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일간 31개국·100여도시 돌며 한국가락 선보인 가족 사물놀이단 공새미 귀향

▲ 1년 가까이 세계 각국을 돌며 한국과 제주를 알려온 가족 사물놀이단 '공새미 가족'이 28일 고향 제주를 찾았다.ⓒ제주의소리
“세상은 그대로다. 하지만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하면 그것은 세상이 바뀐 것이다”

304일 동안 온 가족이 세계 31개국·100여개 도시를 다니며 한국의 신명나는 사물놀이 가락을 들려줬던 공새미 가족이 드디어 고향에 돌아왔다.

28일 오후 6시30분께 제주국제공항의 도착게이트에 막내 현정(6)이가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아빠 김영기씨(44), 엄마 강성미씨(42), 큰딸 민정(17), 아들 민수(14)가 검게 그을린 얼굴을 보였다.

1년 가까이 사물놀이 세계일주 대장정을 마치고 돌아온 김영기씨는 “이번 여행을 통해 그동안 갖고 있던 내 신념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됐다”며 “앞으로 사회에 봉사하며 좋은 영향을미치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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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공새미 가족과 나눈 일문일답.

- 이번 여행에서 얻은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영기씨) 일단 어릴 적 꿈을 이뤘다는 것이 크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물질적 풍요보다는 정신적 여유를 갖고 생활하는 것이 진정 삶을 즐기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강성미씨) 여행을 떠나기 전 세계지도는 우리에게 단지 그림에 불과했다. 이제는 세계지도를 보며 우리가 다녔던 경로를 그릴 수 있고 그 많은 곳을 다니면서 느낀 것은 우리나라가 정말 아름답고 좋은 곳이라는 것이다.

- 여행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김영기씨) 아무래도 부모님의 사고 소식을 접했을 때였다. 이 때의 충격으로 한동안 정신적 공황상태까지 느껴야 했다. 그 외에는 짐이 많다보니 육체적으로 힘들다는 것이었는데 이는 우리로 하여금 항상 긴장하게 하는 도움이 된 것 같다.

- 여행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강성미씨) 우리가 다닌 곳 모두가 인상 깊게 남는다. 같은 느낌이나 같은 풍경으로 우리에게 와 닿은 곳은 없다.
(김영기씨) 그 중 한 곳을 굳이 꼽는다면 보츠와나의 한인 학교에서의 공연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공연 요청이 올 때까지만 해도 보츠와나가 어디에 있는 어떤 나라인지도 몰랐다. 아름다운 경관으로 유명한 케이프타운이 다음 행선지였는데 이곳을 포기하고 보츠와나로 향했다. 한인들이 20여 남짓한 가구를 이뤄 살고 있는 마을이었다. 그곳에 머무는 동안 교민들이 모두 돌아가면서 우리에게 식사를 제공해 주었는데 상상할 수 있겠냐. 남아프리카의 어느 마을에서 매운탕과 김밥을 먹는다는 것을. 김밥의 재료도 각자의 집에서 한 가지씩 모아서 말아줬다. 그 곳을 떠날 때는 서로 껴안고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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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은 주로 교민들을 대상으로 한 것인가.
(강성미씨) 반반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우리를 필요로 하는 교민들이 있으면 그곳을 중심으로 공연을 했지만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도 꾸준히 했다. 교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은 대부분 한인학교의 초청으로 아이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잠시나마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 교민들의 요청도 그런 것이었다. 교민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한국의 문화를 직접 접하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

- 현지인들의 반응은 어땠나.
(김영기씨) 대부분 좋은 반응을 보였다. 특히 브라질에서는 현지인들의 호응이 대단했다. 삼바 리듬이 생활화 된 이들이라 공연을 하면 바로 나와 춤을 추고 즐겼다.

- 고향에 돌아오니 느낌이 어떤가.
(강성미씨) 너무 좋다. 그런데 아직 실감하지 못하는 것이 그동안 계속 돌아다니다 보니 여기도 잠시 머무는 곳으로 생각된다. 어제 서울에 도착했을 때 막내 현정이가 ‘한국에 오니까 좋은데 꼭 한인타운에 온 것 같아’라는 말을 할 정도다.(웃음)

- 아이들의 교육문제를 비롯해 앞으로의 계획은.
(김영기씨)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것은 없다. 아이들의 교육은 부모와 함께 하는 것이 가장 큰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조기유학이다 뭐다해서 아이들만을 해외로 유학 보내든지 부모 가운데 한 사람이 자녀와 함께 해외로 나가지만 자녀교육이라는 명분 하에 가정이 깨진다는 것은 진정 자녀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교육을 교육기관에만 전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부모와 함께 가족의 테두리 내에서 부모의 모습을 통한 교육이 가장 크고 바르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제주에 남는다면 아이들도 함께 제주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아버지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결정하겠지만 부모님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여행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한 것을 보충해야하지 않겠나. 그 후 우리 가족의 여행기를 담은 책을 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문화관광부에 공새미를 예술인으로 등록해 활동하고 싶기도 하다. 예술인으로 등록하면 해외에서 교민들이 우리의 공연을 보고 싶을 때 절차가 좀더 쉬워질 것 같기 때문이다.
(강성미씨) 가족간에 자유롭게 의견을 게재하고 조율하는 모범적인 가족으로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현대사회에서 우리 가족을 통해 건전한 가족상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가족으로 열심히 살아가겠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김영기씨) 세상은 인간의 수만큼 존재한다. 저마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그 수만큼 다른 세상이 존재하는 것이다. 여행을 다녀와서 크게 변한 것은 없다. 세상은 그대로다. 하지만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이 변했다. 그러면 세상도 바뀐 것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신념이 크게 반사회적이지만 않다면 그대로 실행하면서 사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자신의 가치관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강성미씨) 한국에 돌아오니까 너무 좋다. 우선 언어에서 해방됐다는 그 자유로움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웃음)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것인데 가는 곳곳이 참 제주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유명한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 등보다 제주도가, 한국이 더 좋고 아름답다. 대한민국에 대한 충분한 자긍심을 갖고 스스로를 변화시켜 우리나라를 굳건하게 세워야 한다. 스스로가 변하는 것이 중요하다.

▲ 마주나온 가족과 반가움의 포옹을 하고 있다.ⓒ제주의소리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고향인 북제주군 애월읍 어음의 들과 오름을 돌아다니면서 키워온 세계여행의 꿈을 자신이 꾸린 가족과 함께 실현시킨 김영기씨.

그는 말한다. 자기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신뿐이라고. 자신을 변화시키면 세상도 변한다고.

민정이의 장래희망은 음악교사, 민수는 한의사, 현정이는 스튜어디스(최근까지만 해도 현정이는 유치원교사가 꿈이었다고 한다)인데 이들도 벌써 스스로를 변화시키면 세상이 변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한 얼굴이었다.

‘공새미’는 수도시설이 없던 시절, 김영기씨의 고향 마을 사람들에게 생명수를 제공해 준 고마운 샘물로 이 샘물처럼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는 가족이 되자는 의미와 가족 간의 사랑이 영원히 마르지 않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가족사물놀이패의 이름을 공새미로 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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