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4.3사건관련 마침내 유족과 도민에게 사과

노무현 대통령이 마침내 제주4·3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사과했다.

노무현 대통령인 31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회 제주평화포럼 개막식에 참석, 기조연설을 한 후 라마다 플라자 제주호텔로 장소를 옮겨 오찬을 겸한 제주도민과 간담회를 갖고 정부를 대표해 55년 발생한 4.3사건에 대해 유족들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4.3유족을 비롯한 400명의 도민이 참석한 자리에서 "55년 전, 평화로운 섬 이 곳 제주도에서 한국현대사의 커다란 비극 중의 하나인 4·3사건이 발생했었다"면서 "제주도민들은 국제적인 냉전과 민족 분단이 몰고 온 역사의 수레바퀴 밑에서 엄청난 인명 피해와 재산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번에 제주를 방문하기 전 '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하여 각계 인사로 구성된 위원회가 2년 여의 조사를 통해 의결한 진상조사 결과를 보고 받았다"고 전제, "위원회는 이 사건으로 무고한 희생이 발생된 데 대한 정부의 사과와 희생자 명예회복, 그리고 추모사업의 적극적인 추진을 건의해 왔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저는 이제야말로 해방 직후 정부수립 과정에서 발생했던 이 불행한 사건의 역사적 매듭을 짓고 가야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제주도에서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 발생한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 그리고 1954년 9월 21일까지 있었던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무고하게 희생되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저는 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힌 후 "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며 유족과 제주도민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4.3에 대한 사과발언이 이어지는 순간 회의장 장내는 환호소리와 박수소리가 쏟아졌으며, 일부 유족들은 50년 맺혔던 한(恨)이 풀리는 감격에 복받친 눈물을 흘렸다.

노무현 대통령은 도민들의 박수 속에 "정부는 4·3평화공원 조성, 신속한 명예회복 등 위원회의 건의사항이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혀 또다시 뜨거운 감사의 박수를 받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어 '존경하는 국민여러분'이라며 국민들을 향해 "과거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억울한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은 비단 그 희생자와 유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전제, "대한민국 건국에 기여한 분들의 충정을 소중히 여기는 동시에, 역사의 진실을 밝혀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하고 진정한 화해를 이룩하여 보다 밝은 미래를 기약하자는 데 그 뜻이 있다."고 말해 4.3에 대한 사과가 우리 민족사의 묵은 때를 씻고 21세기 미래로 전진하는 밑거름임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또 "이제 우리는 4·3사건의 소중한 교훈을 더욱 승화시킴으로써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확산시켜야 하겠다"며 "화해와 협력으로 이 땅에서 모든 대립과 분열을 종식시키고 한반도의 평화, 나아가 동북아와 세계 평화의 길을 열어나가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여러분께서는 폐허를 딛고 맨손으로 이처럼 아름다운 평화의 섬 제주를 재건해냈다"며 "제주도민들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며, 이제 제주도는 인권의 상징이자 평화의 섬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밝혀 제주도민에게 사과와 함께 경의를 표하며 이날 공식 사과발언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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