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군 제주교회 무료급식 현장…경찰 '이동파출소' 사용중단ㆍ자치단체 '무관심' 일관

▲ 탑동광장 쉼터에서 무료급식을 먹는 길위의 사람들.
“그들도 직접 여기서 한 끼 식사를 먹어봐야 현실을 압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매서운 칼바람에 뼈속까지 한기가 올라오는 탑동광장에 흔히 노숙자로 불리는 ‘길 위의 사람들’을 찾았다.

오전 11시10분쯤 구세군 제주교회에서 무료급식을 준비하자 탑동광장에 하나 둘씩 속속 노숙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30분경에는 50여명으로 불어났다.

   
급식을 준비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손길이 분주해지고, 노숙자들은 식판을 들고 점심 한끼를 해결하기 위해 또한 분주하다.

하지만 이들의 점심식사는 사방이 뻥뚫린 바람코지에 위치한 쉼터. 급식을 준비하는 자원봉사자도, 점심을 먹기 위해 온 노숙자도 연신 추위에 떨며 기다린다.

작년까지만 해도 탑동임시파출소에서 겨울급식을 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경찰에서 민원을 핑계로 사용허가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제주시에서도 이들 노숙자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도 전무한 편이다.

   
자원봉사자인 고금자(44.삼도2동)씨는 “한 끼라도 따뜻하게 대접해 주고 싶은데 이동파출소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추운 이곳에서 급식을 하고 있다”며 “최소한의 인간의 존엄성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할 수는 없다”고 경찰과 행정당국을 꼬집었다.

99년부터 6년째 무료 점심급식을 벌이고 있는 구세군 제주교회에 따르면 여름철에는 무료급식자가 90여명으로 증가하고, 봄.가을에는 70여명, 추운 겨울에는 50~60여명선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제주도에도 ‘길 위의 사람들’인 노숙자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들은 집이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빈집을 찾거나 화장실, 나무밑에서 겨울을 보내는 ‘노숙자’들이다.

형편이 이런대도 제주도와 시.경찰에서는 이들에 대한 통계자료조차 없는 형편이다. 행정당국과 경찰에서는 오히려 구세군에 이들에 대한 자료를 묻기까지 한다. 한마디로 ‘노숙자는 없다’는 정책 일관이다.

제주시에서는 ‘시립희망원’을 운영하고 있고, 노숙자나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지정해 매월 어느 정도 보조해 주고 있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노숙자들은 여전히 탑동광장에서 무료급식을 받고, 추운 겨울을 길거리에서 보낸다.

▲ 굳게 닫친 탑동이동파출소. 경찰은 범죄우려를 명목으로 무료급식 장소를 대여해 주지 않고 있다.
구세군 제주교회 제현우 사관은 “(장소에 대해)대안이 없다”며 “경찰에서는 이들 노숙자들이 각종 사고를 우려하며 이동파출소 사용을 불허하고, 제주시에서는 또 다른 민원을 우려하며 다른 장소를 마련해 주지 않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제 사관은 “오늘보다는 앞으로 닥칠 일이 더 걱정”이라며 “행정당국과 경찰에서 보이는 행태는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취재중에 경찰 관계자가 무료급식장을 찾았다. 탑동이동파출소 문제를 거론하자 그는 “이동파출소는 현재 사용하고 있다”며 “무료급식장을 찾는 이들중 진짜 노숙자들도 있지만 일부는 범죄우려가 있는 사람들도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했다.

‘나눔의 계절’인 12월. 연말연시와 새해를 설계하는데 앞서 이들에 대한 관심을 조금만 더 갖는 것은 어떨까.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