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IUCN의 권고사항 충실히 따르는 게 해법

지난 6일 '제주 세계자연유산 보존 및 활용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2차 중간보고회가 열린 이후, 어느 곳에 ‘세계자연유산센터’가 조성될 것인가를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시 보고회장에서도 불거졌었지만 이 유산센터를 둘러싸고 유산마을 간 지나친 유치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용역을 맡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유산센터 입지 대안으로 ‘유산지구내 집중형’, ‘유산지구외 집중형’, ‘변형된 집중형(분산형)’ 세 가지를 제시하면서,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최적의 대안을 최종보고에서 제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실 세계자연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위한 용역 중 ‘유산센터’를 설치하느냐 여부와 어디에 설치하느냐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최근의 논쟁은 본말이 전도된 감이 없지 않다. 어떻게 하면 세계자연유산을 올바로 보존·관리하고 제대로 활용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와 검토의 초점을 두기 보다는, 하드웨어 시설인 유산센터를 어디에 조성할 것이냐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문화관광연구원의 중간보고는 일각의 지적처럼 '부실용역'이라기 보다는,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 계획을 나름대로 '충실히 담고 있는' 용역 보고로 평가하고 싶다. 이러한 전체적인 내용은 보지 않고 하드웨어인 유산센터 입지 여부에만 주요한 관심을 갖는 것이 문제라는 얘기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여기서는 논의의 주제가 아니므로 생략한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이러한 세계유산센터의 입지여부 논쟁은 매우 ‘소모적’이며 '비정상적'으로 비추어진다. 유산지구 내 한 지역에 집중하는 시설로 결정된다면, 이를 유치하지 못한 유산마을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져 유산지역의 보호와 관리에 비협조로 이어지거나 사각지대가 발생할 공산도 있기 때문이다.

2007년 5월 유네스코에 제출된 IUCN의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IUCN은 세계자연유산의 원형보존성-관리와 관련, 제주 세계자연유산센터 건설계획에 대해 재검토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재검토이유로는 제주시 외곽에 있는 '제주돌문화공원'에 이미 제주도의 지질학적 특징을 설명하는 특별전시관이 들어서있기 때문이며, 세계최고의 운영수준을 보이는 돌문화공원이 아직 미완성 상태고 후보유산의 세계유산적 가치에 초점을 맞춘 전시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IUCN의 의견은 굳이 따로 유산센터를 건립하기 보다는 콘텐츠나 인프라가 이미 갖추어져 있는 돌문화공원을 활용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논쟁은 소모적인 것이 아닐 수 없다. 괜한 마을간 유치경쟁으로 분란만 일으키지 말고 있는 시설을 활용하면 될 것이니 말이다.

혹자는 말 그대로 이게 ‘권고’ 사항에 불과하니, 애써 무시해도 된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제주도 당국은 IUCN의 또 다른 권고사항 중 하나인 ‘유산지역 내 사유지 매입’과 관련해서는 발 빠르게 추진해 나가고 있다. 제주도 당국은 유산지역 내 사유지 매입에 즉각 착수하여 내년까지 총 200억을 투입, 당초 2012년까지 계획됐던 것을 3년이나 앞당겨 사유지 매입을 마무리할 전망이다(이 사업에 대한 적절성 여부가 유네스코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고 들었으나 이 또한 이글의 주제가 아니니 생략한다).

이러한 권고사항은 서둘러 충실히 이행하면서도 어찌된 일인지 세계자연유산센터와 관련한 IUCN의 권고사항은 에둘러 무시하고 가는 형세다. 용역진 또한 이에 대한 속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해법은 단순하다. IUCN의 권고에 따라 돌문화공원을 세계유산센터의 기능을 하도록 보완하고, 유산마을마다 마을 비지터센터를 겸한 소규모 유산센터를 건립하는 것이다. 용역진이 제시하는 ‘변형된 집중형’이 그것으로, 유산센터 내 기능을 특화하여 해당 기능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장소에 분산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럼으로써 지역간 갈등을 최소화 할 수 있고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시킬 수 있다.

유산지구 탐방객이 263만명을 톨파하고 21.4%나 증가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기뻐할 일이지만 우리 세계유산이 탐방객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세계자연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위해서는 건물이 필요한게 아니라 S/W와 컨텐츠라는 것을 유념해 주었으면 좋겠다. <제주의소리>

<이지훈 편집위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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