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미의 제주여행(8)] 올해는 모든 이에게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 ⓒ양영태
2004년 마지막 날은 그렇게 끝을 맺었습니다.
한 해의 모든 근심과 걱정, 암울한 마음, 어두운 그림자, 슬픈 표정들….
하다 못해 한 줄기 남은 기쁜 표정까지 그 모든 것들을 감추기라도 하듯 사방이 하얗게 눈으로 덮혔습니다.

   
2005년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는 날, 길을 떠났습니다.
고운 옷 갈아입고 손님을 맞이하는 심정으로, 지난해 마지막 날 서쪽 끝 바다 속에 숨어 지친 몸을 추스리고 이제 새로운 모습으로 떠 오르는 첫 해를 마중하러 동쪽으로 향합니다.
하늘이 점점 밝아오는 모습을 보고 마음 조리며 길을 재촉합니다.

   
찌푸린 하늘을 가르고 해가 솟습니다.
잔뜩 낀 구름을 두 손으로 거두며 해가 솟습니다.
기도합니다.
모든 이에게 희망을,
모든 이에게 행복을.....
순백의 대지에 붉은 희망을 비춰줍니다.
하얀 피부에 행복을 새겨줍니다.

   
이제 태양은 서서히 그 힘을 더해 갑니다.
높은 오름 곳곳에도 그 기운이 뻗어 갑니다.

   
태양의 온기가 마을 곳곳을 비춰줍니다.
때로는 힘을 모아 한 곳에만 열을 내기도 하고,

   
마침내 그 기운이 사방을 덮습니다.
태양의 온기는 너와 나를 가르지 않습니다.
높은 곳과 낮은 곳을 가리지 않습니다.
올 한해 그렇게 그늘진 곳 없이 시작하여 얼어 붙은 곳 없이 마지막 밤을 보냈으면 합니다.

   
마음 속의 기도가 하늘까지 오르길….

   

※ 양영태님은 '오름오름회' 총무, 'KUSA동우회 오름기행대' 회원입니다. 이 글은 양영태님의 개인 홈페이지  '오름나들이(ormstory.com) 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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