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제주 묘산봉관광지구 "환경영향평가가 환경파괴 부채질"

▲ 선흘곶자왈 묘산봉관광지구(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인근에서 촬영한 선흘곶자왈이다. 선흘곶자왈은 국내 최대의 상록수림이 형성된 곳으로 평가받는다.
ⓒ 장태욱

 

제주도는 화산활동에 의해 생성된 섬이므로,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지질과 식생을 간직하고 있다. 제주도의 이 독특한 식생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곶자왈’이다.

곶자왈, 제주생태계의 정수

화산활동이 일어날 때, 용암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흐르게 된다. 그러다가 도중에 냉각되어 굳어지기도 하고, 다시 부서지기도 한다. 곶자왈은 이렇게 형성된 용암대지 위에 식생이 형성된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곶자왈은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이다. 때문에 과거에 사람들은 곶자왈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곶자왈은 야생동물에게는 삶의 터전이 되고, 빗물이 지하로 유입되는 숨골이 되는 곳이다. 그리고 그안에 서식하는 식물들은 왕성한 산소동화작용을 통해 대기 중에 산소를 공급해왔다. 생물의 보금자리요, 제주의 허파이자, 간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하는 곳이다.

곶자왈은 용암이 흐르면서 냉각되는 과정에 형성되는 지형이므로 대부분이 한라산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여 해안을 향하는 방향으로 분포한다. 제주도내에서 곶자왈이 분포하는 지역은 크게 한경-안덕 곶자왈 지대, 애월 곶자왈지대, 조천-함덕 곶자왈지대, 구좌-성산 곶자왈지대 등이 있다.

조천-함덕 곶자왈지대 내에 있는 선흘 곶자왈은 조천읍 선흘2리 검은이오름에서 시작되어 동북쪽으로 선흘1리 동백동산까지 폭 1~2km에 7km 정도 길이로 분포하며, 도내에서 가장 가치 있고 아름다운 자연림을 간직한 곳으로 손꼽힌다.

▲ 업체에서 그려놓은 묘산봉지구 조감도 선흘곶에 160만평 규모의 묘산봉관광지구가 개발되고 있다.
ⓒ 장태욱

 

그런데 선흘곶자왈 일부를 대상으로 하는 묘산봉관광지구 개발사업이 2006년에 승인되어 개발이 진행되면서, 선흘곶자왈에 대한 급격한 훼손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묘산봉관광지구는 주식회사 에니스가 1조300억원을 들여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산157번지 일원에 조성하는 관광 개발지구다. 지구 내에는 이미 36홀 규모의 골프장과 태왕사신기 세트장 등이 공사가 끝나 개장되어 있고, 앞으로도 호텔과 콘도 등이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다.

묘산봉관광지구, 개발의 검은 유착 고리를 세상에 드러내

묘산봉지구는 지난 10여년간 개발과 환경보존이라는 두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개발이 지연되던 곳이다. 그런데 제주도 당국의 강한 개발의지와 지역주민들이 개발 욕구들이 맞아들면서 수많은 논쟁 가운데서도 개발이 강행되었다.

그런데 최근에 검찰이 환경영향평가 심의의원들의 비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묘산봉 관광지구 환경영향평가에 참여했던 학자들이 관련업체로부터 적게는 수억 원, 많게는 10억이 넘는 뇌물을 수수했다는 정황이 포착되어 구속되는 일이 발생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환경운동가의 말을 빌리면, “도저히 허가가 날 수 없는 사업”이 허가가 나서 개발에 착수하게 된 뒤에는 학자적 양심과 공공의 재산인 환경을 돈과 맞바꾼 비양심적 심의위원들이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이 사건을 계기로 무분별하게 자행되는 제주도 개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업체에게 면죄부를 주는 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을 짚어보기 위해 지난 10월 23일 활동가들을 초청해서 좌담회를 열었다.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실에서 열린 이날 좌담회에는 도내 환경운동을 대표하는 세 개 단체에서 각 1인씩 참여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이영웅 사무국장과, 제주참여환경연대 고유기 사무처장, ‘곶자왈의사람들 김효철 사무처장이 참여하여 2시간 가까운 시간동안 토론을 이어갔다.

다음은 필자의 질의에 활동가들이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의 내용이다.

-이번 묘산봉관광지구 개발사업에서 개발의 가부를 따지는 과정에서 ‘곶자왈’의 정의가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환경영향평가서에 보고 된 기록을 보면, 용암대지를 ‘파호이호이 용암(pahoehoe lava)대지’와 ‘아아 용암(aa lava)대지’로 구분해놓고, 이 중 아아 용암대지만을 곶자왈로 인정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묘산봉 지구는 파호이호이 용암대지에 위치했기 때문에 개발을 해도 무방하다는 논리였습니다. 실제로 두 용암대지 사이에 식생의 차이가 구별될 만큼 존재합니까?

