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무기한 단식 중인 강정마을회 강동균 회장

가을이 무르익어 황금빛으로 물든 제주 들녘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절기에 걸맞게 억새꽃 잔치, 서귀포칠십리축제, 해녀축제, 호박축제 등 이루 열거할 수 없이 많은 이벤트들이 도 전역에서 준비되고 있다.

가을에 설레기는 귤 수확을 앞둔 농부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1년간 이때만을 기다리며 땀흘려온 농부들이다. 귤을 재배하는 농부들은 과실이 완전히 익어서 소비자들에게 자신 있게 선보일 수 있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대자연이 평화와 결실을 가져다주는 황금기에, 생업을 뒤로하고 무기한 농성을 펼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해군기지 예정지로 결정된 강정 마을회 주민들이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로 반토막 난 제주

▲ 농성장 제주도청 앞에서 강정마을회 소속 주민들이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장태욱

 

지난 6일에는 도청 앞에 농성장을 설치하려는 강정 마을회와 도청 공무원들 간 한바탕 몸싸움이 일었다. 당일 공무원들의 저지로 천막을 설치하지 못한 마을회는 도청 앞 길가에서 이슬을 맞으며 철야농성을 펼쳐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7일부터 천막농성을 시작한 마을회는 10일에 이르러서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로부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단식에 가장 먼저 참여한 사람은 강동균(52) 마을회장이다. 강동균 회장을 만나기 위해 제주도청 앞에 마련된 천막 농성장을 찾았다.

천막농성장 주변에는 강회장 외에도 강정주민 10여 명이 농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천막 농성장을 설치하는 와중에 도청 공무원들과의 마찰을 경험했었기 때문인지, 마을 주민들은 혹시나 재발할지도 모르는 불미스런 사태에 대비해 단식 중인 강회장을 지키고 있었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농성장을 찾아 주민들을 격려하고 있었다. 그리고 멀리 일본에서 강정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농성장을 찾은 사람도 있었다. 그는 재일교포라고 자신을 소개했는데, 서투른 글씨로 방명록에 '평화제주, 평화강정 김임만'이라는 글을 남겼다. 

▲ 지지방문 제일교포 김임만씨가 강정마을 주민들을 격려하기 위해 농성장을 찾았다.
ⓒ 장태욱

강 회장은 인터뷰에서 "주민동의를 얻지 않고 강정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는 것은 절차상 옳지 않다"고 했으며 "제주도 해군과 제주도 당국이 강정에 민군복합형 항구를 짓겠다고 하지만 이는 군항이라는 본질을 숨기기 위한 술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강회장은 또 "강정 주변 바다에는 연산호를 비롯한 희귀한 생물 서식지가 있어서, 생물권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세계자연유산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국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리고 "제주가 '국제평화의섬'이라는 이름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해군기지 건설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강동균 회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해군기지 유치, 주민의견 묻지 않았다

▲ 강동균 마을회장 강정 마을회 강동균 회장이 해군기지에 반대하며 가장 먼저 단식을 시작했다.
ⓒ 장태욱

- 현재 맡고 있는 마을회장 임기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작년부터다. 작년에 해군기지반대 대책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었는데, 주민총회에서 주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묻지 않고, 해국기지를 유치하려 했던 전임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이 가결되었고, 그 후임으로 내가 마을회장으로 뽑혔다."

- 마을회장으로 뽑힌 이후에도, 서귀포시에서 통장 임명을 거부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도 통장 임명을 받지 못했나?

"통장 임명은 받은 상태다. 시청에서 임명을 거부하다가 결국 여론의 눈치를 봤는지 임명장을 줬다."

- 통장의 역할 중에 시장이나 동장의 업무를 보좌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제주도 당국과 각을 세우고 있으니 통장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렵지 않은가?

"사실 서귀포시청과 관계가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지금은 제주도에 자치시가 사라져서 임명시장이 행정을 총괄하기 때문에, 모든 공무원들이 도지사만 하늘처럼 받들고 있다. 지방자치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 그래도 강정주민들이 뽑은 도의원도 있지 않은가?

