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감귤 유통현장을 가다(1)] 샘플경매로 효율성 높여

▲ 최첨단 광센서 비파괴선과기로 높은 가격을 받고 있는 미까비농협의 선과장.ⓒ김현철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우리와 비슷한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와는 다른 그들만의 독특한 색깔이 있는 나라다.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이면서 농업선진국인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앞두고 제주감귤이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방문 때 한-일 FTA에 대한 언급이 시작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 더불어 2005년 타결을 목표로 한-일 FTA를 추진하고 있다.

한-일 FTA로 인해 우리 농업이 막연히 이익만 볼 것이라는 유리한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심심치 않게 전해온다.

일본의 유통현장인 백화점과 선과장, 농가방문을 통해 일본감귤의 유통실태를 점검하고 제주감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 2회에 걸쳐서 점검해본다.

가. 일본의 감귤산업

앞으로 품질향상을 통해서 제주감귤의 이미지를 개선해 나간다면 일본감귤과의 경쟁은 해볼만하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물론 생산기술부터 품질등급에 의한 선별 등 개선해나가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고 늦은 감이 다소 있지만 생산농가와 농협, 행정이 단결해 맡은 바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해 나가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은 1970년대 온주밀감 생산과잉으로 인한 문제점이 발생하자 중앙정부 차원에서 적정생산을 위한 감귤과원 줄이기에 나선다. 중앙정부와 생산농가의 피나는 노력으로 최근 온주밀감 재배면적 비율은 1976년에 비해 약 40% 정도의 수준까지 감소되었다.

'99년산 온주밀감 생산현황을 보면 144만7000톤을 수확하여 128만7000톤을 출하했다. 하지만 지난해인 '03년에는 114만7000톤을 수확하여 101만4000톤을 출하하였다. '04년에는 100여톤을 수확하여 94만여톤을 출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일본의 농업인구가 점차 고령화 되어가고 있는 추세이고 이로 인한 폐원과 타 작물로의 전환은 해를 갈수록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점차 감귤 재배면적이 감소될 전망이다.

나. 일본의 유통현장

1. 동경의 백화점
활력이 넘치는 신주꾸 거리에는 젊은이들의 물결로 가득찼다. 젊음과 환락, 다양한 쇼핑 공간이 모여 있는 신주쿠. 이곳에는 다양한 문화의 물길들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산맥을 이루는 느낌이다.

▲ 일본 신주꾸의 다카노백화점 과일코너 입구.ⓒ김현철
일본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과일만을 판매한다는 신주꾸의 마츠코시백화점과 타카노백화점을 방문했다. 이곳에서는 극조생감귤을 비롯해 한라봉, 청견 등 다양한 품종의 감귤이 판매되고 있었다.

특히 이곳 백화점에서는 고급스런 포장지와 함께 감귤사진을 넣은 카다로그, 전문판매원을 두고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청도계 조생종대과인 경우 4kg 한 상자에 5250엔(세전 5000엔)에 한정판매를 하고 있었으며 한라봉은 2.6kg 상자 4725엔, 3.8kg 상자 6300엔, 4.8kg 상자 8400엔에 판매가 되고 있었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감귤품종만 파는 것이 아니라 감귤과 딸기 혹은 감귤과 메론, 감귤과 배를 다양한 무게와 포장으로 파는 일본의 마케팅은 실로 본 받을 만 하다.

2. 도쿄도 중앙도매시장-오다시장
1971년 고도성장기의 도시인구 증가로 인한 유통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제정된 ‘도매시장법’에 의거하여 도매시장 정비 10개년 계획의 준비절차의 책정과 재검토를 행하여 1981년도에 수립된 제3차 도쿄도 도매시장 정비계획에 따라 청과와 수산, 화훼를 취급하는 종합시장으로 건설됐다.

▲ 일본 도쿄 중앙도매시장의 오다시장 전경.ⓒ김현철
오다시장은 11만7000여평의 넓은 부지와 근대적 설비를 자랑하는 종합시장으로 청과부와 화훼부는 시설규모나 취급량 모두 일본내 최대시장이다. 또한 전국의 기준가격 형성시장으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동일본 전역에 공급을 하는 명실상부한 일본 대표시장이다.

△시설현황
오다시장의 전체면적은 청과동이 9만4900㎡, 수산동이 2만4900㎡, 사무동 4만2400㎡, 시설회관동 1만2300㎡, 화훼동 2만2000㎡ 등 모두 38만6426㎡에 이른다. 1일 취급량을 보면 청과물이 3408톤으로 가장 많고 수산물이 128톤, 화훼류가 328만8000본이다.