(김효철, 이하 김) "용암의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식생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실제로도 두 용암대지는 투수율도 다르고 거기에 자라는 식물들도 다릅니다. 그런데, 식생이 다르다고 해서 곶자왈로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설사 곶자왈로 인정받을 수 없다손 치더라도, 보존의 가치가 무시될 수는 없는 겁니다. 환경영향평가는 개발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는 것이지, 용암대지의 성질을 구분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 김효철 '곶자왈의사람들'의 김효철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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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영향평가 본래의 취지는 사라져버려

-묘산봉관광지구는 환경단체에서는 세계 유일의 ‘제주고사리삼’서식지로 밝혀졌을 뿐만 아니라 물부추, 개가시나무, 순채 등의 멸종위기 식물들과, 맹꽁이, 비바리뱀 등 희귀 동물들이 서식하는 곳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환경영향평가서에는 GIS 3등급이라 개발이 무난한 곳이라고 보고 되었습니다. 환경단체와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들 간의 인식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입니까?

(이영웅, 이하 이) "GIS상에서 생태계 보전등급을 산정할 때, 1등급이라 함은 멸종위기 생물이나 천연기념물이 자생하는 곳으로서, 형질변경을 허가하지 않는 지역을 말합니다. 그리고 2등급은 희귀식물이나 특산식물이 자생하는 자연림으로, 형질변경이 가능한 지역입니다. 그리고 3등급은 2차림이나, 동물 서식환경이 양호한 지역으로, 개발이 가능한 지역을 말합니다.

그런데 환경영향평가 위원들이 주장하는 3등급은 1995년에 이루어진 조사에 기초해서 2002년에 매겨진 등급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2006년에 환경영향평가를 한다면, 다시 현장에 대한 정밀조사를 해야 합니다. 저희가 현지를 조사해보니 이전에 발견되지 않았던 제주고사리삼 등이 자생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생태계 등급이 재조정되어야한다고 주장했는데 환경영향평가에서 반영되지 않은 겁니다."

▲ 고유기 사무처장 제주참연환경연대 고유기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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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환경영향평가가 무분별한 개발로부터 환경을 보호한다는 본래 취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이 제주에만 심하게 나타나는 겁니까?

(고유기, 이하 고) "환경영향평가가 본래의 취재를 살리지 못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제기된 문제입니다. 그리고 전국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중앙정부가 환경과 관련된 책임과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했다는데 있습니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환경 분야만큼은 중앙정부가 책임감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환경과 관련된 권한이 지방으로 이전될수록 난개발만 부채질하게 되는 겁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환경영향평가의 운영상의 문제입니다. 평가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은 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교수들과 민간연구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지역 업체들과 유착되어 있는 사람들이에요. 이들이 자신이 아는 사람이 운영하는 업체가 개발 하도급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합니다. 그리기 위해서는 개발승인이 나야 되잖아요. 자연스럽게 개발 업체와 한배를 타게 되는 겁니다."

-개발사업이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여러 단계 중 업체로부터 로비를 받은 심의위원들이 적극적으로 충성심을 발휘하는 때가 언제인가요?

(이)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를 평가대행업체에게 발주하면 대행업체가 전문가를 고용해서 평가에 들어갑니다. 평가를 마치면 초안을 작성해서 1달 간 공람기간을 거칩니다. 그동안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주민설명회를 개최한 후, 심의위원들의 검토의견을 첨부해서 최종보고서를 작성합니다. 최종보고서가 나오면 심의위원은 다시 심리에 들어가는데, 이 때는 환경단체 대표도 심의에 참여하게 됩니다. 이 최종보고서에 대한 심의가 통과되면 개발에 착수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최근 구속된 동굴전문가 모 위원은 최초 평가 초안을 작성할 때 참여했는데, 심의위원들이 이 일대 동굴이 검은오름동굴계와의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하며 정밀조사를 요구하자, 자신이 자문의원을 맡고 있는 업체에 정밀조사를 의뢰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본인이 문화재 심의위원으로 참여하여 다시 심의에 참여하는 겁니다. 이들이 평소에 엮어놓은 검은 고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작동합니다."

▲ 이영웅 사무국장 제주환경운동연합 이영웅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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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어려운 주민들, 더 이상 환경을 지키려 하지 않아

-화제를 잠시 돌려보겠습니다. 이번 묘산봉지구 개발에서 주민들이 개발업체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업이 탄력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10년 전 묘산봉지구 개발에 대해 대책위를 구성하며 반대하던 주민들의 입장을 바꾼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 “1995년 제주도는 묘산봉지구를 도내 20개 관광개발지구에 포함시켜서 개발하려 했습니다. 이를 위해 묘산봉 지구에 있는 당시 군유지를 민간에 매각하려하자 주민들은 군의회를 방문하여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런데 10년이 지나자 민심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반대 대책위를 만들어서 저희와 함께 투쟁했던 사람들이 이젠 업체의 사주를 받고 환경단체 사무실에 쳐들어와서 욕을 하기도 했습니다.

