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신년칼럼] 가 만들어 나갈 'change'

2009년 새해가 시작됐습니다.

힘들었던 2008년을 뒤로 보냅니다. 이때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표현을 진부하지만 다시 꺼냅니다. 지난  한해처럼 이 어귀가 적절했던 적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역주행(逆走行)의 출발

국내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출범은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국민소득 4만불 시대를 열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우리들에게 '큰 희망(希望)’ 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꿈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전 정권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비판하며 권력을 잡은 보수정권은 지난 1년 한 해 동안 10년 동안 잃어버렸던 기득권을 되찾으려는 듯 우리사회를 거꾸로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역주행(逆走行)’의 출발이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그 종착지가 어딘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새해가 시작된 오늘도 우리는 권력과 자본의 방송 장악과 사유화를 막기 위한 MBC를 비롯한 언론종사자들의 총파업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으려는 역주행 법률을 국회에서 밀어부치려는 파행도 새해라고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사라지는 기업과 일자리, 반토막 난 주식 등 먹고사는 문제는 말을 꺼내기가 쑥스러울 정돕니다. ‘고소영’ ‘강부자’ 내각에서 출발해 “1% 가진 자만을 위한 정권”이라는 비난이 ‘정치적 공세’로만 들리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서민들은 지난 1년 억장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지난해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주민 스스로 의사결정에 따라 완전한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자던 제주특별자치도는 출범 2년을 맞아 ‘자치(自治)’는 사라지고 ‘관치(官治)’만 남았습니다.

‘자치(自治)’는 사라지고 ‘관치(官治)’만 남은 자치도

2007년부터 파행을 빚어온 해군기지 문제는 ‘특별자치’ 정신을 일거에 무너뜨렸습니다. 군(국방부-해군)과 제주특별자치도의 눈에 제주도민(강정마을주민)은 없었습니다. 일본군 장교가 “도스깨끼(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였습니다. '영리병원' 파동, 제주경관을 파괴하는 '고도완화' 논란과 관련한 갈등이 지난 한해를 가득 메웠습니다. 그리고 새해에는 제주 단골 이슈였던 '내국인카지노'와 '한라산케이블카' 설치 논란 등도 다시 벌어질 조짐입니다. 그야말로 수십년동안 제주사회를 휘감았던 모든 이슈가 한꺼번에 터져 나올 양상입니다.

제주도정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해군기지)” “의료산업화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영리병원)” "외자유치를 위한  인센티브(고도 완화)" “관광산업 고도화를 위한 결단(내국인카지노)” “한라산 보호와 이용자 확대를 위한 방편(케이블카)”이라고 그 때마다 이유를 댔습니다. ‘평화의 섬’을 외치면서 군사기지를 만들고, 도민이 거부한 영리병원을 ‘도민의 이해’부족으로 치부하는 모순을 보였습니다.

MB정부와 제주도정의 공통점, '소통부재'

이명박 정부와 제주도정을 보면서 우리는 한 가지 공통점을 봅니다. 촛불로 상징되는 ‘소통부재’였습니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정권, 도민의 여론을 외면하는 도정이었습니다. 세상은 이를 ‘명박산성’이라고도 했고 때론 ‘먹통’이라 불렀습니다.

한겨레21은 2008 올해인물로 ‘노바디(nobody)'를 선정했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1년이란 시간을 온몸에 체화할 만큼 대표성 있는 인물이 없다는 이유입니다. 경향신문은 ’촛불소녀‘를 선정했습니다. 소녀들의 외침이 ‘잠들었던 국민주권을 각성’시켰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노바디’와 ‘촛불소녀’는 결국 우리시대 소통의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줬습니다.

