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로당 지시에 의한 것" 규정...고교 교과서 '개정' 요구

▲ 국방부가 제주4.3을 "대규모 좌익세력의 반란"으로 규정하면서 교과서를 수정하도록 요구한 사실이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국방부가 민주당 안규백 의원에게 제출한 문건. ⓒ제주의소리
 ‘좌편향’ 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방부가 제주4.3을 “남로당의 지시에 의한 좌익세력의 반란”이라고 규정하고, 4.3관련 교과서 내용을 수정할 것을 교육과학기술부에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국회 국방위 소속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17일 공개한 국방부의 ‘고교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개선 요구’ 문건에 따르면 국방부는 제주 4.3 사건을 “대규모 좌익세력의 반란 진압 과정 속에 주동세력의 선동에 속은 양민들도 다수 희생된 사건”으로 개정하도록 요구했다.

국방부는 제주4.3과 관련해 직접 수정을 요구한 교과서는 대한교과서가 펴낸 <한국근현대사>. 이 책은 265쪽에 제주4.3과 관련해 "1947년 제주도에서 3.1절 기념식을 마치고 시가행진을 하던 군중에게 경찰이 발포하였다. 이에 국민들은 책임자 처벌을 요구...그런데 군정당국은 민심을 수습하기보다 무력으로 탄압하였다... 이 사건은 1948년 제주도 4.3사건이 일어나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3.1시위 배후에는 공산당 산하조직인 '민주주의 민족전선'의 조종이 있었으며, 경찰의 발포는 기마경찰 발굽에 학생이 다치는 우연한 사고에 대해 군중이 투석을 실시함에 따라 시작되었다"면서 "이러한 배경 설명 없이 경찰의 군중에 대한 발포사실만을 지적, 사건의 진상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교육과학기술부에 "공산주의 좌익세력이 만든 남조선로동당은 유엔(UN) 결의에 따른 대한민국의 건국을 저지하고자 파업과 폭동을 포함한 총력 저지 투쟁에 나섰다. 특히 남로당은 1948년 2월 7일 전국적인 파업과 폭동을 지시했고 그같은 폭동방식에 의한 대한민국 건국 저지 행위가 가장 격렬하게 일어났던 것이 제주도에서 4월 3일 발생한 대규모 좌익세력의 반란 진압 과정에서 주동세력의 선동에 속은 양민들도 다수 희생된 사건이다"라고 해당 교과서를 바꿀 것을 요구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보수진영에서 제주4.3을 ‘남로당 지시에 의한 반란 또는 폭동’이라 케케묵은 이념논쟁과 색깔론을 시도한 적은 있으나, 국방부가 이 같은 이른바 ‘반란-폭동론’을 주장한 것은 처음으로 제주사회는 물론 전국적으로도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한나라당과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제주4.3 중앙위 폐지를 위해 특별법 개정안을 마련했다가 민주당과 도민사회의 반발에 직면해 수면 밑으로 가라 앉았으나, 이번에는 4.3중앙위 폐지-과거사관련위 통폐합이 수준을 넘어 아예 4.3을 ‘반란-폭동’으로 규정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엄청난 후폭풍이 일 것으로 보인다.

안규백 의원은 이와 관련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4.3민중항쟁에 대해 군경토벌대의 진압작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무고하게 희생되었음을 인정하고,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공식 사과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며 "잘못된 역사에 대한 국가차원의 최초의 사과였는데, 국방부의 이같은 행위는 정부의 공식입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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