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할인점의 독점구조와 유사한 피해 유발

제주도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관광객(전용)카지노의 방향은 중앙정부를 대상으로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제주도정의 정책방향과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면세점이 운영되고 있지만 상품의 자유이동을 전제로 하는 국제자유도시의 취지를 토대로 제주도 전역의 면세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사람의 자유이동이 전제된 국제자유도시의 이념을 토대로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의 요구는 논리적으로 타당하지만, 제주도민의 출입이 배제될 뿐만 아니라 관광객의 출입횟수 및 1회 최대배팅금액이 제한된 관광객(전용)카지노의 추진은 자기모순임을 자인하는 격이다.
 
사람의 자유이동을 보장하는 국제자유도시의 기본취지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민의 출입을 불허할 수밖에 없는 근거로는 예견된 도박중독의 폐해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단란한 가정마저 절망의 나락에 떨어뜨리는 도박중독의 폐해를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내국인의 출입을 불허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제주도민의 출입이 불가능한 관광객(전용)카지노의 방향이 도박중독의 폐해를 고려한 것이라면 동일한 잣대가 관광객을 대상으로도 적용되어야 한다. 도박중독의 위험성으로부터 제주도민의 안위는 철저히 보호하는 반면 관광객을 대상으로는 잠재적 위험으로 유도하는 행위는 환대(hospitality)의 정신과도 부합되지 않는다.
 
관광객(전용)카지노 추진주체인 제주도정의 설명대로 관광객을 대상으로 연간 출입횟수 및 1회 최대배팅금액의 제한으로 도박중독으로 야기될 각종 문제의 통제가 가능하다면 동일한 논리가 제주도민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즉, 내부인과 외부인, 즉 제주도민과 관광객을 구분하는 사고방식으로는 미래비전인 국제자유도시의 실현가능성이 불투명한 관계로 제주도민을 배제한 관광객(전용)카지노 계획 자체를 폐기하든지, 또는 19세 이상의 성인출입이 자유로운 완전개방형 카지노 계획으로의 변경이 불가피하다.
 
도박중독으로 대변되는 사회문화적 측면의 부정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전용)카지노를 추진하는 배경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효과에 기인한다. 비록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사행산업의 경제적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연간 출입횟수 및 1회 최대배팅금액이 제한된 관광객(전용)카지노의 수익구조로는 자칫 경제적 편익이 사회문화적 비용을 상쇄하지 못할 개연성도 존재한다. 즉, 지출규모의 통제로 관광객(전용)카지노의 수익은 기대이하로 판명된 반면 도박중독치료에 소요된 예산 및 제주관광의 이미지 훼손 등의 비용측면이 부각될 가능성도 상정해야 한다. 이러한 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편익에 대한 확신이 전제된 관계로 관광객(전용)카지노의 추진이 가능한 것이다.
 
연간 출입횟수와 1회 배팅금액이 제한된 수익구조에서도 기대이상의 경제적 편익의 확신은 카지노의 생리에 근거한다. 즉, 과학에 기반을 둔 체계적인 시스템 하에서 카지노 이용고객의 대다수는 잃을 수밖에 없는 카드를 선택하게 된다. 확률이 카지노 고객에게 우호적이라면 방영당시 신드롬이 형성된 <올인>과 동일한 주제의 드라마는 제작조차 고려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카지노 시스템에서 생존 가능한 고객유형은 극소수의 전문가로 제한된다. 이런 측면에서 관광객(전용)카지노를 방문한 대다수 관광객의 지갑을 허전케 할 수 있는 확신이 가능해진 것이다.
 
언론보도를 종합해 보면 연간 이용횟수 및 1회 최대배팅금액의 상한선은 각각 10회와 100만원이 유력하다. 경제적 효과의 극대화 관점이라면 이용횟수와 최대배팅금액의 기준을 상향해야 하고, 역으로 사회문화적 비용의 최소화가 최우선 고려대상이라면 현행 기준보다 하향해야 한다. 이런 정황을 감안하면 연간 10회의 이용횟수와 100만원으로 결정된 1회 최대배팅금액은 사회문화적 비용은 최소화하면서 기대된 경제적 편익 창출이 가능한 최소한의 기준으로 간주할 수 있다. 결국 도박중독의 폐해를 고려하여 1회 최대손실금액이 100만원으로 제한된 시스템에서 기대된 경제적 편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각 관광객으로부터 100만원의 이익창출이 가능한 시스템이 구비될 수밖에 없다.
 
제주관광의 평균예산범위를 감안하면 100만원으로 제한된 1회 최대배팅금액은 제주관광구조에도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2박 3일 기준으로 1인 평균 50만원 내외의 예산으로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이 관광객(전용)카지노에서 100만원에 육박한 금액을 잃게 되면 사전 계획한 제주관광일정의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계획에 없었던 손실로 인해 특급호텔/고급펜션의 숙박예약을 취소하고 저렴한 여관으로 숙박장소를 변경하고, 유료관광지로부터 무료입장이 관광지로의 변경, 그리고 고가의 제주향토음식으로부터 저가의 식음료 선택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2명의 커플이 각자 100만원을 잃는 상황을 상정 가능한 것처럼 2명의 커플 모두가 수백만 원의 횡재도 가능하지만 카지노 시스템은 대다수 이용고객의 손실을 전제로 하고 있다.
 
관광객(전용)카지노로부터 야기될 도박중독의 폐해로부터 유일한 구제대상으로 확신한 제주도민은 새로운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즉, 관광객(전용)카지노의 수익이 증대될수록 지출여력이 감소된 관광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중소규모 관광사업체의 수익구조는 악화될 개연성이 높아질 것이다. 동네 구멍가게와 중소 슈퍼가 상생하던 시장에 대형할인점이 등장하면서 약육강식의 냉혹한 경쟁논리에 의해 강자의 시장독점구조는 확고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관광객(전용)카지노가 미래의 제주관광에 미칠 암울한 전망을 그려보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제주의소리>

<문성민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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