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름다운 제주국제마라톤대회' 참여한 박원순 이사

26일(일) 제주에서는 독특한 마라톤대회가 열렸다. (주)아름다운가게, 탐라대학교, 인터넷신문 <제주의소리>가 공동주관한 ‘제1회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가 그것이다.

‘나마스테 갠지스’를 캐치프레이즈로 하는 이번 대회는 수익금 전액을 서남아시아 수재민들을 돕는데 사용하기로 약속한 가운데 열렸다.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일까, 초대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마라톤 동호인들을 포함한 선수 2600여명과 자원봉사자 400여명이 행사에 참여하였다. 제주도에서 열린 마라톤대회 치고는 꽤 많은 인원이 참여하자, 대회를 준비한 일꾼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했다.

▲ ⓒ제주의소리

대회가 열리는 구좌생활체육공원 운동장에는 아름다운가게 서울본사에서 보내온 ‘초록 산타’ 차량이 배치되어 나눔의 장터를 열었고, 시사만화가 김경수 화백이 대회장에서 참가자들에게 캐리커처를 무료로 그려주기도 했다. 

이날 마라톤대회식장에는 대회장인 양창식 탐라대총장과 제주의소리 고홍철 대표는 물론이거니와, 김태환 제주도지사, 김용하 도의회 의장, 김우남 국회의원, 장정언 전 국회의원 등 도내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여, 대회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 박원순 이사 박원순 이사가 대회에 참여하여 참가 선수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 장태욱

이들 외에도, 아름다운재단의 박원순 이사가 경기장을 방문하여 참가자들에게 짧게 격려의 인사를 했다. ‘나마스테’라는 서남아시아 인사로 말문을 연 박이사장은 “서남아시아 수재민들을 돕기 위해 마라톤에 참가한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이미 아름답다”며, 대회에 참가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오전 10시, 양창식 탐라대 총장의 개회 선언 직후 풀코스(42.195km)와 하프코스(21.0975km) 참가자들이 먼저 출발하고, 그 다음으로 10km 참가자들이, 마지막으로 5km 걷기 코스 참가자들이 각각 5분 간격으로 출발하였다.

선수들이 모두 출발하고 나자, 대회식장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자리를 뜨는데 반해 박원순 이사는 “여기까지 왔으니 저도 좀 참여해야하지 않을까요”라며, 해안도로를 향해 걸어 나갔다. 5km 걷기에 참여한 시민들과 함께 바닷바람을 맞고 싶은 모양이었다.

▲ 박원순 이사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제주를 방문했다.
ⓒ 장태욱

박이사가 평상복 차림으로 경기장에 찾아왔기 때문에, 선수들이 출발하고 나면 그는 본부석에 남아 있다가 도착선수들을 맞을 것이라고 여겼던 내 기대가 빗나가고 말았다. 박이사로부터 이번 대회에 대해 자세히 들을 예정이었던 지라, 어쩔 수 없이 그와 해안도로를 함께 걸어야 했다.

“걸으면서 인터뷰에 응해보긴 처음이네요. 나는 괜찮지만, 걸으면서 메모 가능하겠어요?”

박이사와의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카메라를 메고 메모지를 손에 들고, 가방까지 어깨에 메고 있으니 안쓰러워 보였는지, 친절하게 내 가방을 대신 들어주기도 했다.

- 이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하게 된 계기나 목표가 있을 것 같은데요?

“'나마스테 갠지스' 캠페인은 아름다운가게와 영국 옥스팜(Oxfam)이 지난 3년간 네팔·인도·방글라데시 등 갠지스강 유역에서 공동으로 벌여온 지역개발 프로그램이예요. 옥스팜은 50년 이상 세계 여러 나라를 대상으로 구호활동을 펼쳐온 구호단체입니다. 우리보다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요. 그들의 노하우를 배우면서, 서남아시아 재해민들을 함께 돕고 있는 겁니다.

모든 일에는 목표와 대상이 뚜렷하면 좋잖아요. 이번 마라톤 대회에서 모금의 절반인 1500만 원 정도가 이 사업에 쓰여 질 겁니다. 제가 알기로는 국내에 500여 마라톤 대회가 있는데, 이번 대회가 기부 마라톤으로서는 최초예요. 이런 면에서 의미가 큽니다.”

-특별히 서남아시아가 구제의 대상으로 선정된 이유가 있나요?

“그 지역 나라들이 재해가 많이 발생하는데 반해서, 재방을 쌓는다든지, 일기예보를 제대로 한다든지 하는 재해 대비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나라들입니다. 물론 그곳 정부들이 잘 하면 좋겠는데, 여러 가지 사정들로 정부가 그런 일들을 잘 감당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자꾸 재해를 당하는 거예요. 우리는 그 나라 국민들에게 학교 시설도 도와주고, 물 문제도 해결해 주고, 재해가 발생하면 대피시설도 마련해주려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 나라 사람들이 조금씩 재해를 극복할 수 능력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거예요. 

- 박선생님께서는 이전에 시민단체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셨습니다. 활동분야를 사회적 기업으로 바꾸게 된 이유가 있습니까?

