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와 논리가 상실된 제주관광

금융위기로 촉발된 미국의 난관은 우여곡절 끝에 승인된 구제금융 법안에도 불구하고 파산위기에 직면한 자동차 3사로 대변되는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으로서 존경의 대상이던 가진 자(the rich)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접한 미국시민의 분노는 위로는 대통령으로부터 아래로는 하원의원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로 표출되었다. 정권을 장악한 민주당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고통분담이 전제되지 않는 자동차 3사의 지원법안을 거부하는 공화당 및 백악관의 입장은 확고부동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 경제위기의 여파는 마치 지진해일처럼 진앙지로부터 멀어질수록 피해범위 및 피해수준은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의 경제격차수준이 낮은 유럽연합에서는 사전대비로 피해규모의 최소화가 가능하지만 경제적으로 빈곤한 국가에서는 증폭된 피해강도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로는 세계 10위권으로 평가되는 선진국이지만 OECD 회원국 중 수출의존비율이 매우 높은 경제구조로 인해 전 지구적인 경기침체사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제 위기의식이 팽배해진 가운데 허리띠를 졸라매는 고통분담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비장한 공감대가 우리사회 전반에 형성되고 있다.
 
최악의 대외여건으로 위기에 직면한 우리사회에서 회복해야 할 최우선 덕목은 사회 지도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 oblige) 정신이다.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는 고통분담을 강요하지만 실상 지도층이 교묘히 책임을 회피한다면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므로 이러한 국가적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 지도층의 솔선수범이 선행되어야 한다. 암울한 전망이 팽배해진 분위기에서 국가의 역할은 국민으로 하여금 꿈과 희망의 긍정적 이미지를 확신시켜 주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건전한 문화육성이 필요한 시점에서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의 허용을 요구하는 제주도의 방향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다. 좌절에 직면한 사회적 약자로 하여금 근로의욕을 북돋아줄 수 있도록 국가차원의 미래비전을 제시해야 하지만, 자포자기에 직면한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일확천금의 환상을 심어 주는 카지노의 허용을 요구하는 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포기한 것이다. 고통분담에 동참하기보다는 정반대로 국민적 고통을 기회로 인식하는 비윤리성으로는 세계적 관광지를 지향하는 제주도의 이미지와도 부합되지 않는다.
 
제주도가 요구하는 내국인 카지노에는 제주도민의 출입을 불허하는 관계로 관광객(전용)카지노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제주도정이 제시하는 바처럼 카지노가 건전한 엔터테인먼트라면 문화향유기회가 빈약한 제주도민의 이용을 장려해야 하지만 정반대로 출입조차 원천 봉쇄한다고 한다. 사람과, 상품, 자본의 자유이동을 허용하는 국제자유도시를 미래비전으로 설정한 제주도에서 실현주체인 제주도민의 출입을 배제하는 관광객(전용)카지노는 논리적으로도 부합되지 않는다.
 
관광객(전용)카지노 계획은 윤리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 윤리적 관점으로는 카지노 계획 자체가 폐기되어야 하지만 제주도민의 출입이 허용되는 완전개방형 카지노라면 논리성은 확보할 수 있다. 즉, 고통분담의 사회적 분위기와는 정면 위배되는 비윤리적 사업이기는 하지만 완전개방형 카지노인 경우 사람의 자유이동을 허용하는 국제자유도시의 기본취지는 준수할 수 있다. 그러나 윤리성이 전제되지 않은 섬이 세계적 관광지로 성장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제주의소리>

<문성민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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