때문에 불러 이야기 한 것”이라며 “사용승인은 주택과장이 전결처리해 시장이 알 수 없고, 사용승인과 관련해 원인자부담금 제도는 시행된 지 얼마되지 않아 김성현 소장을 불러 물어보게 됐다”고 밝혔다.

정 검사는 박영식 주택과장 진술내용과 김성현 상하수도사업소장을 종합운동장으로 부른 이유도 따졌다. 

공소장 변경한 검찰, 박영식 전 주택과장 카드 꺼내 집중 추궁

정 검사는 “박영식 과장이 김성현 소장에게 사용승인 협조를 요구한 것이 아니냐”고 묻자 김 지사는 “그건 아니다. 원인자부담금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김 소장을 부르게 된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정 검사는 “현대텔콘 사용승인이 김 지사가 지시한 지 일주일 만인 2000년 5월6일에 떨어졌다”며 “박영식 과장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보고를 받은 적이 있느냐, 없다면 처리결과를 상급자에게 보고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 재판을 끝내고 밖으로 나서는 김태환 지사
김 지사는 “그 이후 보고 받은 적이 없고, 건축관련 업무는 하루에도 수십건씩 이뤄지는 등 대단히 많다”며 “저는 당시 종합운동장에서 어떻게 되고 있느냐고 물어본 뒤 그냥 지나쳤다”고 해명했다.

정 검사가 “보고가 없었다면 물어볼 수도 있지 않았느냐” 질문하자, 김 지사는 “미쳐 챙길 형편도 아니었다”고 답변했다.

이어 정 검사는 “김성현과 박영식은 검찰에서 조사받을 당시 (김 지사의)지시가 없었다면 사용승인을 반려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며 “이는 부당한 지사 때문에 이들이 사용승인을 내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따져 물었다.

김 지사는 “그렇지 않다. 시장업무를 7~8년 했지만 업무 전부는 알 수 없다”며 “실국장들에게 검토해 보라고 지시하면 보통 실국장들은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을 시장에게 보고하며, 김성현 소장도 유사한 민원을 보고한 적이 있다”고 항변했다.

정 검사는 “주택과에서 허가조건으로 하수도조례에 따라 준공전 원인자부담금을 납부해야 사용승인을 내준다는 전제 조건을 내걸었다”고 따지자 김 지사는 “사용승인과 관련해서 시장은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모른다”며 “전결은 국장까지이고, 실질적인 ‘과’의 업무까지 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정 검사는 “허가조건이 부합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승인을 내줄 수 있느냐”고 계속 추궁하자, 김 지사는 “실국장들은 공직생활만 30년 가까이 한 사람들”이라며 “적합한 지 부합한 지는 법과 행정관행에 따라 처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검사는 “건축허가조건도 이행하지 않았고, 사용승인을 얻기 위해 조례에 따라 원인자부담금도 내지 않았는데 피고인 지시에 따라 사용승인이 이뤄진 게 아니냐”고 추궁했고, 김 지사는 “주택과에서는 관계 법령과 행정관행을 검토했으며, 그당시 6개월전과 1~2년전에도 4건의 관행이 있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사용승인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인자부담금 대납한 이유는 무엇인가"…"원활한 시정을 위해 대납했다"

검찰은 원인자부담금 대납 경위에 대해서도 추궁했다.

정 검사는 “원인자부담금이 납부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승인을 내줬고, 2001년 7월에는 2억1000여만원을 대납했다”며 “이 사건 말고도 세금을 대납해 준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김 지사는 “2000년 5월 사용승인이 이뤄진 후 그냥 지나갔지만 그해 말 제주시의회 정례회에서 이 문제가 처음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며 “이후 2001년 7월 정례회에서 의원들이 다시 이 문제를 거론할 것이고 현안으로 대두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행정책임자로서 고민한 끝에 제가 결심해서 대납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 검사는 “여러 사람에게 빌려서 대납하게 된 것이라고 알고 있다”며 “사실은 사용승인 자체가 위법.부당한 지시이기 때문에 사건이 크게 번지게 될 우려와 자치단체장 선거 때문에 대납한 것은 아니냐”고 묻자, 김 지사는 “시정이 원만하게 운영되기 위해 대납한 것이지 원인자부담금이 잘못돼서 대납한 것은 아니”라고 반론을 펼쳤다.

"검찰조사 당시 왜 박영식 과장을 만났는가"…"수고했다는 의례적 만남"

검찰은 또 박영식 과장이 검찰에서 조사받을 당시 김 지사와 만난 이유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정 검사는 “올해 2월 검찰에서  박영식을 소환했었는데 그는 제주도 투자진흥과에 소속돼 있어 만날 이유가 없는데 만난 이유가 뭐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측은 “대납과 공소사실이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심문하고 있다. 금전적인 예단을 하고 있다”며 심문 중단을 재판부에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정황을 설명하는 것으로 공소사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았았다. 

정 검사는 “박 과장이 검찰조사 얘기를 하자 김 지사가 ‘수고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며 “이말은 박 과장이 검찰조사에서 말을 맞춰줘서 수고했다는 표현을 쓴 것이 아니냐”고 따지자 김 지사는 “검찰 조사에서 많은 시간 고생했기 때문에 ‘수고했다’는 표현을 쓴 것이지 답변내용 때문에 ‘수고했다’는 말을 사용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정 검사는 “박영식은 조사에서 건축물 법규는 복잡하고 김 지사의 ‘검토지시’가 아무런 대책없이 이뤄져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진술했다”며 “결국 김 지사가 지시를 내리고, 김성현이 그 연장선상에서 ‘사용승인’ 공문을 작성해 박영식에게 요청하자  박영식은 공문을 빌미로 사용승인을 내주게 아니냐”고 김 지사를 압박했다.

"검찰은 왜 김성현 허위공문서는 안잡나"…"처신잘못 얘기했다, 김성현 진술 옳다"

반격에 나선 변호인들은 김성현 소장이 검찰 진술 번복이유가 검찰이 강압수사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오창 변호사는 “김성현 소장은 2000년 4월29일 피고인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후 5월3일 현대텔콘 관계자에게 (사용승인)‘안된다’고 했었다”며 “하지만 김성현은 ‘각서’를 믿고 전례를 고려해 사용승인을 내주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변호사는 “김성현은 검찰조사에서 1~2회는 이와같이 진술했다가 3회부터 진술이 바뀌었다”며 “김성현은 이후 시장이 나에게 뒤집어 씌우려고 한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그 이유를 “김성현이 주택과에 보낸 공문에는 36억원의 시설자금을 갖고 있다고 돼 있지만 실제는 25억원 밖에 안된다”며 “김성현이 각서내용을 허위공문서를 작성해 25억원을 36억원으로 바꿨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박영식, 김성현 등 증인신청"…다음 공판 12월3일

권 변호사는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하면서 왜 김성현의 허위문서를 문제 삼지 않았느냐”며 “검찰조사에서 11억원이 탄로났는지 살길을 찾기 위해 김 시장을 죽이기 위해 진술을 번복한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정진기 검사는 “김성현은 피고인의 면죄를 위해 1~2회 진술을 했지만 이 사건 중에 피고인의 부도덕성을 확인하고, 정년퇴임을 앞둔 상황에서 자기발로 스스로 출석해 진술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2차 공판에서 변호인측은 이번 사건의 핵심인 김성현 전 소장, 박영식 전 과장, 그리고 당시 상하수도 담당공무원 진모씨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다음 공판은 12월13일로 증인신문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간의 본격적인 '진실게임'이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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