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으면 약도 되고, 음식도 되는 꽃들
잘 먹으면 약도 되고, 음식도 되는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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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로 다가온 제주의 꽃들(50)

우리 주변에 있는 식물들 중에 독성을 가진 것들은 얼마나 될까?
치명적인 독성을 가진 식물들도 있지만 잘 다스려 먹으면 모두가 귀한 먹을거리가 될 뿐만 아니라 현대의학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각종 병들을 다스리는 약효를 간직하고 있는 식물들이 지천이다. 우리가 흔히 잡초라고 하는 것들 속에 밝혀지지 않는 수많은 효용가치들을 따져보기도 전에 천덕꾸러기처럼 취급받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사라져 버리는 종들을 생각하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들의 무지함에 두려워지기까지 한다.

아마 약도 되고, 음식도 되는 식물들에 대한 것만 소개하려고 해도 수십 권의 책으로도 모자랄 것이다. 그건 아무래도 전문가들이 밭아주어야 할 영역인 것 같고 나는 내가 만난 꽃들 중에서 그저 쉽게 만나고,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흔한 것들이라서 우리네 사람들이 좀 뜯어다 먹거나 따서 먹거나 캐먹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들 10가지를 모아 보았다. 물론 이 10가지는 극소수에 불과한 것이지만 이 꽃만 잘 알아도 우리의 식탁뿐만 아니라 건강까지도 한 단계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환경운동을 단지 자연보호운동의 차원에서만 바라보는 경우가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자연보호운동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환경운동을 협소화 시키는 측면도 있고, 무조건 꺾지 말고, 뽑지 말아야 한다는 식 일변도의 교육은 고사하고라도 산행을 하다보면 애꿎은 나무마다 산악회이름으로 자연보호라는 리본들을 얼마나 많이 처덕처덕 붙여놓았는지 이건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보호를 내세워 자기들 이름 알리기에 자연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것에 불과하다.

나는 우리의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꽃 한 송이 꺾을 줄 아는 마음도 없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지 않다. 산야에서 며칠쯤은 넉넉하게 생존할 수 있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다.

▲ 참꽃.ⓒ김민수

'참'자가 들어가는 것들 중에는 먹을 수 있는 것이 많다.
'참'이라는 것은 '진짜'라는 뜻이니 사람들을 기준으로 했을 때 '먹을 만한 것'에 참이라는 글자를 붙여준 것이 아닌가 싶다. 그에 반해 '개'자가 붙은 것들은 먹을 수는 있지만 '참'이라는 것보다 한 단계 품질이 낮거나 작은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참외와 개똥참외다.

참꽃은 진달래와 함께 화전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꽃이다.
봄날 전을 부칠 때 예쁜 꽃을 따서 전위에 올려놓으면 그 모양새가 너무 예뻐서 차마 먹기조차 아깝던 화전을 떠올려본다. 그러고 보면 꽃향기는 코를 맡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문향(聞香)'이라고 하는데 음식도 입으로만 먹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도 먹는 것이니 '목식(目食)'이라고 해도 될 듯 싶다.

참꽃의 맛을 글로 풀어서 표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도 궂이 표현해 보자면 풀맛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더 상큼하고 약간 신맛 같은 달콤한 맛이 베어있는데 꽃잎이 너무 연약해서 씹기가 미안할 정도다. 맛으로 먹는 다기보다는 멋으로 자연을 하나 몸에 모신다는 기분으로, 봄의 기운을 모신다는 기분으로 하나 따먹으면 좋을 꽃이다.

▲ 진달래.ⓒ김민수

진달래는 참꽃이나 철쭉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줄기의 잎을 내기 전에 꽃을 먼저 피운다는 것이다. 그리고 진달래는 먹는 꽃이라 '참꽃'이라고도 부르는데 반해 철쭉은 먹지 못하는 꽃이라 하여 '개꽃'이라고 부른다.

