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민사회 1천인 '새로운 정치주체 형성' 선언

제주를 비롯한 전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와 1000인이 새로운 정치주체 결집을 선언하며 새 정치 깃발을 지켜 올렸다.

신당 구성을 둘러싼 민주당의 분당조짐과 한나라당내의 물갈이 논쟁 등 정치개혁을 둘러싼 정치권내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한 가운데 그 동안 한국사회 시민·사회단체를 대표하는 전국적인 활동가 1000인이 새로운 정치주체 형성을 선언함으로써 이들의 향후 활동방향에 상당한 귀추가 주목된다.

최열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이오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최병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등 시민사회단체와 여성계, 학계, 법조계, 문화예술계, 종교계를 대표하는 인사 1013명은 8일 오전 10시30분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정치개혁과 새로운 정치주체 형성을 촉구하는 시민사회 1000인 선언'기자회견을 갖고 "시민사회가 정치개혁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새로운 정치주체 형성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제주지역 인사들이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으나 홍성직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이지훈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김영란 제주여민회 공동대표, 임문철 중앙성당 주임신부, 김현돈 제주대 철학과 교수, 고홍철 전 제민일보 편집국장, 강사윤 제주대 의대 교수, 박찬식 제주4.3연구소 상임이사, 허진영 푸른치과 원장, 강성의 1366대표 등 10여명이 이날 선언에 참여했다.

이에 따라 정치개혁 및 새로운 정치주체 형성은 향후 중앙단위뿐만 아니라 제주지역에서도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여 그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참석자들은 이날 발표한 선언문을 통해 "국민이 주인 되는 새로운 정치가 시대적 요청이며 국민적 합의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기득권 집단은 이러한 요청을 저버리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들이 혐오하는 패거리 정치, 부패정치, 지역주의 정치를 반복하고 있어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국민들은 실망은 넘어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개혁은 생활고로 삶을 포기하는 빈곤층에게, 호주제로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꿈을 펼칠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실직의 불안에 휩싸인 노동자들에게, 전쟁위기에 불안해하는 민족에게, 그리고 환경파괴로 신음하는 한반도의 모든 생명체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라며 새로운 정치주체 형성의 지향점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기존 정치집단은 여야를 막론하고 불법 정치자금 문제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방탄국회를 열고 있으며,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에 따라 선거구를 재조정하기는커녕 유권자 꿔주기라는 상당도 못할 방법으로 밥그릇 지키기에 나서고 있으며, 정치개혁을 위한 각종 개혁입법은 여야대표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를 구성하기 위한 실무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고 있다"면서 "정치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정치개혁의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모순적인 상황은 국민의 바람을 담지 못하는 정치, 부패에 찌든 정치, 지역주의에 갇힌 정치를 정치권 스스로 극복할 수 없다는 비판적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이제 시민사회가 더 이상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우리의 현안이자 중대과제인 정치개혁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면서 "참여 열망을 가진 시민들이 정치의 주인으로 당당히 서고, 시민사회운동에 헌신해 온 인사들과 각계의 전문가, 그리고 양심적 인사들이 새로운 정치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며 새로운 정치 주체 형성을 밝혔다.

이들은 앞으로 '정치개혁과 새로운 정치주체 형성을 위한 기획단'을 구성해 ▲지역순회 토론회 개최(9월16일~10월10일) ▲국민여론조사(9월하순부터) ▲새로운 정치와 시민사회의 역량에 관한 학술토론회(9월하순~10월)를 여는 등 향후 일정을 제시했다.

다음은 1천인 선언 전문.


'정치개혁과 새로운 정치주체 형성을 촉구하는 1천인 선언'

1

정치개혁은 또 다시 좌절되는가? 우리는 국민이 주인 되는 새로운 정치가 시대적 요청이며 국민적 합의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정치기득권 집단은 이러한 요청을 저버리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들이 혐오하는 패거리 정치, 부패정치, 지역주의 정치를 반복하고 있다.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정치개혁이 단지 정치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심각한 사회문제를 개혁하는 일임을 잘 알고 있다. 정치개혁은 생활고로 삶을 포기하는 빈곤층에게, 호주제로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꿈을 펼칠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실직의 불안에 휩싸인 노동자들에게, 전쟁위기에 불안해하는 민족에게, 그리고 환경파괴로 신음하는 한반도의 모든 생명체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다.

정치가 개혁되어야 생활이 바뀐다. 우리 시민사회 1,000인은 정치개혁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첫 걸음이라 확신하며, 최소한의 개혁 요구마저 거부하고 있는 정치권에 반성과 개혁을 강력히 요구하고자 한다. 나아가 우리는 시민사회가 정치개혁을 실현하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열어갈 새로운 정치주체 형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간곡히 호소하고자 한다.

2

우리는 국민들이 기존 정치권을 정치개혁 주체가 아니라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정치기득권 집단은 망국적 지역주의를 오히려 조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끊이지 않는 부패스캔들에도 진정한 자기반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또한 낡은 정치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이 요구하고 정치권이 약속한 정치자금법, 정당법, 선거법의 개혁은 무시하고 있다.