주민들이 이렇게 변하게 된 이면에는 업체가 마을에 30억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게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30억 중 10억은 선 기부하고, 나머지는 마을 발전기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차후에 지속적으로 납부하기로 약속했다고 합니다. 이제는 이전과 달리 개발업체들이 돈으로 주민들의 환심을 산 다음에, 주민들로 하여금 환경단체들을 공격하게 하는 공격적인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업체는 주민들 마음만 사로잡으면 게임이 끝나는 걸로 보는 겁니다.”

(고) “주민들이 업체와 한통속이 되어서 개발을 밀어붙이려하는 일이 이젠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저는 조천읍 교래리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한라산 리조트’의 사업설명회에 참여했다가 주민들에 의해 밖으로 내쫓긴 적이 있습니다. 당시 설명회는 교래리사무소에서 열렸는데, 설명회장에 가서 보니 업체에서 준비한 선물보따리가 가득 있었습니다. 나를 내쫓은 사람 가운데 4.3유족을 대표하는 인사로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분도 있었습니다.”

▲ 도로 이곳에 관광지구가 들어서자, 상록수림을 가로질러 없던 도로가 만들어졌다.
ⓒ 장태욱

 

-주민들이 단순히 업체의 ‘선물’에 넘어갔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최근 농촌의 경제상황이 어려워는 것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요?

(이) “주민들이 마을에 골프장 등이 들어서면 일자리가 생기지나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는 것은 이해가 가는 일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골프장이 지역 주민에게 얼마만큼 일자리를 창출해 줄 수 있을지 판단할 만한 자료가 있습니다.

2005년에 도정 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제주도내 골프장에 고용된 전체 1800여 명 중 소재지 면에 거주하는 주민은 500여 명으로 27%에 불과했습니다. 해당 마을을 비율로 산정하면 훨씬 줄어들 겁니다. 그런데 이들 중 절반 이하가 비정규직이었습니다. 골프장 개발에 따른 고용효과는 주민들 기대와는 달리 미비합니다.”

-곶자왈이 제주도 환경을 지키는 생태계의 보고라고 합니다. 환경단체에서는 곶자왈 안에 버섯이나 약초가 다량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삶을 지켜온 보금자리였다고도 주장합니다. 그러면 버섯이나 약초를 사업화해서 곶자왈도 지키고, 주민들 살림살이에도 보탬이 되는 프로젝트 개발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김) “곶자왈이 주민들에게 무슨 보탬이 되는지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곶자왈은 그곳에 있는 자체만으로 주민들에게 좋은 겁니다. 그리고 곶자왈을 활용하겠다면, 이를 철저한 보전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곶자왈은 내부에 다양한 식생이 분포하는 곳입니다. 이를 한라산 생태계와 해안생태계와 연구하여 생물종 다양성을 연구하는 연구소를 유치한다든지, 이를 바탕으로 한 신 바이오 산업을 유치하는 등으로 활용한다면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최근 기후변화와 생물종간의 연관을 연구하는 것이 과제로 대두했는데, 기후변화 연구소 등을 유치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 지하수 개발 반대 현수막 김녕마을회관 앞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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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는 이제 도민의 공유재산이 아니라 도지사의 개인자산

-저는 최근 열흘간 김녕마을을 여러 차례 다녀왔고, 사람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그런데 묘산봉개발에 적극적으로 환영했던 주민들이 이제는 이곳에서 지하수를 사용하는 것을 두고,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걸었습니다. 지하수 문제가 다시 부상하게 된 이유가 뭘까요?

(이) “묘산봉지구가 개발에 들어설 당시만 해도 조례로 상수도 연결이 가능한 지역에는 지하수 사용을 허가하지 않고, 상수도를 사용하게 한다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묘산봉 지구는 개발당시 상수도 연결이 가능한 지역이므로 지하수에 대한 별도의 언급은 필요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런데 업체가 이곳에 골프장과 태왕사신기 세트장을 짓고 나니 마음이 바뀐 겁니다. 처음에는 태왕사신기 세트장에서 지하수 사용을 신청했어요. 그런데 지하수관리위원회에서 불허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다시 골프장에서 지하수를 신청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지하수 신청이 보류되었는데, '상수도가 공급되면 잔디에 염소 중독이 우려된다'는 취지로 허가가 난겁니다. 이에 언론이 문제를 집중 보도하자 지역 여론이 부담스러웠는지 업체가 지하수 사용 신청을 취소했습니다.