어린 시절 뒷산에 지천으로 있던 진달래, 겨울눈이 오동통하게 오른 진달래를 봄이 오기 전 꺾어다 화병에 꽂아놓으면 예쁜 꽃이 핀다. 아직 바깥은 겨울이지만 봄을 기다리며 화병에 가득한 진달래꽃을 보는 것도 하나의 낭만이었던 것 같다. 간혹은 책상 위에 놓아두고 하나 둘 따먹기도 하고, 꽃을 따서 책갈피에 넣어두면 연애편지를 쓸 때 참 요긴하게 쓸 수 있었다.

진달래가 필 무렵이면 봄나물을 하러 다녔다.
봄나물을 가득 담은 바구니 한 켠에 터질 듯한 진달래몽우리를 간직한 진달래를 꺾어들고 오는 누님들을 보면 봄처녀 봄바람 났구나 생각하며 괜시리 내 마음도 콩콩 뛰었다.

한 겨울에도 화원에 가면 생화보다도 예쁜 조화, 온실에서 자란 화사한 꽃들이 지천이다.
그러니 요즘 젊은이들은 사랑을 고백할 때도 애써 자연으로 나가 꽃을 꺾는 일도 없고, 그럴 곳도 없으니 그저 꽃 한 다발 값어치만큼의 사랑만 하기에 그리 쉽게 이별하는지도 모르겠다.

진달래 역시 참꽃과 마찬가지로 화전으로 만들어 먹어도 좋고, 술에 담가 먹어도 좋다. 은은한 두견주의 맛은 봄의 맛일게다. 진달래로 담은 것인데 두견주라고도 부르는 것은 진달래의 다른 이름이 두견화이기 때문이다.

두견새(杜鵑)의 설화를 살펴보면 진달래와의 연관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옛날 촉나라에 두우(杜宇)라는 왕이 있었단다. 어느 날 두우가 문산(汶山)이라는 산밑에 있는 강가에 섯는데 물에 빠져 죽은 시체 하나가 떠내려 왔겠지. 그런데 시체가 두우 앞에서 눈을 뜨고 살아났어.
두우는 이상하게 생각하여 그를 데리고 돌아와 물으니 형주(刑州) 땅에 살던 별령(鱉靈)이라는 사람이라네. 두우는 하늘이 내려주신 사람이라 생각하여 별령에게 집을 주고 장가도 들게 하고, 정승으로 삼아 나라 일을 맡겼지.
그런데 별령은 대신이며 하인까지 모두 매수하여 자기의 심복으로 만들고는 마음대로 나라를 쥐락펴락했지 뭐야. 게다가 별령에게는 천하절색의 딸이 있었는데 그를 두우에게 바치니 두우는 밤낮 미인에 빠져서 살아갔단다. 이러는 중 별령은 두우를 몰아내고 왕이 되었다네.
하루아침에 나라를 빼앗긴 두우는 너무 원통해서 피를 토하고 죽었고, 죽어서 두견이라는 새가 되어 밤마다 목구멍에서 피가 나도록 울었고 그 피가 떨어진 곳마다에 진달래가 피어났다나 어쨌다나. 그 두견새를 귀촉도, 망제혼, 자규, 두우, 불여귀(不如歸), 소쩍새라고도 부른단다. 그런데 사실은 두견새가 울 무렵에 피어나는 꽃이라 두견화라고 부르는 거야.

▲ 더덕.ⓒ김민수

지금이야 더덕을 농가에서 재배하지만 어린 시절만 해도 더덕은 야생더덕을 채취해서 먹는 정도였기에 깊은 산중에 자라는 더덕은 참으로 귀한 것이었다.