오다시장 건설에 투입된 비용은 건설비가 612억엔(청과·수산시설 553억엔, 화훼시설 59억엔)이고 부지비용이 666억엔(청과·수산부지 532억엔, 화훼부지 134억엔)으로 총 1278억엔의 비용이 투입됐다.

시장내 종사현황을 보면 모두 9개사의 도매회사가 있고 중도매업자는 모두 274개 회사(청과부 181개사, 수산물부 73개사, 화훼부 20개사)로 421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매매참가자는 청과부의 1619명과 수산물부의 30명, 화훼부 2033명 등 모두 3682명에 달한다.

△오다시장의 구조와 운영
오다시장은 생산자가 생산한 농수산물을 출하단체나 산지중매인이 경매전날 오후 3시께부터 심야에 걸쳐 시장에 실려온 물품을 도매업자에 의해 신속하게 도매시장에 진열한다.

진열된 물품을 중간도매업자와 매매참가자가 사전에 체크하여 얼마에 매수할 것인가를 결정하여 경매에 참가한다. 화훼와 식육을 제외한 모든 경매를 수기로 진행하는 오다시장은 제일 높은 가격을 입찰한 사람이 그 물품을 매수하게 된다.

▲ 경매 대기 중인 일본감귤. 일본은 샘플경매를 하기 때문에 출하처별로 한 두 상자씩만 경매에 나온다.ⓒ김현철
이어 중간도매업자는 도매업자로부터 매수한 물품을 소매업자들이 사기 쉽게 크기와 양으로 나눠 점포에 진열하는데 매일 오전 11시까지 물건을 사는 사람들로 번잡거린다.

특히 오다시장 경매시간은 청과물이 주로 오전 6시께부터 이뤄져 정오나 새벽 2시부터 이뤄지는 가락시장과는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또 하나 오다시장을 눈여겨봐야 할 점은 철저한 위생검사다. 감시원이 매일 아침 일찍부터 도매시장이나 중간도매시장을 돌아보면서 물품이 위생적으로 취급되고 있는가, 유해유독한 것은 없는가를 철저하게 감시지도하고 있다.

이밖에도 세균검사 등도 이뤄져 위해 또는 유해한 물품이 발견될 때에는 폐기 및 판매금지 처분을 가하고 소나 돼지 등 축산물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오다시장은 철저한 위생관리와 함께 모든 농산물에 대해 경매가 이뤄지는 게 아니라 샘플에 의한 경매만 이뤄지기 때문에 경매가 매우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시장이 매우 청결하다.

각 농수산물에 대한 판매수수료는 과일 7%, 채소 8.5%, 식육 3.5%, 화훼 9.5%이며 대금정산은 도매회사와 매수인이 소속된 매수인조합이 거래계약을 맺어 조합이 매수인의 도매회사에 대한 대금지불을 대행하는 조합대불방식을 취하고 있다.

농수산물 하역은 LPG용 소형운반차량이나 전기전동차를 이용해 배기가스 발생량과 소음을 줄이는 등 시장내 환경개선을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특히 지난 1992년부터 시장내에서 운행하는 가솔린차량에 대해 전기전동차로 교체시 구입차량에 대해 일부 보조하여 전동화를 촉진한 노력에 힘입어 도쿄도내 11개 중앙도매시장의 21%보다 두 배 높은 42.8%에 이르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과류 운영
오다시장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청과류다. 오다시장의 청과류는 도쿄도중앙도매시장 9개소 가운데 금액기준 42.5%를 차지하며 전국중앙도매시장 72개소 가운데 10.8%를 차지하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경매는 오전 6시50분 야채를 시작으로 오전 7시부터 과실에 대한 경매를 시작한다.

청과류에 관련된 도매업자는 4개사이며 중도매업자 301점포·181업자에 1619명이 매매에 참가한다. 청과류에서 눈에 띠는 것이 유기농산물 코너다. 전체 도매시장에서 유기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2~3% 정도로 아직은 유럽(10%)이나 미국(3~4%)만큼은 못하지만 그 물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시장안내를 맡은 가토오씨는 “농약, 비료를 쓰지 않아서 생산비가 절감되는데다 가격도 일반농산물에 비해서 다소 높기 때문에 농가에 많은 이익이 된다”며 “앞으로 물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전망이 매우 밝다”고 설명했다.

