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미시시피'의 악역 설교자

▲ 40년만에 법정에 출두하고 있다.
나는 1992년 8월 미국 망명(?)생활을 접고 13년 5개월만에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귀향길에 있었다. 기내에서 보여준 평생 잊혀지지 않는 미국 영화 한편을 봤다. " Mississippi Burning.(불타는 미시시피)"

백인 우월주의자들(KKK, Ku Klux Klan)들이 흑인 청년 한 명과 백인 청년 둘을 자동차로 추격끝에 한 청년은 두들겨 패 죽이고 두 청년은 가슴에 총을 쏴 죽인다. 그리고 댐 둑에다 암매장해버린다.

이들 두 청년은 KKK단들이 불질러 버린 한 흑인 교회를 둘러보다가 자리를 떠서 자동차로 이동중이었는데, 한 보안관이 따라와서 과속했다면서 체포하고 보안소로 연행한다. 그리고 서너 시간을 질질 끈다. 그동안 KKK단원들에게 연락이 닿고 그들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번 셈이다.

이들이 석방되어 나가는 뒤를 KKK단원들이 그 보안관과 함께 추적을 한다. 막다른 골목길에 다달았을 때 겁먹은 이 청년 셋을 처참하게 학살.

이 사건이 알려지자 연방 수사국인 FBI에서 조사를 하고 18명을 기소했지만, 실지로 형을 받고 징역을 산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그것도 경미한 처벌을 받았고, 만기되기 전에 모두 출소하였다.

이 KKK의 두목인 '설교자'는 전원 백인들로 구성된 대배심원제도 덕택에 무죄로 석방되었다.

이 유족들과 인권운동 시민단체에서는 끈질기게 사건을 추적하고 진실규명을 외쳐왔다. 1988년 이 사건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다큐멘터리가 나왔는데, '불타는 미시시피'(Mississippi Burning)이다.

지난 해 10월 미시시피주 수도인 Jackson시에서 수백명의 인권운동가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주 법무장관(짐 후드)에게 이 학살 케이스를 다시 조사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였다. 이 케이스에 생소한 법무장관은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접근해 줄 것으로 운동가들은 믿었다.

2005년 1월 7일 드디어 KKK 두목인 학살 책임자가 체포되어 법정에 세워졌다. 악명높은 에드가 레이 킬랜(Edgar Ray Killen)이다. 좀 더 세월이 흘렀다면 그는 이미 깨끗한(?) 손으로 공동묘지에 갈 수 있었다. 그의 나이는 이제 80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간 밤에 이 뉴스를 인터넷을 통해서 접하고 날이 새자 잘 아는 한 변호사에게 전화로 문의해 봤다, 미국의 살인범에게는 공소시효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물론 주마다 다르다고 했다.

지금까지 나는 한국전쟁 전후 발생한 민간인 학살사건 진상규명을 해 오고 있다. 나의 아버지와 동네 분들 252명을 학살한 부대장을 찾아내어 조우한 바도 있다. 그의 상관인 당시 해병대 사령부(제주주둔) 정보참모도 찾아내었다. 부대장은 학살을 자인하였지만 정보참모는 그 사건 자체를 모른다고 잡아떼고 있다.

엊그제 인터넷 뉴스에 의하면, 한국 국방부에서 과거사 진상규명 차원에서 한국전쟁 동안 벌어진 민간인 학살 10여개 케이스를 자체진상조사한다고 밝혔다. 국정원(과거 중앙정보부)에서도 의문사들과 미제 사건들에 대해서 자체 진상조사를 시작하였다.

오는 1월 16일에는 1950년 7월~8월 동안 제주도에서 '예비검속자' 집단학살한 사건을 진상규명하라는 호소를 위한 유족회 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17대 국회에 거는 우리 유족들의 기대는 집단학살이나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배제'를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미 국제법에서는 그렇게 되어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국제법을 준수한다고 하면서도 유독 이 조항에 대해서는 배타적이다. 즉, 기득권자들의 불이익을 옹호하고 있는 셈이다.

'40년'이 아니라 '55년'동안의 먹구름이 걷히고 밝은 태양아래 '진실'이 적나라하게 밝혀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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