정치기득권 집단은 여야를 막론하고 불법 정치자금문제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방탄국회를 열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에 따라 선거구를 재조정하기는커녕 유권자 꿔주기라는 상상도 못할 방법으로 밥그릇 지키기에 나서고 있으며, 심지어 돈 선거는 막되 유권자의 정치참여는 확대한다는 국민적 합의를 무시하고 국회의장은 ‘시민단체의 유권자 운동을 엄정 대처’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지난 4월 여야 정치인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합의한 정치개혁 안에는 정치자금의 출처와 쓰임새를 투명하게 할 ‘정치자금법 개정안’, 지역주의 정치를 극복하고 유권자의 선거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선거법 개정안’, 그리고 정당 민주화와 여성의 의회 진출을 이룰 ‘정당법 개정안’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여야 대표가 ‘범국민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한지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를 구성하기 위한 실무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정치를 제 밥그릇으로만 여기고 있고 정치에 관한 모든 일은 내게 맡기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인내로 정치권을 지켜본 국민들의 결론은 정반대의 것이다. 정치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정치개혁의 가능성은 희박해지는 모순적인 상황은 국민의 바람을 담지 못하는 정치, 부패에 찌든 정치, 지역주의에 갇힌 정치를 정치권 스스로 극복할 수 없다는 비관적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더욱 불행한 것은 정치개혁이 구두선에 그치고 있을 때, 개혁의 실체라 할 수 있는 정책과제들은 변질되거나 실종되고 있다는 점이다. 개혁의 이름으로 탄생한 정부는 NEIS와 새만금에서 알 수 있듯이 인권과 환경의 가치를 차례로 저버리더니 핵폐기장 부지 선정에서는 분권과 자치의 기대마저 무너뜨렸으며, 성매매방지법 도입과 호주제 폐지는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시민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고 갈 가치를 형성하고 정책에 반영하고자 노력해온 우리들은 오늘의 정치상황에서 현실만족은커녕 미래 지향적 가치의 부재와 심각한 상실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오늘 우리는 시민사회의 뜻을 모아 다시 한번 정치권의 반성을 요구한다. 구태와 기득권을 버리고 국민 앞에 약속한 정치제도 개혁에 착수하라. 그리고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구체적인 개혁정책을 밝혀라. 만약 다시 한번 정치개혁의 여망을 저버린다면 정치권은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3

우리는 역사를 통해 국민의 개혁열망이 반복적으로 좌절되는 일들을 목도해 왔다. 4ㆍ19와 5ㆍ16, 6ㆍ10민주항쟁과 양김 분열, 그리고 2000년 총선연대와 낡은 정치의 지속을 지켜보아야 했다. 그리고 지금 2002년 촛불시위,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그리고 2003년의 반전평화시위로 타올랐던 국민들의 개혁열망은 다시금 좌절의 기로에 서있다.

왜 열망과 좌절이 반복되는가? 그것은 한마디로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성과를 정치권이 배신했기 때문이다. 주지하듯이 정치기득권 집단은 국민들의 열망을 자신들의 사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 그러면 이 반복의 사슬을 끊을 수는 없는가? 그것은 국민의 열망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주체가 탄생할 때 형성될 수 있다. 국민들의 열망을 고스란히 정치로 실현할 수 있는 정치주체가 국민들의 지지로 만들어질 때 열광과 좌절의 사슬은 끊어지고 정치개혁과 사회개혁을 이룰 수가 있는 것이다.

기존의 정치권이 국민의 요구를 무시할 때, 시민사회는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창구였다. 시민사회는 정치권을 대신하여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했고, 그것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만들어 정치권에 개혁을 촉구했다. 지난 10여 년을 돌이켜 볼 때, 시민사회는 정치권을 대신하여 한국 사회를 변화시켜온 주체였다. 그러나 이러한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열망과 좌절의 반복은 지속되고 있다. 국민들의 열망을 담은 시민사회의 요구가 언제나 국회의사당 앞에서 좌절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반복의 사슬을 끊기 위해서 새로운 정치주체가 요구되는 것이다.

4

지금 시민들은 보다 나은 삶에 대한 열망을 다시 한번 불태우며 정치개혁에 참여할지, 아니면 정치적 냉소주의와 무관심으로 후퇴할지 기로에 서 있다. 정치가 계속해서 정치기득권 집단의 독점물이 되어 구태를 지속한다면 시민들은 후자의 길로 접어들지도 모른다. 그리고 현재 정치권이 보여주고 있는 폐쇄적 이합집산이나 일부 인사들의 수혈식 충원만으로 이런 불행한 시민들의 선택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낡은 정치를 대체할 새로운 정치는 새로운 정치주체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정치 주체가 시민사회에서 나와야 한다고 믿는다. 이미 우리의 시민사회는 다양하고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함을 통해, 그리고 낙천ㆍ낙선운동과 국민경선 참여를 통해 정치의 주체가 된 경험을 갖고 있다. 참여, 자치, 경제정의, 여성, 환경, 인권 등의 가치를 꾸준히 실천해 왔던 시민사회야말로 정치개혁을 통해 부패와 지역주의에 물든 정치를 극복하고, 열망과 좌절의 반목을 끊어낼 주체이다.

우리는 이제 시민사회가 우리의 현안이자 중대과제인 정치개혁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참여 열망을 가진 시민들이 정치의 주인으로 당당히 서고, 시민사회운동에 참여해 온 인사들과 각계의 전문가, 그리고 양심적 인사들이 새로운 정치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새로운 정치주체가 만들어져야만 새로운 정치가 가능하고, 여기에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을 때 낡은 정치는 극복될 수 있다.

정치가 개혁되어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국민들의 행복한 웃음을 위해 오늘 우리는 정치권의 반성과 개혁을 다시 한번 요구한다. 나아가 우리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새로운 정치주체의 형성을 간곡히 호소한다. 우리는 이를 위한 디딤돌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2003년 9월 8일

정치개혁과 새로운 정치주체 형성을 촉구하는
시민사회 1,000인 선언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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