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입국자 태반은 테러 용의자?

미국과 무비자 협정이 맺어지지 않은 국가의 시민은 이제 미국 공항과 항만을 들어갈 때마다 지문채취와 함께 사진촬영도 해야 한다는 비보다.

대한민국을 찾아오는 미국 시민들 모두에게 지문 채취와 함께 사진촬영을 하면 어떨까?

이런 문제뿐만이 아니다. 1970년대에 있었던 헤프닝인데,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주가 외국인들이 가지고 온 국제운전면허증을 인정하여 주지 않는다. 저들은 국제면허증을 해외로 나가는 미국시민들에게 발급해 주고 또 그것을 다른 나라에서 인정해 주기를 강요(?)하면서...

미시간에서 유학하던 시절 이런 일이 있었다. 국제운전 면허증을 서울에서 가지고 온 한 한인학생(지금은 서강대 철학과 교수)이 미시간 주 운전면허 관리국에 가서 항의를 했다. 왜, 국제운전 면허증을 인정해 주지 않느냐며 따졌다.

내가 만약 서울로 돌아가면, 미국인들이 서울와서도 운전을 못하게 하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짱을 놓아서 결국 미시간 주 운전면허증을 얻어내는데 무시험 통과를 한 웃지 못할 헤프닝이 있었다.

이번 달 5일부터 시행하게 될 지문채취와 사진촬영 문제는 국제적 반발을 일으킬 것이 틀림없다. 이것은 비미국인들을 모두 테러 용의자로 보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9.11테러가 발생하자 미 이민국은 전 영주권자들을 새롭게 신고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만약 신고를 하지 않으면, 적발이 될 때 영주권을 박탈할 수도 있다는 단서를 붙이고 강압적으로 신고를 의무화했다. 신고 기간은 이미 마감되었다.

신고기간내에 신고를 하지 않은 사람들은 언제 어떤 불이익을 당할 지 모른다.

이번 연말 연초 연휴기간 동안 숱한 외국 항공사들이 심한 타격을 받았다. 테러 용의자가 탑승했다는 근거가 없는 정보에 의해서 출입국이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또 케네디 국제공항(뉴욕)에 착륙한 비행기를 한 시간 이상 '연금'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이런 공포 공안 정국은 여행관련 산업을 위축시키고 있다. 대형 항공사들이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문검색이 너무나도 심해서 왠만해서는 비행기 탑승을 꺼리고 있다. 특히 일등석과 비지니스 클레스가 텅텅비어 있다.

필자는 아내와 함께 연말에 뉴욕서 로스 엔젤스를 1박 2일로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돌아오는 길에는 추가 요금없이 비지니스 클레스로 업그레이드 되는 행운도 맛 봤지만 탑승 수속시 검문검색은 마치 형무소를 들어가는 것 같았다. 신발을 벗어야 하고 혁대도 풀어야 하고...

이제 외국 여행객들이 국제 항공과 항만을 출입할 경우 지문채취를 당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해 본다. 이것은 중죄인 취급임에 틀림없다. 보통 범법자는 왠만해서는 지문 채취를 당하지 않는 것이 미국생활의 통례이다.

또한 방대한 국경선을 모두 철조망으로 둘러 막고 경비병을 둘 수도 없는 것이 미국의 현실이다.

여기에 소모되는 예산과 또 손실등을 고려해 볼 때 경제적 심리적 타격은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앞서도 지적했지만, 지문채취와 사진촬영은 국제적 정치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이다. 가장 기본적인 인권을 무시하는 처사를 미국은 시행하려고 하고 있다. 즉 '여행의 자유'가 그것이 아닐까?

<이도영의 뉴욕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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