80년대 초 어느 여름 강원도에서 청소년 여름캠프를 진행하면서 자연에서 먹을거리를 구해오는 활동을 한 적이 있었다. 그저 아이들이 버섯정도 구해 올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영지버섯에서부터 잔대, 산도라지, 더덕까지 다양한 것들을 채취해왔다. 물론 먹으면 안 되는 것들도 섞여 있어서 식용가능한 것들과 불가능한 것들을 잘 분류해서 그 날 저녁반찬으로 내어놓았다. 처음에는 불안해하던 아이들이 한 번 야생의 맛을 보더니만 맛나게 먹는다. 그 중에서도 별미는 더덕구이였다. 캠프를 간 터라 양념이 많지도 않았으니 그저 껍질을 벗기고 조약돌로 부드럽게 찧어 고추장만 발라서 구웠을 뿐인데 다 구워지기도 전에 없어진다.

아이들하고 먹다간 눈요기밖에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너 뿌리 실한 것을 감춰두길 참 잘했다 생각하며 회심의 미소를 띠고 저녁식사를 마친 후 선생님들과 함께 냇가로 나가 더덕을 까서 날로 먹었는데 세상에, 그 맛이 얼마나 쓴지 몸에 좋다고 한 뿌리를 다 먹고 나니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어머니에게 그 말을 했더니 대뜸 이렇게 말씀하신다.

"오래 묵은 더덕은 산삼보다 몸에 더 좋다고도 한단다. 그리고 그걸 먹고 현기증이 났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그게 약효가 좋았다는 이야기고. 산삼을 먹으면 간혹 혼절한다고들 하거든."

더덕의 꽃은 종 모양이다.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고 있는 더덕의 은은한 꽃은 관상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생명력이 무척이나 강해서 비썩 마른 더덕뿌리도 껍질만 벗긴 것이 아니라면 흙 기운만 있으면 싹을 낸다. 우리의 몸으로 모셔지는 것들, 그것들의 꽃들을 아이들에게 한번쯤 보여주는 것도 참 좋은 일일 것이고 그윽한 더덕향을 맡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 잔대.ⓒ김민수

잔대는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딱주, 사삼, 남사삼, 조선제니, 잔다구 등의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예로부터 잔대는 인삼, 현삼, 단삼, 고삼과 함께 다섯 가지 삼 중의 하나로 꼽아 왔으며 민간 보약으로 널리 썼다고 전해진다. 특별히 농가에서 잔대를 '딱주'라고 한다.
그런데 이 잔대는 풀 종류 가운데서 가장 오래 사는 식물의 하나라고 한다. 자그마치 그 수명은 산삼과 맘먹을 정도라서 백 년을 하는 것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장수하는 것만이 아니라 더 놀라은 것은 백 가지 독을 푸는 유일한 약초로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특별히 잔대는 뱀에 물렸을 때, 농약에 중독되었을 때, 중금속이나 화학약품에 중독되었을 때 묘한 힘을 발휘한다고 하니 우리네 마음 속에 있는 독까지도 다 풀어줄 것만 같다.

잔대는 더덕보다 사람들과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 그래서 어린 시절 많이 캐먹기도 했는데 얼핏 보면 더덕하고 구별이 안가고 맛도 비슷하다. 그래서 더덕이 귀하면 대신 잔대를 더덕구이 대용으로 내놓기도 한단다.

그리고 잔대는 백 가지 독을 푼다고 하니 약초로 많이 사용되겠지만 도라지나 더덕처럼 양념을 해서 생으로 먹어도 좋고, 구워 먹어도 좋고, 장아찌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 더덕보다는 식용으로 사용되니 농가에서 잔대를 재배한다는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다. 그래서인지 들녘에 흔한 것이 잔대다. 오히려 잔대에게는 잘 된 일이다.

▲ 민들레.ⓒ김민수

민들레의 별칭은 구덕초(九德草)다. 사람들이 흠모하는 아홉 가지 덕을 갖추었다고 하여 얻은 이름인데 그 아홉가지 덕을 통해서 민들레가 들려주는 삶의 소리를 들어보자.