▲ 골프장 입구 묘산봉관광지구에 들어선 골프장 입구의 모습이다. 인공폭포에서 물이 계속 흘러내린다.
ⓒ 장태욱

 

그런데 문제는 도중에 지하수 관련 조례가 바뀐 겁니다. 바뀐 조례의 내용은 ‘특별관리구역이라 하더라도 도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곳에 지하수 개발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결국 이제 제주도의 지하수는 도민 공유 자신이 아니라 도지사 개인의 자산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에 대해 도의회도 아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업체는 바뀐 조례를 근거로 지하수 사용을 신청하였고, 결국 허가가 났습니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마을에 지하수가 고갈될 것이 우려스러운 것입니다. 업체와 마을 간의 허니문 기간이 채 2년도 안되어 끝난 겁니다.”   

부패한 지식인들 마침내 추악한 추악한 실상을 드러내

-최근 도내 각종 개발사업에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으로 참여했던 전문가들이 굴비 엮이듯 비리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벌써 3명이 구속되었고, 구체적인 혐의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검찰은 앞으로도 다른 위원들에 대해서도 추가로 조사할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이들이 업체와 부정한 유착관계를 이어오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습니까?

(고) “저도 환경단체 몫으로 배정된 심의위원 자격으로 영향평가 심의에 참여했습니다. 그 때문에 검찰에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통지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함께 심의를 하다보면 전문가들이 업체와 유착되었다는 것은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검찰조사에서 업체로부터 18억을 수수했다고 밝혀진 이모 위원인 경우에는 동물테마파크 업체에서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제출하면서, 지하수를 잘 보존할 수 있는 새로운 기법들을 소개하면서 지하수를 섬세하게 배려하려는 태도를 보였어요. 그런데 그 위원은 그 기법은 제주 환경에 적합하지 않으니 사용하지 말라고 주장했어요. 결국 지하수를 배려하고자 했던 업체의 선의가 거꾸로 영향평가 심의위원에 의해 좌절된 겁니다. 이 배경에는 지하수 보호시설을 맡아서 시행하는 도내 하청 업체를 비호하려 했던 거예요. 도내 업체가 아직 그 새로운 기법을 사용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 “묘산봉 지구에서 제주고사리삼이 논란의 쟁점으로 떠올랐을 때였습니다. 이 고사리삼은 다른 곳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제주에만 있는 희귀종 식물이었습니다. 자생지이기 때문에 보호되어야 하는 주장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심의위원 중 원예학자로 활동하는 분이 “고사리삼을 다른 곳으로 옮겨 심으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직 처음 발견되었던 지라, 그 식물에 대해 조사와 연구도 제대로 해보지 않은 상태였는데, 그런 무지한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어요. 정말 후안무치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 태왕사신기 세트장 묘산봉관광개발지구 내에 들어서 있다.
ⓒ 장태욱

 

-최근 김녕마을을 방문해서 주민 한 분을 만나서 들은 얘기입니다. 자신이 묘산봉 뒤에 임야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를 팔려고 해도 당장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아니기 때문에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평당 4만원에 땅이 팔려서 기뻐했는데, 지금 그 땅 가격이 평당 20만원을 넘는다고 합니다. 주변에 태왕사신기 세트장이 들어섰기 때문이죠. 그럼 160여만 평을 지자체로부터 헐값에 사들인 업체는 과연 얼마의 개발차익을 얻었을까 계산해보니, 다른 이익은 제쳐두고 부동산 차액만도 어마어마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환경파괴를 무릅쓰면서도 개발을 강행하려는 것은 이로부터 천문학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김) “업체들과 이들의 공사를 대행하는 건설업체들의 이익이 담보되기 때문에 대규모 난개발이 자행되는 겁니다. 물론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지자체도 이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을 겁니다. 여기에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들도 부패의 한 고리를 구성하는 겁니다. 저희들도 검찰의 조사 결과를 주시하며 보고 있습니다.”

좌담회를 진행하다보니 여러 가지 문제들이 확인되었다. 막대한 차액을 노리는 업체 및 건설족들은 물론이거니와 이들과 유착한 지자체의 사업욕구가 맞물려 난개발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에 고향 땅을 지키고자 발 벗고 나섰던 주민들도 이젠 개발욕구를 억제하지 못하고 있고, 난개발을 책임지고 제어해야할 환경영향평가마저 업체에게 면죄부를 주는 과정으로 전락해버렸다. 

중앙 정부가 책임을 지고 환경을 보존하려 하지 않으면 환경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런데 중앙정부가 그 일을 감당할 것 같지가 않아 더욱 참담한 것이다. <제주의소리>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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