'통합의 리더십'을 기대한다

청와대는 2009년 신년화두로 ‘부위정경(扶危定傾)’을 선정했다고 합니다. 중국 북주(北周) 역사서인 주서(周書)에 "위기를 맞아 잘못됨을 바로 잡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는 뜻이죠. IMF위기보다 더 한 경제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국정 최고 책임자의 의지로 해석됩니다.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도 ‘제주 재창조’를 내걸었습니다. 올해 도정운영 방향으로 김 지사가 제주사회에 던진 신년화두로 봐도 좋을 듯합니다. 2007년 ‘뉴제주운동’, 2008년 ‘신경제혁명’을 잇는 김 지사의 세 번째 정책방향으로 해석됩니다.

청와대의 ‘부위정경(扶危定傾)’, 김태환 도지사의 ‘제주 재창조’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들이 있을 수 있으나 그 속에 ‘국민’과 ‘도민’이 녹아있기를 기대합니다. 위정자 자신과 그 측근만이 아닌, 국민과 도민에게 희망을 주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격려가 묻어나는 정책을 실천하는 ‘변화된 리더십’과 '통합의 리더십'을 기대합니다.

<제주의소리>가 내놓는 2009년 제주사회 의제, ‘Change(변화)’

<제주의소리>는 2009년 제주사회 의제로 ‘Change(변화)’를 내 놓습니다.

오바마가 미 대선에서 내걸었던 구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바마의 선거 슬로건보다 더 절실한 심정으로 ‘Change'를 외칩니다. 그만큼 절실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제주호가 어떻게 가야 하는지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를 가져와야 할 시점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입니다. 이대로 마냥 직진하다가는 제주가 꿈꾸는 ‘평화의 섬’ ‘제주특별자치도’ ‘제주국제자유도시’가 난파당할 수도 있다는 다급함 때문입니다.

무엇이 우리의 정체성을 잃지 않게 하면서 제주다운 제주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다시 던집니다. <제주의소리>가 Change를 내건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제주정신으로 표상되는 삼다(三多)와 삼무(三無)는 지금 이 시대에 어떻게 해석돼야 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진정 국제자유도시는 무엇인지, 우리가 가야할 국제자유도시는 무엇인지를 제주사회의 현안들과 함께 고민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찾고자 노력해 나가고자 합니다. 국제자유도시를 무턱대고 터부시 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마치 ‘황금알을 낳은 거위’냥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3년째를 맞는 제주특별자치도, 일각에서는 ‘특별하지도 않은 특별도’란 조소도 보내지만, 제주사회가 어떻게 이를 내실화시켜 나갈 것인가를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권력의 중심은 ‘백성(民)’이라는 기저에서 출발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발현시키고, 관치가 아닌 민치시대를 여는 계기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논의의 장을 다시 열고자 합니다.

지난 60년 제주도민이 지키고자 했고, 수많은 피와 땀으로 만들어 온 ‘평화’와,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무엇을 위해서도 양보할 수 없는 제주의 절대가치 중 하나인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우리만이 아닌, 우리 후손이 영원히 누릴 제주라는 인식으로 재무장하겠습니다.

'처음처럼'의 심정으로 <제주의소리> 먼저 ‘Change'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제주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이른바 ‘리더그룹(오피니언 그룹)’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운동을 선도하며 도민사회의 동참을 요청드리고자 합니다. 스스로는 구태에 머물면서, 도민들만 변화하기를 바라는 가치가 전도된 현상을 ‘change’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의 주체들이 스스로 바뀔 수 있도록 언론의 맡겨진 책무를 다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제주의소리> 먼저 'change'  하겠습니다. 처음처럼의 자세로..., <소리>가  앞장서서 소리를 내고 변화의 물결이 제주사회에 퍼져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앞서서 대안을 제시하고 변화하는 주체가 될 것입니다.

어렵지만 올 한해 또 다시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는 제주도민들과 <제주의소리>는 함께 해 나갈 것입니다. 앞에서 당기고 뒤에서 밀면서 제주도민과 영욕을 같이 해 나가겠습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주인공 스칼렛(비비안리)은 엔딩 장면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내일은 또 다른 태양이 뜬다(tommorrow is another day).”

새해가, 내일이 아름다운 것은 또 다른 태양이 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만들 수 있는 내일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의소리>가 2009년을 'Change' 하겠습니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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