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준 칼럼]당선 후가 아니라 선거가 그 시작이다

제주도교육감 김태혁 8년이 과연 어떠했는가는 그의 측근 인사의 비극적 종말이 압축적으로 웅변한다. 그러나 그런 사태는 그가 8년 전 사술로써 교육감이 되었을 때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 하느님은 진실을 안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음으로써 철저하게 응징한다. 누가 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 어떠하냐 한 것임은 현교육감 김태혁의 종말이 보여준다.

그렇듯이 시작이 중요하다. 며칠 전 대한민국 국회는 만천하에 폭로된 불법정치자금 연루자 최돈웅을 포함한 7명의 비리혐의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을 일괄 부결시켜버렸다. 아하! 그러나 사실 그런 작태의 뿌리는 바로 우리 국민들 자신이 아니던가! 국민은 그들 수준에 걸맞는 대표자를 갖는 법이다.

교육감 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 노상준, 부희식, 오남두, 허경운...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우리는 그 선택의 작업을 김태혁의 8년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냉철한 역사인식이 필요한 이유는 미래 전망은 역사로부터 가늠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8년은 크게 두 가지를 특징으로 한다. 파행적 인사, 편중된 재정투자가 그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전국평균 이하라는 제주도 학생들의 학력저하로 귀결되었다.

그에게는 제주교육을 어떻게 이끌어가야겠다는 도교육감 차원의 교육철학이 애시당초 없었다. 교육재정투자는 그 우선순위를 통하여 집행부의 교육철학을 반영한다. 교원인사는 교육철학에 대한 투철한 신념을 반영한다.

현실은 어떠했던가! 우뚝뾰족 불그죽죽 건물 외양은 화려해졌고, 복도를 터놓아 “열린 교육”을 한다는 바람에 아이들은 실력 대신에 허파에 바람이나 들었다. 교육에 열과 성을 다하는 교사들은 맨날 고추 먹고 맴맴이고, 측근에 줄 잘 서든가, 교육감 낚시터 좇아가 미끼 꿰어주던 이들은 승승장구하고... 그건 우화가 아니라 당사자들이 잘 아는 역사적 사실이다.

시작이 중요하다. 교육감을 하겠다는 인사들의 교육철학이 무엇인가? 그는 그의 교육철학을 신념화하고 그것을 실천해낼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가? 그러나 그것은 당장의 말이 아니라, 우선 기왕의 행적으로부터 그것의 단초를 찾아내야 한다.

그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제자들에게는 꿈과 실력을 심어주고 동료들과 학부모들에게는 신망받는 교육자였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미 작년 초부터 시작된 선거운동 과정에 대해서도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선거후의 보답을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걸어 약속해왔는가? 농고 상고 오고 산남 산북 초등 중등 편을 갈라 표를 달라 했는가? 아니면 제주교육의 비전에 대한 헌신으로 다짐해왔는가? 전자라면 단언컨대 그는 김태혁의 전철을 밟고야 말 것이다.

그것은 개인의 불명예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내 아이와 민족의 미래를 망치고 말 것이다. 제주교육, 더 나아가 우리 아이와 우리 민족을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 우리의 손에 달렸다. 선거권이 없다면 선거권을 가진 이들에게 간곡히 당부를 드리자. 제발 죽임이 아니라 살림의 투표를 하시라고.
교육감, 시작이 중요하다. 당선 후가 아니라 선거가 그 시작이다.

<김학준의 우리는 이어도로 간다 designtimesp=2814>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