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제주델픽게임의 홍보상황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으로 가능해진 대량생산(mass production) 체계의 필수조건은 저렴한 단가로 공급가능한 원자재의 확보가능성이다. 대량생산의 파생물로 저렴한 상품이 시장에 공급되면서 소량생산 수제품으로 시장을 통제한 장인조합(guild)의 독점폐해는 종식되었지만 협소한 국내 수요시장에서 대량생산된 공급을 충족시킬 수 없게 되자 시장붕괴의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국가에서는 한편으로는 원자재 공급처이자 또 다른 한편으로는 대량소비(mass consumption)의 배출구로서 해외시장의 필요성이 명확해지자 종종 전쟁까지 불사하는 극한의 대결구도조차 마다하지 않게 되었다.
 
15세기부터 포르투갈 및 네덜란드 상인과의 교역네트워크가 형성된 일본으로의 진출이 난관에 봉착한 신흥 서구열강 국가에서는 당시 조선과의 통상수교를 체결하고자 한반도 수역에 진출하면서 18세기 이후 이양선(異樣船) 출몰빈도가 급증하였다. 통상을 빌미로 한 식민지배의 가능성을 우려한 상황이므로 서구와의 문호개방을 거부한 쇄국정책의 결과 대동강에 출현한 미국 상선 제너럴셔먼호(General Sherman)를 소실시켰고 강화도에서는 프랑스 함대와의 전투가 벌어지기도 하였다. 서구 열강과의 국력차이가 명확해진 이후 당시 조선은 배제된 채 한반도의 통치권을 두고 서구 열강들 간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발생하기도 하였다.
 
서구문화의 수용을 경계한 쇄국정책으로 자주적 근대화에 실패한 조선의 상황을 치욕적인 일본식민지배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후대의 평가는 서구의 합리성을 맹신하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과학과 합리성의 관점에서 상당수 우리의 전통문화를 비과학적이거나 비효율적인 것으로 평가하여 전통문화의 강제적인 소멸 또는 반강제적인 망각상태를 용인할 수 있었던 까닭은 ‘잘 살아 보세’라는 근대화에 대한 열망에 기인한 것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정점으로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확신한 우리사회를 향한 ‘샴페인을 일찍 터트렸다’라는 서구 일각의 지적을 근거 없는 질시로 인식하였지만 불과 10년 후인 1997년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서구사회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게 되었다.
 
IMF 구제금융의 여파로 세계경제시스템에 편입된 우리나라의 실정이 인식되면서 IMF 이전 전문학문의 영역에서 연구되었던 월러스틴(Wallerstein)의 세계체제(world systems) 이론은 사실상 개별 국민수준에서도 충분히 개념화될 수 있었다. 이처럼 전 지구적(global)이라는 단어사용빈도가 사회 전반에 일상화되면서 외국인이 참석하지 않는 각종 행사는 ‘국내용’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등, 최소한 외국사례를 분석하여 반영하거나 가급적 외국인이 직접 참가하는 ‘국제’행사의 보편적인 선호도가 형성되었다. 최근 국민 사고방식의 국제화에 편승하여 국제대회 유치를 치적으로 홍보하려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과열경쟁으로 내실없는 전시성 국제대회로 전락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람과 상품,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국제자유도시로의 발전을 지향하는 제주의 여건에서 국제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는 설정한 목표달성 가능성을 높여주는 촉매제이다. 참가규모와 행사성격의 스펙트럼이 광범위한 국제대회 중 가용한 자원으로 제주다움의 표출이 가능한 국제대회를 열거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델픽게임(Delphic Game)은 제주의 여건에 적합한 이상적인 국제대회로 평가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4대 제전 중 올림픽이 스포츠 제전이라면 문화예술 제전인 아폴론 경기를 모태로 한 델픽게임은 문화예술올림픽으로 비유된다는 점에서 독특한 제주문화의 면모를 홍보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 셈이다.
 
세계최대의 스포츠 제전으로 발전한 올림픽과 비교해 보면 2000년 제 1회 대회가 개최된 델픽게임의 인지도 및 파급효과는 낮은 수준이지만 2009년 제 3회 대회를 유치한 제주의 역량에 의해 성장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세계 각지로부터의 고유한 문화와의 상호교류의 범위가 대회의 성공가능성을 가름하는 기준이라면 참여대상의 폭이 극대화되어야 하지만 제주의 낮은 인지도를 감안하면 결코 용이하지 않은 과제이다. 따라서 내실 있는 대회내용을 계획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사개최지로서의 제주의 인지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도 병행되어야만 성공적인 대회개최가 가능할 것이다.
 
인터넷 홈페이지는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사소통의 본질을 저해하는 언어불편의 문제도 언어별 독립된 사이트를 구축하면 해결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초기 구축비용 이외에는 미미한 추가 관리비용으로 투자대비 효율성이 높은 대표적인 매체로서의 가치로 인해 수익성을 추구하는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시민참여의 폭을 확대하고자 하는 비영리 시민단체, 그리고 행정신뢰를 확보하려는 공공기관에서도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처럼 가상공간에서 운영되는 홈페이지를 매개한다면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제주의 특성을 홍보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2009년 제주에서 개최되는 델픽게임의 효율적인 홍보도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2009년 9월 9일로 예정된 제주델픽게임의 개막식으로부터 불과 11개월 전인 2008년 10월 초순에서야 제주델픽게임 공식홈페이지(http://www.delphic2009.jeju.kr)의 운영이 개시되었다. 2008년 10월 하순까지 조직위원장도 선임되지 못한 상황을 감안하면 구체적인 행사준비계획을 기대하기 어려운 관계로 전반적인 운영시스템을 검토한 결과 수정 또는 보완 가능한 사안이 발견되었다.
 
