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다가온 제주의 꽃(13)

씀바귀의 종류도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을 제주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주로 해안가에 자생하는 식물에는 '갯'자가 많이 들어있습니다만 여름이 거의 끝나갈 무렵 바닷가 모래밭에 피어있는 노란 갯씀바귀를 보는 순간의 느낌은 그야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엄지손톱보다도 작은 꽃, 노란연꽃이 모래밭에 핀 듯했습니다.
바닷바람도 부족하여 짠소금끼를 간직하고 있는 모래밭에서 살포시 고개를 내민 노란꽃과 둥글둥글한 잎사귀, 그리고 그 모래밭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작은 생명을 보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씀바귀류는 맛이 쓰고, 줄기나 이파리에서 하얀 진액이 나옵니다.

하얀 진액이 나오는 종류는 사람 몸에도 좋다고 하니, 갯씀바귀 역시도 몸에 좋을 것 같습니다. 쓴나물로 반찬을 해먹으면 밥맛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쓴맛이 입안에 남아있던 쓴맛을 단맛으로 바꾸는 것이겠지요.

삶을 살다보면 원하지 않는 고난을 당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왜 이러한 고난이 나에게만 오는가하고 반문하기도 하고, 자책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신은 우리에게 견딜만큼의 고난외에는 주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바닷가라는 것만으로도 꽃을 피우기 척박한 땅입니다.
그런데 그 모래밭에 꽃을 피웠습니다. 아주 갸날픈 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얼마나 강인하고 예쁜지 모릅니다.

고진감래.
우리 모두의 삶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로 다가온 제주의 꽃'을 연재하는 '김민수'님은, 제주의 동쪽 끝마을 종달리에 살고 있으며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에서 소중한 것을 찾는 것을 즐겨한다. 목사이며, 수필가로 근간 자연산문집<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꽃을 찾아 떠난 여행 1,2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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