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영의 뉴욕통신]제2 타이타닉호 거대한 빙산에 추돌 침몰 직전

누군가가 이렇게 말한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공산주의가 망하면 자본주의도 덩달아 망한다."

세계의 패권을 노리고 승승장구하던 미국의 '신자유주의'는 이제 '사망' 선고를 받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거대한 빙산이 대서양 한 모퉁이 타이타닉과 흡사한 맨해튼 월 가와 추돌했다.

세계 굴지의 금융회사들이 도미노 현상을 방불케 하는 도산 위기에 처하고 급기야는 미 연방 정부가 극약 처방을 지었다.

현재 (9월 21일, 일요일 저녁) 입법부에 그 처방이 승인되도록 넘겨져 심의 중에 있다.

제2 타이타닉호 선장은 여러분이 잘 아시다시피 텍사스의 카우보이 조지 부시'다. 지금 배 밑창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서 바닷물이 차 올라 오는데 속수무책이다.

한쪽으로 거의 90도 각도로 기울어져가는 타이타닉 호의 방향타는 프린스턴 대학 경제학과 출신 한 교수와 또 다른 월 가 출신 한 투기의 명수가 함께 쥐고 있다:

연방 준비은행 총재 버네이크와 재무성 장관 폴슨 주니어.

뉴욕 타임즈가 혹평을 했듯이 이 둘은 지금 월 가 금융계에 낡은 도그마를 파묻고 있다. 7천 억 달러의 ‘뗌빵’ 공사를 벌렸다. 과연 그 공사가 구멍의 크기를 현재 어림짐작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뗌빵’을 제대로 해 낼 수 있을 지 퍽 궁금하다.

왜, 그 구멍의 크기를 어림짐작도 할 수 없다는 말인가?

그것은 레이건 행정부 당시부터 클린턴 행정부 그리고 현재의 부시 행정부에 이르기 까지 금융계의 로비스트들에 의해서 펼쳐진 작전에 의해서 거의 모든 규제들을 '자율화'해 버렸다. 그래서 금융업체들은 연방정부의 그 어떤 간섭도 받지 않고 커다란 공룡으로 성장해 버렸다. 그야말로 정글의 법칙만이 지배하는 '자유세계'가 되었다.

이름도 모를 온갖 금융 파생상품을 만들어 내어서 팔았다. 천문학적 이익을 창출해 내고도 이제와서는 파산이란다.

이익을 챙길 때는 연방정부 절대 필요 없다 해 놓고 거액의 감당할 수 없는 손실이 발생하자 이제 와서는 덤태기를 '일반 미국시민들'에게 씌우는 꼴이 되었다.

지금 부시 행정부에서 국회에 요청한 긴급제안 구제책의 소요 예산액은 7천 억 달러이다. 지금까지 이라크 전쟁에 퍼 부은 순수 경비와 맞먹는 것이며 미국 시민 두당 2천 달러 이상의 부채를 떠 안겨 주는 결과라고 <뉴욕 타임즈>는 분석했다.

이 예산은 극약 처방으로 투입되는데 주로 금융업체들의 부실 모기지들을 사고팔고 하는데 재무성이 독단적으로 알아서 쓰도록 절대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크게 제약조건도 없다. 단, 1년에 두 차례 국회에 보고서를 제출하면 된다고 한다.

이 예산이 국회를 통과하고 집행될 경우 미국 정부의 총 적자액은 11조 3천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아우성이다. 동그라미를 몇 개를 그려야 할 지 하도 궁금해서 노트에다 그려 봤다: $11,300,000,000,000.

베트남 전쟁때 처럼 지지부진하고 있는 이라크 전쟁과 아프카니스탄 전쟁 그리고 침몰하는 제2의 타이타닉호 긴급 재난 구조작전 등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경제를 깊이 모를 수렁으로 함께 끌고 들어가 버리는 격이다.

월 가는 생리적 특성상 '소문'(rumor)에 의해서 주가가 오르락 내리락한다. 지금 부시 행정부가 제안한 극약 처방 때문에 아마도 내일(월요일) 열리는 시장은 반짝 급등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그 극약 처방의 효력이 상실될 기미가 보이면 그 때는 '쓰나미'처럼 빠져 나갈 것이다. 그 어느 누구고 감당을 못하게 될 것이 명약관화이다.

과연 '낡은 도그마'가 제대로 작동할 것인지? 제2의 타이타닉 방향타를 잡은 두 사람에게 세계의 시선이 총집중되어 있다.

대한민국 이명박 행정부는 '신 자유주의'의 맹신자들로 구성이 되어 있어 심히 우려된다. 대부분의 공기업을 '민영화'한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거의 모든 금융 사기업들이 '국영화'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모든 규제 완화/해체가 아니라 이제 엄격한 규제하에 사기업들의 운명이 놓이게 된다.

맨해튼으로 들어가는 입구 뉴욕항구에는 '자유의 여인상'이 우뚝 솟아 있다. 이제 미국은 센 프란시스코 금문교 아래에다 '책임의 여인상'을 새로 세워야 할 때가 되었나 보다.

▲ 이도영 편집위원
침몰하는 제2의 타이타닉 호의 추돌 책임을 아직은 추궁하고 있지 않다. 모든 책임있는 CEO들에 대해서 어떤 추궁이 이어 질지도 주목된다. "기업은 망해도 CEO들은 결코 망하지 않는다"는 신화가 어디까지 지속될 것인지?

그리고 곧 두어달 내로 다가오는 미국 대선이 또 하나의 심판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당 대통령 후보들은 설전을 벌리고 있다.

22일자 <뉴욕 타임즈>에 의하면, 공화당의 한 상원의원은 이렇게 선언했다: "이제 모든 (선한) 의도와 목적들을 가진 자유 (경쟁) 시장은 미국에서 죽었다."<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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