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배의 야생 동식물의 천국 코스타리카 기행(2)

이 글은 교보재단 후원으로 야생동식물의 보고인 코스타리카의 자연생태관리와 환경교육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 9월21일부터 10월 6일까지 환경전문가 일원으로 코스타리카를 방문한 정상배 제주환경운동연합 조사팀장이 보내주신 내용입니다.

▲ ⓒ정상배
(9월 25일)
코스타리카 남쪽 태평양에 연한 마뉴엘 안토니오 국립공원을 찾아 수도인 산호세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산악마을들을 지나는 도로는 포장이 잘 되지 않았고 지나는 마을 어디에든 광장과 성당, 축구장을 갖추고 있었다. 달리고 달리다 보니 어느덧 해안이 보이기 시작했고 바다와 가까운 강의 다리 아래에서는 엘리게이터들이 무리 지어 있는 것을 보면서 지나기도 하였다. 차가 실수로 다리 아래로 떨어진다면 바로 악어밥이 되는 것이었다.

마뉴엘 안토니오 국립공원은 원주민이란 의미의 꿰퍼스 해안에 위치한 곳으로 수많은 양서파충류와 원숭이들의 서식지로 유명한 곳이다. 저녁 늦게 도착하게 되어 모기가 많고 허름한 숙소지만 파도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잠을 청했다.

▲ ⓒ정상배
(9월 26일)
아침 일찍 가이드와 함께 3시간에 걸친 국립공원 투어를 하게 되었다. 해안변 모래사장의 원시림 코스를 따라 가면서 야생동식물을 망원경으로 관찰하고 설명을 듣는 방식이었다. 국어가 스페인어인데 가이드는 영어를 사용하여 서식하는 동식물의 특징을 해설하고 질문에 대답을 해 주었다. 맹그로브, 야자수 등의 나무숲 중간 중간에 해오라기, 펠리칸, 도마뱀류, 아르마넬로, 박쥐류, 원숭이류, 나무늘보 등의 동물들이 곳곳에서 관찰되어 흥미로운 곳임에도 제대로운 안내자료가 없고 시설이 엉망이어서 아쉬움도 많이 남게 되었다.

▲ ⓒ정상배
다음 계획지를 찾아 빗속에서 구불구불한 산길을 부지런히 달렸는데 그곳은 바로 산악지역인 몬떼베르데 보전림지역이었다. 과거 종교박해로 인해 쾌이커 교도들이 산악으로 들어와 공동체마을을 이룬 곳인데 이곳 주민들은 주로 목축이나 관광사업을 통해 수입을 창출하고 있었다. 어두어지자 이 첩첩산중은 고요함만이 존재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 ⓒ정상배
(9월 27일)
몬떼베르데 보전림은 52명의 공동소유로 숲의 보호를 위해 하루에 160명으로 입장 인원을 제한하고 있었으며 수입은 보전을 위해 대부분 재투자되고 생태가이드를 직접 양성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가이드투어는 하지 않고 직접 체험코스를 탐방하였는데 소요시간은 약 2시간 정도였고 열대우림내의 수많은 동식물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의 문제도 전에 체험했던 곳과 마찬가지로 안내판, 자료 등의 비약함을 보여주었고 방문자센터나 숲의 가치를 알리는 서비스가 거의 없었다.

오후에는 마을내의 개구리 전시관과 뱀 전시관을 관람하였다. 새와 함께 이 나라의 상징적인 동물인 청개구리들과 뱀을 전시해 설명해주고 있었는데 생물종 보전의 역할을 기대했던 우리에게 눈요기 정도의 상업적인 전시관에 지나지 않아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 ⓒ정상배
(9월 28일)
몬떼베르데에는 또 하나의 숲 산타엘레나 보전림이 존재하고 있다. 이곳에서 유명한 것은 탑에 매달린 줄을 타거나 높게 설치된 탐방로를 걷는 캐노피 체험이었다. 스카이 트랙이란 줄타기는 8개의 단계별로 길고 짧고 높고 낮은 다양한 코스가 있었는데 가이드가 동행하여 안전하게 고공에서 속도감과 스릴을 즐기기에는 충분했다. 스카이 워크는 숲 사이의 철탑구조물로 만들어진 다리위와 숲을 걸으며 나무 열매나 꽃, 새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철탑의 수가 너무 많았고 숲의 가치나 보전 등 환경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나 안내판이 너무도 부족했다.

▲ ⓒ정상배
(9월 29일)
그동안 저녁이면 천둥번개와 함께 폭우가 쏟아지고 아침이면 쨍쨍한 햇빛을 보여주었는데 오늘만은 예외로 잠시도 멈추지 않고 비가 내렸다. 산악지형인 몬떼베르데는 전체가 비포장도로이고 울퉁불퉁 패였는데도 길을 다니는 차나 사람 모두는 불편해 하거나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길이 좋아져서 많은 관광객들이 들어오게 되면 그에 따른 문제들도 많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아침식사후 생태관광 특별반을 운영하는 산타엘레나 하이스쿨을 방문하여 수업내용에 대해 알아본 후 활화산이 있는 아레날 화산으로 향했다. 폭발에 대비해 인공적으로 조성한 거대한 아레날 호수를 지나 뜨거운 용암을 분출해 내는 화산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게 되었다. 낮에는 내뿜는 연기를 볼 수 있고 밤이면 새빨간 용암분출물을 분화구 밖으로 쏟아 내고 있어 장관이었다. 유황냄새와 연기가 가득한 화산주변에는 단 몇 개의 온천만이 있었는데 이곳이 우리나라가 아니란 것이 천만다행으로 여겨졌다.

▲ ⓒ정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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