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주인 없는’ 제주역외금융센터 연구 20년

# 금융중심지 ‘서울+1’...복수 선정 놓고 4대 도시 경합 형국

제주도가 제주역외금융센터를 ‘금융중심지’로 지정받기 위한 신청서를 금융위원회에 접수(11월 14일)한 지 한 달여가 흘렀다. 그동안 프리젠테이션이 있었고, 지난 12~13일에는 제주를 비롯해 서울 인천 부산 고양시에 대한 현장 실사가 있었다.

앞으로 한 차례 계획서 보완이 있은 후 금융중심지 선정 심사위원회 심사결과를 토대로 금융위원회가 금융중심지를 발표하게 된다. 빠르면 연내, 늦어는 내년 1~2월에는 결정될 예정이다.

서울은 거의 확정적이다. 금융중심지 정책이 수립된 참여정부에서부터 서울은 우리나라 ‘금융허브’로 육성한다는 정책이 수립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금융중심지 선정은 서울을 배후에서 지원할 또 다른 한 곳이 어디냐를 놓고 나머지 4개 도시가 경쟁하는 형국이다. 복수지정 방침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세계 각국의 국제금융시장 정책이 한 곳의 허브와 이를 지원하는 보완시장인 ‘복수’를 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도 금융중심지를 복수로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다 수도권규제 완화에 반발하는 지방을 달래기 위해서도 ‘서울+지방‘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 역외금융은 국제금융시장 ‘킬러콘텐츠’....배점기준에서 제주는 불리

금융위원회가 지난 8월 발표한 평가기준과 배점은 ▲국제경쟁력(30%) ▲인프라(30%) ▲지방자치단체의 지원(20%) ▲기대효과(10%) ▲사회적 수용성(10%)로 짜여 져 있어 경제규모와 인구가 작은 제주도에 애당초 불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제주도가 제시한 역외금융센터는 한국이 금융허브 추진전략에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지역 이기주의’ 관점을 벗어나기 위해 ‘만약 자기지역을 제외한 한 곳을 택한다면 어느 곳이 적합 하냐’는 질문을 던진다면 김칫국먼저 마신다고 할런지는 몰라도 단연 ‘제주’일 것이라는 생각은 필자만일까?

이는 그 목적사업인 ‘국제금융’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또 서울과 인천, 부산, 고양시 모두 무엇을 다루냐는 ‘상품’은 다르지만 ‘역내금융’에 초점을 맞춘 반면, 제주는 ‘역외금융’으로 서울을 보완할 수 있는 확실한 ‘킬러 콘텐츠’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우리로서는 중앙정부(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와 학계가 역내금융에 대해선 잘 알면서도, ‘역외금융’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하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비록 세계금융위기를 맞아 역외금융이 ‘애꿎은 희생양’이 되긴 했지만, 국제금융시장이 ‘역내+역외’ 전략으로 간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있는 대세다.

# 20년 동안 전공 전문가 한명 없이 연구해 온 게 지금의 현실

화점을 제주로 돌리자. 우리나라에서 역외금융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1980년도 중반부터다. 논의주체도 그렇고 대상도 제주였다. 1984년부터 20년 넘게,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유일하다시피 할 정도로 많은 정책적 연구와 논의가 이뤄져 왔다. 제주도가 타 지방보다 똑똑하다거나, 타 시도가 국제금융의 흐름을 몰라서만은 아니다. 만약 우리나라가 역외금융을 한다면 그 곳은 제주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성을 제주가 빨리 캐치하고 준비해 왔다는 게 제주의 ‘강점’이다.

그러나 지난 20년의 연구 성과가 국제적으로는 물론, 국내적으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제주 스스로가 “왜지?” 라고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이 문제가 제주가 국내적으로는 단연 역외금융에 대해 독보적인 입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정부 정책에선 밀리는 이유일 것이다.

이야기 주제다.