"지금 제주도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용하 의원이 우리 마을 지역구 도의원이다. 그런데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문제로 시끄러워도 제대로 주민들의 의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최근에 약간 도정에 대해 불만스런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지만, 본질적으로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하려는 노력은 미흡했다."

- 강정 주민들이 1년이 넘게 해군기지를 반대하며 싸우고 있는 와중에도, 마을에 해군기지를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반대 측 입장에 선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찬성 측이 찬성하는 이유는 뭔가?

"우리가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해군기지가 우리 마을에 유치되기로 결정되는 와중에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묻지 않았기 때문이며, 둘째로 강정이 해군기지에 입지적으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정 해안에는 연산호 군락지 등이 있어서 이 일대가 생물권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이 생물들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을에 해군기지를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민들 상당수가 해녀들이다. 지난해 마을총회 때 해녀 분들이 '해군에서 해녀 1인당 1억 원씩 보상해주기로 했는데, 왜 반대하냐'고 항변했다. 그런데 해군에서 1억 원씩 주기로 했다는 것은 근거가 없는 말이다. 누군가 중간에 거짓 정보를 흘린 것이다. 해녀들 이외에 유치에 찬성하는 또 다른 사람들은 해군기지가 들어오면 마을이 발전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군사기지가 들어오면 어떻게 마을이 발전하겠나? 근거가 없는 기대다."

- 그럼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찬성과 반대 비율이 어느 정도인 것으로 보는가?

"찬성 30%대 반대 70% 정도다. 그러니 내가 기존 마을회장을 물러나게 하고, 나를 마을회장으로 뽑아준 거 아니겠나?"

친척끼리 말 안하고 차례도 따로따로, 주민 갈등 심각

▲ 해군기지 반대 강정마을회에서 세운 해군기지 반대 문구
ⓒ 장태욱

- 마을 주민들 내부에도 갈등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실제 어떤 상황인가?

"친척끼리 입장이 갈려 서로 인사도 안하고 사는 집이 있고, 심지어 형제간에도 입장이 달라서 추석 때 서로 각자의 집에서 부모님께 따로 차례를 지낸 집도 있다.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찬성 측, 반대 측 가릴 것 없이 제주도정의 계략에 말려 피해를 보는 것이다. 후유증이 오래 갈 것 같아 걱정이다."

- 감귤 수확을 앞둔 시기다.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주민들도 생업은 돌봐야 하는데, 지장이 클 것이다. 이 중요한 시기에 무기한 단식이라는 극 처방을 내린 이유가 뭔가? 

"우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제주도 전역을 차량순회도 해보고, 도보일주도 해봤다. 농성과 기자회견도 여러 차례 했다. 그런데 제주도지사가 우리의 얘기를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았다. 지난 여름에는 도보순례를 마치고, 우리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도청을 찾았는데, 도지사는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명예도민증을 전달하기 위해 부산으로 떠나고 없었다. 명예도민증을 전달하는 일이 지역 주민들의 뜻을 듣는 것보다 중요한 일인가?"

- 국민들과 도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제주도는 정부가 정한 국제평화의 섬이고,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자연유산을 간직한 섬이다.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들어선다는 것은 이 두가지 어떤 것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제주도와 해군은 제주도에 들어서는 것이 '민군복합항'이니, '관광미항'이니 하지만, 이는 본질을 호도하기위한 술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진정 민군복합항을 만들려는 의지가 있다면, 제주도 전역을 두고 지형적 적합성을 조사해야 한다. 지금 제주도와 해군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는 방식은 공정하지도 않고, 민주적이지도 않으며, 행정이 투명하지도 않다. 많은 국민들과 도민들이 우리 마을회의 진정성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강동균 회장은 부인과 2남의 가족을 거느리고 있었다. 강 회장의 장성한 20대 아들이 천막 근처에서 아버지의 고단한 투쟁을 지켜보고 있었다. <제주의소리>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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