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3차 투표서 4표차로 고유봉 교수 눌러, ‘反행정학과’ 확인…당선자 통합노력 절실

사상 처음으로 직원들의 참여가 보장되고 두 차례의 토론회를 TV중계하는 등 예전에 비해 투명성 있게 진행된 제7대 제주대 총장선거에서 고충석 교수(54·행정학과)가 당선됐다.

이에 따라 고충석 당선자는 이제 제주대 총장 임용후보 1순위자 자격으로 교육부의 승인을 거쳐 내년 3월1일 제주대 제7대 총장으로 취임하게된다.

6명의 후보가 출마해 선거기간에 일부 후보들간에 상호비방전이 전개되며 과열 양상을 빚기도 했으나 비교적 무난한 가운데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고충석 당선자는 1차 투표에서부터 줄곧 선두에 나서 ‘무난히 당선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투표장 안팎에서 나돌기도 했으나 막판 고유봉(59·해양학부) 교수가 엄청난 힘으로 치고 나오면서 결국 4표차이로 가까스로 총장 임용후보자에 선출됐다.

반면 지난 6대 총장선거에서 부만근 현 총장에게 19표차로 무릎을 꿇었던 고유봉 교수는 이번 2차 도전에서도 고충석 당선자에게 4표차로 석패해 또 한번 고배를 마셨다. 

이에 따라 제주대는 조문부 전 총장, 부만근 현 총장에 이어 이번 고충석 당선자에 이르기까지 3대 연속 행정학과 출신이 총장을 맡는 진기록을 연출하게 됐다.

교수와 직원 725명이 참여한 가운데 치러진 1차 투표는 유효투표 497표(교수 452표, 직원 45표) 중 고충석 당선자가 147표를 차지하면서 일찌감치 선두로 치달았다. 고유봉 교수는 107표로 2위, 강지용 교수(52·농업자원경제학과)는 95표를 얻어 3위를 기록했다.

김태보(55·경제학과) 교수는 69표, 오덕철(56·생명과학과) 교수는 51표, 그리고 고경표(55·무역학과) 교수는 28표를 얻어 1차 투표에서 탈락했다.

2차 투표에 진출한 후보와 탈락한 후보들간의 합종연횡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2차 투표에서도 고충석 당선자는 유효투표(481표, 교수 450표·직원 31표)의 42.2%인 203표를 얻어 1차에 이어 1위를 고수했다. 고유봉 교수는 174표(36.2%), 강지용 교수는 104표(21.7%)를 얻었다.

하지만 2차 투표에서 고충석 당선자는 1차 투표 때보다 27표를 추가하는데 그쳤으나 고유봉 교수는 67표를 보태며 고충석 당선자의 뒤를 바짝 쫓았고, 강지용 교수는 9표를 보태는 데 그쳐 결선투표 진출에 실패했다. 1차 투표에서 탈락한 세 후보를 지지했던 표들 중 60% 이상을 고유봉 교수가 확보하며 역전의 가능성을 마련했다.

고충석 당선자와 고유봉 교수 2파전으로 치러진 3차 결선투표에서 고충석 당선자가 결국 235표를 얻어 막판 스퍼트를 보이며 231표를 얻은 고유봉 교수를 4표 차로 가까스로 누르고 제7대 제주대 총장으로 선출됐다.

3차 투표도 2차 투표와 마찬가지로 고충석 당선자는 2차 득표에 32표를 보탰으나 고유봉 교수는 거의 갑절에 가까운 57표를 몰았으나 결국은 4표차로 석패했다.

1차 투표 이후 2차와 3차로 이어진 투표결과는 제주대학 구성원들 사이에 ‘반(反 ) 행정학과’ 분위기가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음을 보여줬다.

고충석 당선자가 1차 투표에서 앞도적인 득표를 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3차 투표에서 충분히 뒤집힐 가능성이 농후했던 선거였다.

조문부-부만근에 이어 이번 고충석 당선자로 이어지는 소위 제주대학내 ‘행정학과 파워’에 대한 대학 구성원간의 암묵적인 견제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앞으로 고충석 당선자가 대학내 화합을 위해 반드시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 대학내 단과대학별, 학과별 균형발전과 힘의 균형이라는 측면에서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게 됐다.

고충석 당선자가 당선직후 가진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총장에 취임하면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통합위원회’를 구성, 수시로 대학구성원들을 만날 계획이다. 또 경쟁에서 아쉽게 낙선한 후보들도 고문으로 모셔서 공동 파트너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밝힌 대목도 바로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고 당선자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고충석 당선자 입장에서는 탄탄한 조직력과 비전 제시로 선거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몇 가지 의혹과 ‘반 행정학과’ 라인을 뛰어넘은 파워를 보여줬다.

한편 이번 총장선거는 행정학과가 3대 연속 총장을 배출해 냈다는 진기록과 함께 역대 총장선거에서 가장 적은 표차로 승부가 엇갈린 선거로 기록되게 됐다.

4대 총장선거에서 고장권 조문부 교수가 붙어 7표차로 고장권 총장이 신승한 이후 5대 총장선거는 28표 차로 조문부 총장이 신행철 교수를 눌렀으며, 지난번 6대 선거에서는 부만근 현 총장이 고유봉 교수를 19표차로 따돌렸으나 이번 7대 선거는 4표차로 아슬아슬하게 승부가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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