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역외금융센터 추진전략 전문가 세미나
역외금융 ‘규제강화’ 추세...‘틈새시장+뉴아이템’ 제시

▲ 지난 1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제주금융포럼 제주대 국제금융연구센터 공동주최로 '제주역외금융센터 향후 추진전략'세미나가 열렸다. ⓔ제주의소리
제주도가 추진 중인 역외금융센터의 주 업종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전문가그룹에게 제기됐다. 세계금융위기를 맞아 ‘역외금융’ 자체가 ‘표적 아닌 표적’이 돼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금융중심지로 선정되기 위해서도 새로운 틈새업종을 찾아야 한다는 게 주된 이유다.

(사)제주금융포럼과 제주대 국제금융연구센터 공동주최로 지난 1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주역외금융센터 향후 추진전략’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유치업종 전환 ▲금융+패기지전략 채택 등을 새로운 과제로 제시했다.

제주금융포럼 고희범(한국에너지재단 사무총장) 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이날 세미나서 전문가들은 금융중심지로 선정되기 위한 제주도의 ‘역외금융센터 전략’이 예상치 못한 글로벌금융위기로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다는데 대다수가 공감했다.

홍병기 중앙일보 경제부 기자는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가 조세회피 창구인 역외금융센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하고 있으며 OECD 역시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조세에 대한 규제강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지금 세계적인 추세가 역외금융에 대한 '규제강화'에 있는 만큼 이를 우회할 수 있는 '지주회사'를 주 업종으로 택하거나 '금융+알파'인 패키지 전략을 택할 것을 이구동성으로 주문했다. 사진 가운제 토론자가 중앙일보 경제부 홍병기 기자. ⓒ제주의소리
케이만군도 역외금융센터 한 빌딩에 미국 기업(페이퍼 컴퍼니) 1만5천개가 있는 상황에 오바마가 “말이 되느냐”며 규제강화를 시사했다는 것이다. 미 금융시장의 유동성 부족이 케이만군도와 같은 역외금융센터로 자본이 유출되기 때문으로 보고, 이들에 대한 조세를 강화할 추세라는 것이다.

홍병기 기자는 “지금 제주도가 가고자 하는 역외금융센터는 국제적 흐름으로 볼 때 정반대 방면으로 가고 있다”며 역외금융센터 업종전환 필요성을 조심스레 타진했다.

양혜연 삼일회계법인 이사도 “금융위기 후 역외금융 논의가 위축되는 분위”라며 “유치업종 중 틈새를 노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국내외 ‘다국적기업 본부’와 ‘지주회사’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양 이사는 “금융거래가 수반 안되는 다국적 기업과 기업의 지배구조개선을 위한 지주회사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 기업 상당수가 해외에 기업을 설립하고 있는 추세로, 이들 기업에 자금의 흐름과 인적자원의 효율적 운용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이사는 “‘자금세탁’ ‘조세회피’라는 역외금융센터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이니라, 글로벌기업을 유치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외금융센터에 대한 오바마 당선자의 부정적 시각을 소개했던 홍병기 기자는 ‘역외금융+ α’인 패키지 전략을 쓸 것을 제안했다.

수요자인 외국인 입장에서 볼 때 (우리나라에서만 하더라도) 서울 인천 등에 비해 지리적으로(항공기를 두 번 갈아타야 하는) 불리한 입장에 있는 제주가 ‘비교우위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무공해 환경, 관광산업과 연계한 리조트형 비즈니스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역외금융 트렌드가 역외금융에다 다른 산업을 추가하는 ‘패키지 추세로 모나코는 제조업, 버뮤다는 도박이 패키지로 가고 있다며, 제주도는 ’역외금융+관광산업‘을 페키지로 갈 것을 조언했다. 도박산업도 무시 못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우리은행 홍창기 팀장도 제주의 불리한 지리적 여건을 감안한다면 불리한 여건을 타개할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할 것을 당부했다.

제주역외금융센터 후보지는 제주영어교육도시가 들어서는 서귀포시 대정읍으로 홍 팀장은 “세계적으로 역외금융센터가 산(중산간) 속에 있는 곳은 제주 밖에 없다”면서 “지금의 후보지에 역외금융센터를 짓는다면 미분양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은 제주역외금융센터가 도심지가 아닌, 산속(중산간)에 들어 서는 것, 제주공항이 24시간 운영 못하는 것은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오른쪽 토론자는 홍창기 우리은행 팀장. ⓒ제주의소리
그는 대안으로 뮤추얼펀드와 자산운용 업종을 주력 업종을 택할 것을 제시했다. 역외금융센터 배후도시에 쇼핑센터를 만들고, 요트와 테니스 골프 등을 즐길 수 있는 그린시트를 만들어 서울보다 좋다는 매력을 느끼게 만든다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홍 차장은 “그렇다고 해도 24시간 운영 못하는 제주공항은 상당한 취약점”이라면서 “제2공항을 건설하던지, 아니면 지금의 제주공항을 24시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도 “역외금융센터의 조세회피에 대해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는 맞지만 그렇다고 역외금융센터 전부가 조세회피지역은 아니”라면서 “국세청이 (조세회피지역으로) 보는 곳은 라부안과 모나코 정도이며, 기획재정부는 지금 외국과 분쟁의 불씨를 만들지 않기 위해 역외금융을 묶어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역외금융이 안된다면 제주가 택해야 할 업종은 단기적로는 지주회사로 특화시키는 게 맞다”며 양혜연 이사 주장에 동조했다.

