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백원철 원장, “지상전시물 기증하고 내년 하반기 탐라목석원 문 닫겠다”

탐라목석원 지상전시물 일체를 제주돌문화공원에 기증하고, 2009년 하반기에 탐라목석원의 문을 닫고자 합니다.

1. 탐라목석원은 1971년 8월 10일 개원 이래 40여 년 동안 도민들의 성원과 국내외의 관심 속에 성장하여 왔습니다.

1972년 4월에는 그 고유성과 희귀성을 인정받아 목석원 소장 형상목 20점이 제주도기념물 25호로 지정되었고, 1992년 프랑스 파리에서 발간되는 미술월간지 ‘눈(L'OEIL)’ 2월호는 목석원을 특집으로 다룬 바 있으며, 2001년 9월, 프랑스 문화재관리국 연간지 ‘기념비적인 것’에 목석원이 세계적인 ‘현대정원’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에 년 100만이 넘게 찾던 관광객들이 1990년 여행자율화가 되면서부터는 매년 관람객들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 관람료 수입으로는 목석원의 내실을 기하는 한편 육지부로 반출되는 수많은 제주의 소중한 자연석들과 민속품 등을 수집했습니다. 약 14,000 점, 11톤 크레인차 250대 분량의 이 수집품들을 1·2차에 걸쳐 구 북제주군에 무상기증 함으로써 민·관 공동의 제1단계 제주돌문화공원 조성사업을 마무리하여 2006년 6월 3일, 성공적인 개원을 할 수 있었습니다.

2. 그러나 돌문화공원이 개원되자 탐라목석원은 더욱 관람객들이 줄었고, 설상가상으로 목석원↔산천단 사이 도로확장 공사로 인해 무려 1년 여 동안 주차장 이용 불편으로 말미암아 관람객들이 현저히 감소, 목석원 운영에 압박을 받아 왔습니다.

그 동안에, 장기근속자부터 구조조정하는 등 다각적인 운영 개선 노력을 해 보았으나 올해 같은 경우는 재작년 도로공사 때보다 오히려 더 어려운 실정에 처해 있습니다.

3. 아시는 바와 같이 현재 제주의 관광 풍토에서는 무리한 알선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고  선의의 경쟁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어, 가족들과 의논한 끝에 지난 2008년 3월 16일, 목석원 지상 전시물 일체를 제주돌문화공원에 기증하겠다는 약식기증서를 작성해 돌문화공원 관리사무소 김성언 소장을 통해 제주특별자치도지사에게 전달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제주돌문화공원 역시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에 맞춰 서둘러 개원하다 보니 제1코스인 돌박물관 출구에서 주차장 사이에는 빈터가 여기저기 남아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빈터를 2009년 말까지 제대로 꾸미기 위해서는 상당한 분량의 전시물이 있어야 하는데, 목석원 지상 전시물들을 여기에 옮겨 놓으면 제주돌문화공원 야외전시장의 면모가 일신될 것입니다.

저에게 이제 남은 욕심은 제주돌문화공원을 제주적이고 세계적인 문화공원으로 꾸며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물려주겠다는 일념뿐입니다. 이것이 목석원의 지상 전시자료들을 무상기증하기로 결심하게 된 또 하나의 동기입니다.

그 동안 고생도 많이 했지만 보람도 컸습니다. 2006년도 문화관광부에서 전국적으로 실시한 문화·생태·관광자원 평가결과, 제주돌문화공원이 민·관 공동 사업을 통해 제주신화와 지역주민의 삶의 주제를 살려 개발에 성공한 A등급 우수사례로 선정됐습니다.

그로 인해 매년 국비 50%를 자동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게되어, 제주돌문화공원은 이제 국가적 사업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앞으로 제주의 자연석들과 각종 민속품, 시대별 제주 예술을 집대성하게 될 설문대할망 전시관까지 건립되면 제주돌문화공원은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는 문화센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도의회에서는 제주돌문화공원의 이와 같은 특수성과 사업의 장기적인 성격을 깊이 인식하여 제주돌문화공원 조성이 중단없이 이루어지도록 적극적인 행·재정적인 조치를 다 해주실 것을 간곡히 청원하는 바입니다. 이는 당초 제주돌문화공원을 위하여 민․관이 맺은 협약사항이기도 합니다.

이상과 같은 취지에 따라 목석원이 소장하고 있는 지상 전시물 일체를 아낌없이 무상기증 하면서,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목석원을 운영하면서 저 스스로 한 가지 자랑할 만한 일이 있다면 지난 40여년 동안 나무나 돌 하나도 저는 돈을 받고 판 사실이 전혀 없었습니다. 맹세코 그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로지 제주돌문화의 정체성, 향토성, 예술성을 지킨다는 일념으로 40여 년을 지내는 동안 초지일관 오로지 이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아내의 눈물어린 내조와 가족들의 희생 없이는 불가능 했습니다.

만일 다시금 이들에게 희생을 강요한다면 저는 사람의 도리를 어기는 것이 될 것입니다.
이 번 기회에 목석원 부지도 함께 사회에 환원하지 못하는 형편 또한 깊이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약속한대로 모든 기증자료들을 깨끗이 정리한 후 2009년 하반기에 목석원의 문을 닫고자 합니다.

초창기 가장 어려웠을 때 많은 도움을 주셨던 분들과 관계 공무원 여러분, 언론인 여러분,  그리고 늘 가까운 곳에서 어려울 때마다 격려해 주시고, 협력해주신 몇몇 동지들에게 이 자리를 통해 진심으로 깊이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그동안 성원해주신 도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2008년 12월8일 탐라목석원 백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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