첫 번째 문제제기가 가능한 사안은 공식홈페이지 도메인 명칭과 관련된 것이다. 현재 대다수의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체계(URL)는 3단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1단계는 월드와이드웹을 의미하는 WWW, 2단계는 고유한 명칭, 그리고 3단계는 Com, Net, Kr처럼 조직 또는 국가특성을 의미하는 고유한 코드로 구성된다. 제주델픽 공식홈페이지(http://www.delphic2009.jeju.kr)의 주소체계는 외견상 4단계로 구성된 것처럼 인식되므로 홈페이지에 접속한 네티즌은 낯선 첫 인상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제주의 정책을 감안하면 한시적으로 운영될 제주델픽 공식홈페이지에서 지역과 국가코드를 동시에 병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보편적인 3단계 주소체계를 채택한 세계델픽게임 홈페이지(http://www.delphic.org)의 간결한 주소명칭처럼 제주델픽게임의 공식홈페이지의 주소체계도 <http://www.delphic-jeju.org>라든지 <http://www.jeju-delphic.org>, 또는 <http://www.delphic2009.net> 등처럼 연상이 용이한 주소체계로의 수정이 필요하다.
 
두 번째 보완이 필요한 사안은 외국어 사이트 구축과 검색엔진 등록에 관한 것이다. 세계문화올림픽으로 비유되는 델픽게임의 기본취지를 반영하려면 영어를 포함한 다양한 언어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의 중요성은 의문의 여지가 없음에도 한글서비스만 구축되어 있는 실정이다. 조직위원회의 임원구성 전 실질적인 행사내용을 준비하기 어려운 관계로 질과 양적으로 빈약한 한글 홈페이지를 외국어로 번역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지만 대회 개막일까지 불과 10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제주델픽게임의 홍보는 시급히 추진되어야 할 우선과제이다. 이처럼 외국어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홈페이지가 구축되지 못한 관계로 세계 최대의 검색엔진으로 분류되는 야후(http://www.yahoo.com)라든지 구글(http://www.google.com)에서 또는 , 를 검색어로 입력해도 제주델픽 공식홈페이지(http://www.delphic2009.jeju.kr)는 검색되지 않는다.
 
세 번째 가급적 수정이 요구되는 사안은 세계델픽게임위원회(http://www.delphic.org)와의 연결서비스에 관련된 것이다. 세계델픽게임위원회 공식홈페이지의 초기화면에서 제공하는 4개의 외국어 서비스 중 영어를 선택하면 2009년 제주델픽게임 개막일로부터의 카운트다운이 표기되어 있고 제주델픽게임 공식홈페이지(http://www.delphic2009.jeju.kr)로의 링크(link)가 설정되어 있다. 전술한 바처럼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 서비스로 구축된 별도의 홈페이지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세계델픽게임위원회를 방문한 외국 네티즌이 한글로 운영 중인 제주델픽게임 공식홈페이지로 접속하면 당황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세계델픽게임위원회에 통보하여 영문홈페이지 구축 이전까지 제주델픽게임 홈페이지로의 링크서비스를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네 번째 사안도 세계델픽위원회에서 서비스 중인 제주홍보동영상에 관한 것이다. 제주의 낮은 인지도를 우려한 탓인지 세계델픽게임위원회 홈페이지를 접속하면 32초 분량의 제주홍보 동영상이 자동 실행되는 장면을 접하게 된다.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한국 제일의 관광지임을 홍보하는 영상물의 성격은 문화예술올림픽을 표방하는 세계델픽게임의 취지에 부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총 32초의 분량에서 6개의 자막이 송출되는데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는 자연(nature)과 관광(tourism)이고 문화(culture) 또는 예술(art)이라는 단어는 단 1회도 등장하지 않는다. 한국 제일의 관광지임을 선언한 4번째 자막(Jeju-the best tourist destination in Korea)과 연이어 방문을 고대한다는 5번째 자막(Beautiful experience awaits your call)이 송출된 후 마지막 자막으로는 영상물 제작자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홈페이지 명칭(Jeju Free International City Development Center, www.jdcenter.com)이 송출되면서 종료된다. 가급적 제주의 문화예술 홍보와 관련된 기존 동영상으로 대체하든지, 또는 새로운 동영상을 제작한 후 세계델픽게임위원회 홈페이지에 링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단순한 홍보매체로 간주하기보다는 가상공간에서의 또 다른 자아인 페르소나(persona)로 인식되어야 한다. 인터넷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대한 초기구축비용을 투자한 홈페이지를 불독에게 립스틱으로 치장해 준 것으로 비유한 캔터(Kanter, 2002)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대다수 네티즌이라면 홈페이지 운영의 양면성을 인식하고 있다. 2009년 제주에서 개최될 델픽게임의 성공적인 운영은 체계적인 행사내용 준비와 더불어 인터넷 홈페이지의 적절한 운영에 좌우될 것이다. <제주의소리>
<문성민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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