또 홍병기 기자가 제안한 패키지 전략에 대해서도 금융과 기술이 묶인 로얄티 산업을 유치하는 방안도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 제주대 박상수(국제금융연수센터 소장) 교수와 금융연수원 강철준 교수는 공동으로 마련한 주제발표에서 “정부의 금융중심지 지정여부와 상관없이 제주에서는 역외금융센터 설립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면서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4단계 제도개선과제로 제주투지진흥지구 지정대상 업종에 ‘금융업’을 포함시킬 예정임을 밝혔다.

중앙정부의 거부감이 적고 국회통과가 유리할 것을 보이는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개정을 통해 투자진흥지구 대상업종으로 먼저 선정할 수 보다 많은 혜택을 얻는 방향으로 나가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 놓았다.

다소 논란이 일고 있는 제주역외금융센터 후보지 선정과 관련해서는 “변경여부에 대한 득실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보였다.

주제발표한 박상수 교수는 “역외금융센터가 들어서는 제주영어교육도시가 제주공항과 50분 거리에 있어 일반적으로 도시 중심가에 있어야 하는 추세와는 맞지 않는 게 사실이며, 이 때문에 센터를 설립한다고 해도 사무실 미분양 가능성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영어교육도시인 경우 구도심권과는 달리 (외국어 사용이 가능한 인력 등 ) 충분한 인프라를 갖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또 후보지를 바꿀 경우 해당지역 주민 반발은 물론이고, 1천억원이 예상되는 현재 계획보다 훨씬 많은 추가 비용이 들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지금은 힘든 상황이지만 2~3년 후를 대비해 지금부터 역외금융을 준비해야 하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허창협 한국채권평가 전무는 “세계금융위기로 유동성이 1/10로 줄어들면서 세계 각국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금 엄청나게 화폐를 찍어내고 있다”면서 “이게 다시 한번 유통성화를 초래하다. 돈이 돌기시작 하면 통화가 너무 많이 풀여서 증시에서 말하는 유동성장세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허 전무는 “현재 유럽 금융기관들은 전진기지를 싱가포르로 옮기고 있다. 이는 앞으로 중국 한국 일본 등이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해 국제금융시장 자본이 아시아쪽으로 몰려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지금부터 제주역외금융센터를 준비해 2~3년 후 본격으로 유럽자금이 몰려온다면 대단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좋은 시기를 맞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헤지펀드는 죽는 게 아니라, 형태가 바뀔 뿐으로 제주역외금융센터 업종도 결국 펀드쪽으로 가야한다”면서 “PF펀드, SPC펀드가 아시아쪽에서 많이 일어나는 만큼 이들 펀드 소재지가 제주로만 온다면 이는 그야말로 대박이 나는 사업이 될 것”이라며 지금부터 제주역외금융센터 준비를 서두를 것을 강조했다.

양기철 제주특별자치도 과장은 “제주도가 2009년도 예산에 제주역외금융센터 국제용역을 위한 용역비 9억원을 편성했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라며 “종합프로젝트가 아닌 단일 프로젝트에 이처럼 엄청난 예산을 반영한 것은 제주역외금융센터에 대한 제주도의 의지가 내부검토-논의수준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관철시키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라고 말했다.

양 과장은 “국제용역에 대해 부담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국내외 전문기관과 전문가 네트워크를 활용해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겠다”면서 “정부에서도 예산의 조기집행을 강조하는 만큼 과업지시서를 검토해 내년초에 제주역외금융센터 국제용역이 조기발주 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가 지난 11월 14일 마감한 금융중심지 후보신청에는 제주를 비롯해 서울 인천 부산 고양시 등 5개 도시가 경합을 벌이고 있으며, 주관부처인 금융위는 5개 도시 프리젠테이션에 이어 12~13일 5개 도시 현장 실사를 벌였다.

금융중심지는 당초 연내 지정할 계획이었으나 내년 1월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금융중심지는 서울이 금융허브로 선정되는 게 거의 확실하며, 추가로 한 곳을 선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지를 놓고 4개 도시가 경합중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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