민들레의 일덕(一德)은 모진 환경을 이겨내고 피어난다는 것이다. 홀씨가 날아가 어느 곳에든지 앉기만 하면 길가든 바위든 돌 틈이든 반드시 피어난다.
이덕(二德)은 일덕과 비슷한데 끈질긴 생명력을 가리킨다. 뽑히고 잘려도 기어이 싹을 내고야 마는 끈질긴 생명력 덕분에 민들레는 도심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꽃이다.
삼덕(三德)은 장유유서(長幼有序)인데 꽃이 필 때 한 뿌리에서 여러 송이가 피는 법 없이 차례를 기다렸다가 핀다하여 붙여진 덕이다.
사덕(四德)은 명암의 천기를 아는 지혜인데 어둠이 찾아오거나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면 꽃잎을 닫는다하여 붙여졌다.
오덕(五德)은 정이 많아서 멀리에 있는 곤충들까지 끌어들인다는 데서 붙여졌고, 육덕(六德)은 동틀 때 부지런히 피우는 부지런함이 그것이요, 칠덕(七德)은 홀씨가 홀로 어디든지 날아가니 그 모험심이요, 팔덕(八德)은 각종 좋은 약으로 쓰여 인(仁)을 간직한 꽃이라하여 붙여졌다. 구덕(九德)은 잎이며 뿌리며 아낌없이 내어주니 살신성인의 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민들레가 간직한 덕의 절반만 가지고 살아도 참 좋은 사람이 될 것인데 꽃보다 아름답다는 사람들의 삶이 과연 그러한지 돌아보게 하는 꽃이다.

나는 민들레를 주로 이렇게 먹는다.
연한 이파리는 샐러드로 먹거나 생으로 무쳐 먹기도 하고, 쓴 것을 잘 못 먹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살짝 데쳐서 쓴맛을 우려내 나물처럼 무쳐 먹는다. 그리고 뿌리는 작을 때에는 이파리와 같이 나물처럼 먹으면 되나 굵어지면 심지가 생기니 굵은 것은 반으로 갈라 심지를 빼내고 데쳐서 나물로 먹는다.

그 안에 들어있는 약효는 다 모르지만 세간에 민들레 뿌리가 간에 좋다고 하여 민들레가 수난을 당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떤 분이 민들레 씨가 마르겠다고 못 말리는 한국인이라고 했지만 아무리 뜯고 또 뜯어도 민들레는 또 피어나니 걱정마시라.
요즘은 농약을 많이 쳐서 봄나물이라도 밭 근처에 있는 것들은 겁이 나서 먹질 못한다. 우리 집 작은 텃밭과 뜰에 일부러 조금 방치해 두었더니 사계절 내내 생각날 때마다 뜯어먹어도 지천이다.

▲ 개망초.ⓒ김민수

주로 망초대라고 하여 망초를 나물로 많이 먹지만 개망초도 대가 올라오기전에는 먹을 만 하다. 망초대는 이파리를 바짝 땅에 붙이고 겨울을 난다. 무척이나 커서 하나 뜯으면 풍성했고, 어릴 적에는 제기로 사용하기도 했다. 개망초는 망초보다 작아서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망초보다 손이 조금 많이 가긴 해도 나물하는 재미는 제법 쏠쏠하다.
개망초는 아파리의 솜털 때문에 꺼끌꺼끌한 맛이 있어서 날로는 못 먹어 보았고 살짝 데쳐서 먹으면 호박잎을 삶아먹는 맛이 난다.

봄나물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섞어서 무치지 말고 종류별로 무치는 것이 좋고 화학조미료보다는 간장이나 소금, 고추장과 깨소금 같은 것들로 양념을 해서 먹는 것이 좋다. 야채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살짝 데쳐서 고추장이나 된장만 찍어서 먹거나 쌈으로 먹으면 옛 향기를 몸에 모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김민수님은 제주의 동쪽 끝마을에 있는 종달교회를 섬기는 목사입니다.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에서 소중한 것을 찾는 것을 즐겨 합니다. 자연산문집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내게로 다가온 꽃들'의 저자이기도 한 그의 글은 '강바람의 글모음 '을 방문하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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