제주에서 지금까지 역외금융에 대해 연구를 해 보고, 논의를 주도해 온 공공기관은 제주대학교와 제주발전연구원이 있다. 여기에다 민간파트너로 (사)제주금융포럼과 최근에 발족한 ‘제주역외금융센터설립추진위(추진위)’가 있다. 제주도는 정책적으로 총괄하는 자치단체다.  

제주대학은 명실상부 제주지역 거점대학이다. 대학스스로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제주발전의 ‘중심’이란 뜻이다. 그러나 역외금융센터에 관한한 제주대학은 ‘방관자’다. 지난 2007년 제주국제금융연구센터가 만들어지긴 했지만, 이는 경제학과내 몇몇 교수가 참여하는 개인적 연구모임 수준이다.

제주대학교에 금융관련 전공교수는 한 명도 없다. 경제학과 금융관련 과목 개설은 더욱 한심하다. 학부에선 1~4학년 통틀어 3개 과목, 그리고 대학원에도 1개 과목이 개설된 게 고작이다. 그래 놓고선 제주대학교가 ‘거점대학’이라고 말한다면 그 입이 부끄러울 뿐이다.

제주도정의 싱크탱크인 제주발전연구원 역시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 제주발전연구원은 연구과제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견지하면서도 제주지역의 중장기적 미래비전을 설계-연구하고, 현안에 대한 정책적 과제를 내 놓아야 하는 연구기관이다.

그러나 제주발전연구원 연구대상에서 ‘제주역외금융’은 열외다.

연구원 자체적으로 제주중장기적 과제를 연구하는 ‘정책연구’에 역외금융은 단 한번도 포함된 적이 없다. 도민사회 이슈를 다루는 ‘현안연구’과제에도 빠졌다. ‘수탁연구’에만 포함됐다. 수탁연구란 뭘까? 이른바 ‘용역’이다. 제주도가 별도의 돈을 준 과제에 대해서만 연구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연구원도 없기는 마찬가지다. 연구위원과 책임연구원, 초빙-위촉연구원 20명 중 경제학관련은 3명(박사 1명, 석사 2명)이나 금융전공은 없다.

거점대학인 제주대학교도 ‘없다’, 싱크탱크라고 하는 제주발전연구원도 ‘만찬가지’라면 역외금융에 대한 지난 20년의 연구는 도대체 어디서 나왔느냐고 묻는다면 몰골이 흉흉해 질 수 밖에 없게 된다.

# 제주도-제주대학교-제주발전연구원, 위상에 걸맞는 일을 하기를...

지금까지 역외금융 연구성과를 쌓아 올 수 있었던 이유를 찾는다면 제주대학교와 제주발전연구원의 몇몇 교수와 연구원의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여기에다 제주를 떠나 살면서도 고향발전을 위해 자신의 힘을 쏟아온 제주출신 재경 경제금융관련 인사들의 공헌이 지대했다. 제주가 금융위에 금융중심지 신청을 내고, 국내 유일의 역외금융센터를 건설하게다고 자신만만하게 나선 것도 이들의 배경이 없고는 불가능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들 ‘향수(鄕愁)의 힘’에만 무한정 매달릴 것인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추진위원회는 출범했지만 그야말로 전형적인 ‘얼굴마담’에 그치고 실제 손과 발은 보이질 않는다. 역외금융센터가 만들어진다고, 만들어졌다고 했을 때 거기에서 신명나게 놀아 줄 제주지역 금융기관의 모습과 역할도 보이질 않는다.

결론은 자명하다. 제주자치도와 제주대학교, 제주발전연구원이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기를 당부한다. 자치단체는 도정의 총본산답게 대학과 연구원에 독촉할 것은 독촉하고, 지원할 게 있다면 과감히 지원해야 한다. 대학과 연구원도 언제까지 고고하게 ‘요청’이 오기만을 기다릴 것인가. 아무리 돈이 없이면 아무것도 못하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돈...돈..’ 그만하고 스스로 나서길 바란다. 말로만 ‘도정중심’ ‘거점대학’ ‘싱크탱크’라고 폼 잡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 말라는 이야기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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