“우리 사회에 기부와 나눔의 문화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그만 실천으로도 기부와 나눔의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데, 그 시스템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만들려고 했던 거죠.”

▲ ⓒ제주의소리

-아직도 아름다운 재단과 아름다운 가게에 대해 잘 모르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어떤 일을 하는 기업입니까?

“아름다운재단은 모금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라면 ‘아름다운가게’는 재활용을 통한 나눔을 목표로 합니다. 최근에는 ‘아름다운가게’가 ‘아름다운재단’에서 분리되어 서로 독립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 박선생님이 재단에서 맡고 계신 공식 직함은 뭔가요?

“난 공식적으로 아름다운재단의 총괄 상임이사에요. 그런데, 직함은 형식적인 거고 내가 하는 일이 거의 없어요.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모든 일은 내가 없어도 시스템에 의해 잘 돌아갑니다.”

-일반 시민들이 아름다운재단이나 아름다운가게에 참여해서 활동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거 정말 간단한 거예요. 아름다운재단은 수입의 1% 나눔을 원칙으로 합니다. 보통 사람의 수입 1%가 그렇게 큰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게 모이면 큰일을 합니다. 아름다운재단에서 연간 모금되는 돈이 120억 정도에요. 그 돈에 공익적으로 배분되는 겁니다.

아름다운가게는 재활용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게 주로 하는 사업이에요. 사용하다가 안 쓰는 물건을 가져가라고 가게에 전화를 걸어도 되고, 직접 가져다줘도 됩니다. 이런 분을 우리는 기증천사라고 부릅니다. 기증천사께서 맡기신 물건을 사용할 수 있도록 수선을 하고, 가격을 붙여 팔수 있게 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이런 활동을 하는 사람을 활동천사라고 하고요, 이 물건을 구매하는 분들을 구매천사라고 부릅니다. 이런 천사가 되어 주시면 되는 거예요.”

▲ 걷기 코스 박원순 이사와 함께 걸으며 대화를 나눴다.
ⓒ 장태욱

-평소에 마라톤을 좋아하셨습니까?

“레이스에 참가하지는 않아도, 운동 삼아 동네를 뛰는 것은 좋아합니다.”

-오늘 경기가 있는 구좌 해안도로를 다녀가신 일이 있나요?

“처음 왔어요. 그런데 ‘아름다운마라톤’이란 이름에 걸맞게 정말 아름답네요. 서울에서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오신 분들은 내년에 꼭 다시 오게 될 거에요.”

-그럼 내년에도 이곳에서 대회를 치르실 건가요?

“아마 그렇게 될 거에요. 이런 좋은 코스를 두고 다른 곳을 찾아갈 필요가 있나요?”

▲ ⓒ제주의소리

-이번 대회에 대략 2600여명이 등록했다고 들었습니다. 모금을 목표로 한다면 제주에서 보다는 사람이 더 많이 모일 수 있는 서울이나 경기도 혹은 대전에서 대회를 치르는 것이 유리할 텐데, 그래도 대회에 만족하시나요?

“단순히 금년 모금액이나 참여 인원만 볼게 아니에요.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이 대회가 국내 최초의 기부 마라톤이라는데 의미가 깊고요, 제주도의 아름다운 해안에서 경기를 치르는데 특색이 있습니다. 오늘 마침 춘천에서 무슨 마라톤대회가 또 열린다고 해요. 날짜 조정을 잘하고 대회 홍보가 잘 되면, 다음 대회부터는 더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마음을 품고 참여할 겁니다.”

-대회와 상관없는 질문 한 가지만 드리겠습니다. 선생님께서 이전에 제주도와 관련된 활동을 하신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일 하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몇 해 전 국무총리실 산하 제주4.3진상규명위원회가 만들어지고, 4.3진상조사기획단이 꾸려졌을 때, 내가 조사기획단장을 맡아서 진상조사보고서를 만들었어요. 당시 진상조사보고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제주 사람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 듣고는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제주도 분들이 너무 마음이 착해서 그런지, 그 아픔을 내색하려하지도 않고, 정부에 대해서도 요구사항을 말하지 않는 거 같아요.

아무튼 그 보고서를 제출한 인연으로 명예도민이 되었어요. 도민증이 있으면 비행기를 탈 때에도 10% 할인이 된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아직 비행기 타면서 도민증을 제출해보지 않았어요.”

▲ 제주공항공단 직원들 가슴에 '제주공항 매각반대'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 장태욱

이렇게 인터뷰를 진행하며 천천히 걷다보니, 10km 코스 반환점을 돌고 온 선수들과 마주치게 되었다. 마침 제주공항공단 소속 직원들이 가슴에 달고 있는 ‘제주공항 매각반대’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대화를 나눌 만한 시간이 없어서인지, 박이사는 “안녕하세요, 공항 직원이신 모양이네요”라며, 인사만 건네고 지나쳤다. 공항매각반대를 주장하는 공항공단 직원들에게 박원순 이사가 진정 하고 싶은 말은 어떤 것이었을까? <제주의소리>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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