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영의 뉴욕통신] 하늘에서 내려 준 ‘송편’

▲ 버섯 하나가 프린트 용지만큼 큰 느타리버섯
올 한가위 추석에는 송편을 맛보지 못할 것이라고 단념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커다란 송편을 하늘에서 내려 주었네요.

나의 농장 근처에 있는 주립공원 숲에서 야생버섯을 탐색하기 시작한 지 딱 1주만에 얻은 '횡재'(good luck)입니다.

버섯 크기가 프린터 용지 하나만큼 큽니다.

이곳 사람들은 'King Oyster'(왕조개, 학명: Pleurotus ostreatus) 버섯이라고 부르지요. 모양이 마치 조개처럼 생기기도 했지만 비릿한 냄새도 아주 흡사합니다. 숲에서 나는 왕조개입니다. 한국말로는 아마도 '느타리버섯'인 것 같습니다.

나는 생긴 것이 어머님이 맹질 때면 손수 방상 사람들과 함께 빚던 '송편'같이 생겼다고 해서 '송편' 버섯이라고 이름 해 봅니다.

'자연농법'(환경농법)을 인터넷에서 찾아서 공부하다가 만나게 된 최종수 목사님을 통해서 야생버섯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탐색하고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자농 웹사이트에 종종 야생버섯에 대해서 아주 흥미로운 글을 올리시는 분입니다. 지금은 목사직에서 은퇴해서 메릴랜드 헤거스타운이란 마을에 기거하는데 짬만 나면 야생버섯을 탐색하러 나선답니다.

지난주에는 나의 간청을 받아들여서 부부가 나의 농장을 방문해 주었습니다. 4시간 이상 고속도로를 단숨에 달려와서 2박 3일을 머물면서 젊었을 적 '통일운동'하던 역사도 말씀해 주었고 신앙생활에서 선각자들에 대한 역사도 많이 들려주었습니다.

야생버섯에 대해서도 일가견이 있어서 밤새워서도 얘기가 끝나지 않을 정도로 무궁무진했습니다. 제주의 오르미 고평열 여사에 대한 얘기도 곁들여서 해 주더군요.

지난 주 일요일 낮에는 나와 함께 인근 주립공원에 실습을 나갔는데, 5년만에 영지버섯을 본다면서 내가 찾아낸 버섯에 대해서 감탄을 하더군요.

자연 속에서 버섯이 하는 역할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고...) 여과 (mycofilteration), (2) 수림조성 (mycoforestry), (3) 훼손보수 (mycoremediation), (4) 살충 (mycopesticides). 좀 더 상세한 내용은 최종수 목사님이 곧 자농 웹에 한 가지씩 글로 올린답니다. [www.janong.com]

나도 수년전부터 뉴욕에서 집 주변 시립공원과 허드슨 강변을 따라 자연적으로 조성된 깊은 숲속에서 야생버섯들을 관찰해 오고 있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공부한 것은 일주일밖에 안됩니다.

벌써 10여 종을 식별하는 눈이 열리는군요.

그러면서 두고 온 고향의 한라산을 자연적으로 떠 올립니다. 무궁무진한 자연의 보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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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질때면 어머님이 만들어 주신 '송편'과 같이 생겼다고 해서 '송편 버섯'이라고 불러 봅니다.
1997년~1999년 약 2년 반 동안의 탐라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기회를 얻었을 때, 짬만 나면 주변 한라 계곡들을 탐사하고 비디오로 각 계절이 바뀔 때마다의 자연풍경과 식물들을 관찰 기록한 바도 있습니다. 참으로 신이 내려준 보화입니다. 이런 보화는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진귀합니다.

자연경관도 빼어납니다. 요즘은 농장일에 묻혀서 여행할 기회가 없는데, 거의 매년 한 번씩 십여 곳의 세계 명승지를 답사하여 왔습니다. 내가 아는 견문에 의하면, 제주도 만큼한 곳이 퍽 드뭅니다. 나는 특히 한라산을 자연보고의 만물상, CD (Compact Disk)라고 부릅니다. 아열대에서 한대까지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가 있지요.

학교와 내 주거지의 거리가 걸어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등산로였습니다. 봄이 되면 한 3월 15일 부터 6월 중순까지 한라산 고사리를 만끽할 수 있었고 새벽의 들녘과 계곡의 각종 새와 동물들의 노랫소리는 그 어떤 인간이 창출해낸 교향악 보다 준수합니다. 그 교향악에 매혹되어 고사리를 채취하다 보면 어느 새 학교 연구실에 이르게 됩니다.

학생들은 나에게 별명으로 '고사리 교수'란 칭호를 붙여 주더군요. 내 이름은 간 곳 없고...

당시에는 한라산의 표고버섯 정도로만 관심이 있었지 야생버섯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가지지 못하였습니다.

▲ 노루궁댕이버섯
한라산의 야생버섯을 연구한다면 아주 우수한 논문감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일반인들도 아마 취미로써 탐색하는 것도 추천할 만합니다.

내가 일주일 사이에 만난 이름 있는 버섯들을 몇 가지 사진으로 올려 봅니다.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한가위에 고향을 떠난 나그네들에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 주시기 간절히 바랍니다.

늘 성경속의 이집트 바로 왕 앞에 선 야곱을 그려 봅니다. "나그네 생활 130년...그러나 나의 조상의 그것에 미치지 못 합니다"라고 고백하던 그 늙은이...[창세기 47장 7절 ~]

그것이 오늘의 나의 '나그네' 모습이 될 줄은 꿈에도 그려보지 못했습니다.

한가위 둥근달을 쳐다보면서 그 속에 님들의 얼굴을 하나씩 떠 올려 봅니다.

건안과 건투와 건승을 기원합니다. 만리 이국에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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