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이 말하는 의녀 김만덕…제주도 김만덕 연구보고서 발간

▲ 의녀 김만덕.ⓒ제주의소리
18세기 후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 우리나라 최초 여성사업가이자 의녀(義女)인 김만덕(1739~1812)에게 세 가지 기특함과 네 가지 희귀함이 있다고 평가한 글이 발견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윤치부 제주교대 교수는 김만덕기념사업회가 최근 제주도에 제출한 의녀 김만덕 활약상 자료조사 연구보고서 중 '만덕이야기의 전승과 연구의 사적 전개'라는 논문에서 정약용 등 조선 실학자들이 김만덕을 칭송한 글을 소개했다.

정약용의 '다산시문집'은 '탐라(제주)의 기생 만덕이 얻은 진신대부(搢神大夫)의 증별시권(贈別詩卷)에 제함'이란 제목의 한시에서 "을묘년(1795년) 탐라에 흉년이 들었는데, 만덕이 의연금을 내 구원해 줬다"며 "그의 소원이 금강산을 구경하고자 함이었는데, 임금의 분부로 소원을 들어주게 했다"라고 김만덕을 소개했다.

정약용은 이 문헌에서 만덕에게는 세 가지 기특함과 네 가지 희귀함이 있다며 그녀를 칭송했다

정약용은 “만덕을 위해서는 좌승상 채제공(蔡濟恭)이 소전(小傳)을 지어 매우 자세하게 서술하였으므로 나는 덧붙이지 않겠다”고 말한 후 “나는 만덕에게는 세 가지 기특함과 네 가지 희귀함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만덕을 평가했다.

정약용은 세 가지 기특함에 대해 기적(妓籍)에 실린 몸으로 과부로 수절한 것, 많은 돈을 기꺼이 내놓은 것, 바다섬에 살면서 산을 좋아하는 것이라 했다.

네 가지 희귀함에 대해서는 여자로서 중동(重瞳·겹으로 된 눈동자)인 것, 종의 신분으로 역마(驛馬)의 부름을 받았으며, 기생으로서 중(僧)을 시켜 가마를 메게 하였고, 외진 섬사람으로 내전(內殿)의 사랑과 선물을 받은 것이 희귀하다고 평했다.

정약용은 이어 "아. 보잘 것 없는 일개 여자로서 이러한 세 가지 기특함과 네 가지 희귀함을 지녔으니, 이 또한 하나의 대단히 기특한 일이다"라고 쓰고 있다.

김두봉의 '제주도실기' 27장 열녀편에는 '여자 중 특이한 인물'이란 소제목 아래 "자선심이 풍부하고 가난한 사람을 많이 구생한 행수 내의녀 김만덕의 사실'이라고 소개했다.

이 기록은 또 김만덕의 외모와 말씨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몸이 비대하고, 키가 크고, 말씨가 유순하고, 후덕한 분위기가 나타났으며 눈은 쌍거풀이며 칠순이 되도록 성상(임금)이 잡으셨던 왼 손목을 비단으로 감싸서 살빛을 감추었고 흰머리와 얼굴 빛은 희여서 부처라 불렸다고 했다.

 윤교수는 '정조실록'외에 '승정원일기'와 '일성록'에 기록된 만덕 기사도 발굴해 소개했다.

 '승정원일기' 정조 20년 11월24.25.28일조는 만덕에게 식량과 노자를 주어 금강산을 구경할수 있도록 비변사가 그 일을 맡게 하라는 정조임금과 채제공과의 대화를 비롯해 만덕 이야기를 진신대부들이 기록했다든지, 남자도 하기 힘든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일성록' 정조 20년 11월25일조엔 만덕이 제주백성을 구휼한 후 상을 받기도 면천받기도 원치 않고 왕성(한양)과 금강산을 보고 싶어하는 일 등을 기록했다.

   
김은석 교수(제주교대)는 이 보고서에서 “엄밀히 따진다면 은혜의 빛을 온 세상에 번지게 한 주인공인 김만덕의 자선의 손길을 입지 않은 당시 제주도민들이 있을까”라며 “현재 그 후손들이 모여사는 곳이 다름아닌 제주도인 만큼 제주도민들은 김만덕 추모사업을 단순히 일회성 행사에 머물게 할 것이 아니라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범국민적인 운동으로 승화시켜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며 의녀 김만덕에 대한 재조명을 범국민적 운동으로 전개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김은석 교수는 김만덕 정신의 계승과 사회적 가치의 재발견을 통한 도민화합과 지역간, 세대간, 계층간 화합의 촉매역할을 하기 위해 ‘만덕상’을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만덕의 기본정신이 ▲평등성 ▲도전성 ▲문화성 ▲세계성을 내포하는 만큼 제주도에서 주관하는 만덕상을 단순히 자선사업가에게 주는 봉사상 수준을 탈피해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한국여성을 발굴하는 사업으로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김 교수는 또 “지금까지 김만덕에 대해서는 한국사회에서 주변적 인물로 인식돼 왔으며 그렇기 때문에 신사임당, 유관순처럼 연구물도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사료발굴 및 김만덕 관련 유물제작 지원, 전국적인 학술심포지엄 등 학술지원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만덕묘가 들어서 있는 모충사에는 의병항쟁 기념탑, 조국독립을 위해 일본에서 투쟁하다 순국한 지사 조봉호 기념탑, 의녀 김만덕 묘탑이 있고 그의 유품이 전시돼 있는 만덕기념관이 있으나 유물이 내용과 걸맞지 않고 빈약하다며 만덕묘를 범도민적 내지는 범국민적 운동으로 성역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주도는 연구보고서를 토대로 의녀 김만덕을 최초의 여성 화폐인물로 선정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연구자료 총서를 발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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