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칼럼] 미 대선결과를 보며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1963년 마르틴 루터 킹 목사가 미국정치의 심장부인 워싱턴 DC 링컨기념관 앞에서 이렇게 절규한 지 45년 만이다. 드디어 그의 꿈이 이루어졌다.

'변화(Change)'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아프리카계 흑인, 그것도 약관 40대 초선의원에 불과한 민주당 오바마 후보가 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국가의 맹주를 자처하는 미국의 대통령으로 선출되었기 때문이다.

결코 넘어설 수 없게만 여겨졌던 견고한 인종 장벽이 무너진 오늘, 많은 흑인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흑인 인권운동에 앞장서다 40여년 전 암살당한 킹목사도 저세상에서 복받쳐 오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선거 막판까지 조마조마하게 결과를 지켜보았던 많은 한국 국민들도 오바마의 당선에 감동하고 있다. 그리고 ‘변화’를 선택한 미국민들의 용기에 갈채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모습 일면에는 ‘부러움’의 시선이 감추어져 있다. 작년 한 해 미국에서 거주하면서도 미국이 부러운 적이 별로 없었던 필자도 오늘만큼은 미국이 부럽다. 미국 국민들이 존경스럽다.

선거인단 선거 결과 더블스코어 정도로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지만 선거막판까지 일명 ‘브래들리 효과’(백인이 투표장에서 흑인 후보를 기피하는)라는 유령(마지막 변수)이 오바마를 끈질기게 괴롭히지 않았던가?

"역사에서 가정이란 없다"지만 만일 ‘금융위기’라는 악재가 터지지 않았다고 해도 오바마가 이렇게 쉽게 승리할 수 있었을까? 이런 얘기는 금기지만 투표 전날 백인 외조모의 죽음도, 이로 인해 새삼 알려진 “오바마에도 백인의 피가 흐르고” 있지 않았다면 또한 어땠을까?

그렇다 해도 결코 넘어서지 못할 것 같은 강고한 인종의 벽을 깨트린 것은 실로 역사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힘의 원천은 흑인들만이 아니라 ‘변화’와 ‘희망’을 바라는 미국민들의 열망에 있었다.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은 MB정권 반년 만에 우리 국민들도 체감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 대선 결과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제주사회는 아마 더 클 것이라 생각한다.

‘특별한 자치’없는 제주특별자치도, ‘철학’도 ‘전략’도 없는 제주개발 정책, 관광객 5백만의 조기달성과 수조원이 넘는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데 우리 도민들의 살림살이는 왜 이리 팍팍해져만 가고 한숨소리만 높아가는 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제주사회의 현실을 목도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희망’이다. 오히려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지식인 집단은 물론 사회 저변에 퍼져 있는 ‘무관심’과 ‘냉소’가 아닐까? "우리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는 것, 이것이 변화의 출발점이다. 이 꿈을 앞장서 선도하는 새로운 리더십(통합적·개혁적 리더십)과, 이 꿈을 도민들과 함께 이루고자 하는 '열린 움직임'이 태동되기를 기대해 본다.

“꿈은 이루어진다. 함께 꾸면!”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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