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제주장애인합동결혼식-2004 사랑의 결혼식 치러
옛 전설에 나오는 비익조(比翼鳥)는 혼자서 날 수 없는 새이다. 태어날 때부터 눈도, 날개도, 다리도 하나씩만을 갖고 나왔다. 그러다 자신의 진정한 반쪽을 만나면 비로소 둘은 하나가 되어 하늘을 날 수 있다.
㈔제주도장애인총연합회(회장 김호성)가 주최한 제7회 제주장애인합동결혼식-사랑의 결혼식.
이날 많은 하객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린 이들은 지체장애 3급 박삼숙씨와 지체장애 1급 윤명희씨 부부, 지체장애 3급 문덕만씨와 비장애인 한은진씨 부부, 신장장애 2급 강배원씨와 비장애인 고미애씨 부부.
같이 생활한 지 27년만에 웨딩드레스를 입고 면사포를 쓴 윤명희씨(52). 지난해에 딸을 먼저 시집보내고 나서 갖는 결혼식이라 감회가 더 새롭다.
“그냥 살다보니 결혼식도 못 올렸다”며 “늦게나마 이렇게 결혼식을 하게 된 것이 너무 기쁘다”고 얼굴 가득 행복한 웃음이다.
지난해 결혼한 윤명희씨의 큰딸은 “부모님이 결혼식도 못 올리고 사셨다는 것을 이번 결혼식 준비를 하면서 알게 됐다”며 “마음이 아팠지만 이제라도 웨딩드레스를 입은 엄마 모습을 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주례는 김영호 제주시자원봉사단체협의회장이 맡아 “옛말에 착한 아내를 얻으면 3년이 행복하고 현명한 아내는 30년, 지혜로운 아내는 3대(100년)가 행복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부모에게는 착한 며느리와 딸이, 자식에게는 현명한 어머니가, 남편에게는 지혜로운 아내가 되십시오. 그리고 남편은 아내에게 사랑이 가득 담긴 봉사를 한다면 만인의 축복을 받는 선택된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라며 세 부부에게 축복의 주례사를 했다.
부모님께 드리는 어느 신부의 편지 | ||||||||||||
오늘 이 순간을 있게 해주신 아버지, 어머니 정말 고맙습니다. 성치 못한 몸으로 살아가는 게 부모님 잘못이 아니건만, 그 동안 어지간히도 속을 썩여 드렸습니다. 그 모든 고통을 다 감수하시느라, 저보다 몇 갑절 더한 아픔과 한이 아버지, 어머니 가슴을 멍들게 한 것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안고 있는 장애가 멍에라면 차라리 당신이 지고 싶어했던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 어머니! 세상살이가 분명 힘들긴 했지만 장애가 제게 멍에만은 아니었습니다. 장애를 통해서 희생과 사랑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 힘인지를 알았고, 장애를 통해서 일반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2004년 12월 16일 당신의 딸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