오떼 에이메농협 동경사무소장 인터뷰

▲ 오떼 에이메농협 동경사무소장. 일본의 지역농협들은 주요 도매시장에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김현철

“최근들어 동경에서 제일 잘 팔리는 청과류가 딸기다. 감귤보다 많이 팔리는 딸기는 겨울철들어 케익에 많이 쓰기 때문에 가장 많은 판매를 하고 있다”

오다 도매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청과류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오떼 소장은 주저 없이 딸기라고 답변했다.

오떼 소장은 감귤류중 가장 잘 팔리는 품목을 묻자 “감귤류 중에서는 데코봉(한라봉)이 가장 잘 팔리고 그 다음이 완숙된 조생감귤”이라고 답변하고 “하지만 가장 높은 가격에 팔리는 것은 메론”이라고 말했다. 메론이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데 6개들이 1상자가 3만엔 정도로 고가여서 메론만큼은 샘플경매가 아닌 개별로 직접경매를 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오떼 소장은 경매에 대해서도 “대부분 샘플만 갖고 경매를 하기 때문에 경매시간이 절약되고 시장전체 시스템이 짧은 시간에 빠르게 진행된다”며 “전자경매도 거의 없고 화훼류 일부 품목에만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농협이 오다시장에 사무소를 차리고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오떼 소장은 “생산농가를 대표해서 왔으며 모두 27개 현에서 파견돼 왔다”며 “우선은 생산된 것을 팔 수 있도록 각종 정보를 조사하고 시장상황을 판단해준다. 그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포장을 어떻게 하고 물건을 얼만큼 보내야 할지에 대해 결정한다”고 말하고 “감귤의 경우 일본내 19개 지역에서 생산하는데 상황이 어떤지에 대해 알고 자기 지역에 이 정보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농협파견근무자)들은 구멍가게부터 대형 매장에 이르기까지 소비자 동향을 조사해 지방에 보고하고 소비자 홍보를 하기 위한 시식회를 개최하고 언론 홍보를 하는데 중간 역할을 하기도 한다”며 “시장상황을 파악하기도 하는데 이는 산지물건이 도매시장에 올라 온 것에 대해 가격이나 품질상태 등에 대한 감시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적정생산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대해서도 “일본의 올해 감귤생산량은 115만톤 정도에 이르지만 국가나 도에서 하는 일은 없고 모든 것을 농가가 직접한다”며 “수십년에 걸쳐서 농가들 스스로가 모아서 홍보 등에 사용한다”고 말했다.

한-일 FTA를 앞두고 한국의 하우스감귤이 일본에 들어오면 어떻겠냐는 질문에 오떼 소장은 “절대로 안된다”며 잔뜩 경계심을 갖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감귤출하에 대해서도 “일본은 거의 대부분 공동출하와 공동정산을 실시하고 있다”며 “출하조절을 위한 방법은 2가지인데 과잉출하 될 경우 전국의 선과장을 일시에 중단하기도 한다”고 강조하고 “90% 정도가 광센서 비파괴선과기로 출하하는데 비파괴선과기로 출하한 것과 안한 것의 가격차이는 매우 크다”며 비파괴선과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가토오씨 인터뷰

▲ 가토오씨. 오다시장에서 경매사로 활동하고 있다.ⓒ김현철
일본의 경매제도를 묻자 가토오씨는 “일본이 경매제도를 도입한 것은 70년전이다. 경매제도는 유럽에서 받아들여진 제도로 원칙적으로 생산농가를 보호하기 위해서 생긴 것”이라며 “최근에 와서는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소비자에게 가는 일이 종종 있기도 하다”고 우려했다.

도매시장 수수료에 대해서도 “우리가 유지하는 것은 과실에서 7%와 채소류 8.5%의 수수료가 있기 때문이며 그중 1%는 농협이 갖고 농가에 1%를 주니까 5%만 도매시장이 갖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하고 “외국에서 많은 과채류가 오는데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슈퍼 등 일반 소비자들에게로 가서 고민이 많다”며 “법으로 규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택배 등을 이용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가토오씨는 가장 큰 변화로 외식문화를 꼽았다. “예전에는 고기와 밥이 주된 외식이었는데 근래에는 채소류를 직거래해서 경매시장에서 채소류가 급격히 줄고 있다”며 “가장 큰 문제는 과일을 팔던 가게들이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고 대부분 과자점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가만히 앉아서 과자류에게 당하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유기농산물에 대해서도 “일본의 유기농산물 기준이 미국 캘리포니아 기준으로 하다보니 문제가 되고 있다”며 “아직 유기농업이 정착이 안되고 있다. 유기농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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