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민의 상상의 섬] 관광홈페이지 주소와의 연계

세계 2차 대전의 종지부를 찍은 역사적 사건은 세계 최초의 원자폭탄을 일본 본토에 투하한 직후 본토에서의 마지막 항전을 준비 중인 일본의 무조건적인 항복이었다. 과학계에서도 이론으로만 가능할 것으로 간주되었던 원자폭탄의 개발은 미국사회를 지탱하는 양대 축인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상징적 승리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직후 소련이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하고 무엇보다도 세계 최초의 무인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Sputnik)가 1957년도에 성공적으로 발사된 사건을 계기로 미국사회의 자부심은 무너지게 되었다.
 
미국 본토로부터의 이격거리로 인해 소련이 핵폭탄 보유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안위를 위협할 존재로 인식하지 않았던 미국사회는 심리적 공황에 빠지게 되었다. 무인 인공위성 개발이 가능한 과학기술로 인해 소련의 핵탄두가 장착된 장거리 미사일의 사정권에 미국 본토가 포함된 것을 인식한 미국사회의 불안을 완화할 정치적 목적으로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폴로 계획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정치적 성격이 다분한 유인탐사 계획과는 별도로 소련의 과학기술 수준과는 상당한 격차가 존재할 것으로 오판한 미국정부로서는 스푸트니크 충격을 타파할 실질적인 대책을 모색하고자 새로운 차원의 과학기술연구기관을 창립하게 되었다.
 
미국 고등연구계획국(ARPA: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은 단기적으로는 소련으로부터의 핵전쟁 위협에 대비할 과학기술의 개발과 장기적 관점으로는 초강대국으로서의 미국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설립된 연구기관이다. 신설된 고등연구계획국은 당면과제인 미국본토에서 핵전쟁이 발발한 상황에서의 지휘통제기능의 효율적 운영방식으로 분산개념을 제기하였다. 즉, 귀중한 정보를 미국 본토 각지에 분산 배치하게 되면 소련의 핵공격 피해를 최소할 수 있지만 지리적으로 분산된 정보가 통합되지 않는 한 정보로서의 효율성이 저감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각 지역에 분산 배치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통합할 수 있는 개념으로 컴퓨터 네트워크를 활용한 인터넷(internet)이 1969년에 개발되었다.
 
군사기술의 일환으로 개발된 인터넷의 이용집단은 주로 컴퓨터 간의 네트워크가 연결된 대학이나 연구소에 근무하는 전문가로 한정되었다. 인터넷의 초기 서비스로 음성정보전달에 국한되고 비용의 문제, 그리고 동시성(synchronization)의 한계 등이 열거되는 전화를 매개한 의사소통방식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전자우편(e-mail)이 개발되었다. 추후 특정관심분야의 정보동향의 통보기능에 주목한 메일링 리스트(mailing list)라든지 관심분야를 논의하는 토론방(discussion group)처럼 인터넷상의 새로운 서비스의 이용계층은 사실상 전문가 집단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이처럼 컴퓨터에 대한 전문지식을 구비한 전문가 집단에 의한 사실상의 독점으로 1990년대 이전까지 인터넷 이용의 대중화에 대한 전망은 회의적이었다.
 
인터넷 이용의 대중화 계기는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 WWW)이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연구원인 팀 버너스 리(Tim Berners-Lee)에 의해 1989년도에 개발된 이후부터이다. 하이퍼텍스트(HTML: Hyper Text Markup Language)라는 새로운 구조로 구현되는 월드와이드웹의 특성을 인터넷의 기존 서비스와 구별하고자 새로운 국제규약(protocol)인 HTTP가 개발되었다. 정보전송을 특성화한 인터넷의 기존 서비스인 FTP 국제규약을 참고한 월드와이드웹의 국제규약으로서의 독창성은 URL(Uniform Resource Locator)로 명명된 주소체계(http://www.2단계.3단계)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월드와이드웹의 주소체계는 정체성(identity)과 식별성(identifier)의 관점에서 구성된 것이다. 즉, 마이크로소프트사(http://www.microsoft.com)의 주소체계를 분석해 보면 1단계는 월드와이드웹을 의미하는 ‘www’, 2단계는 고유한 회사명을 의미하는 ‘microsoft’, 그리고 영리기업임을 의미하는 ‘com’이 3단계 주소로 구성되어 있다. 식별성의 관점에서 닷컴(.com)이 포함된 주소체계에서 영리기업임을 유추할 수 있고, 닷넷(.net)은 네트워크 관련 기업인 것처럼 민간기업 분류용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게 부여되는 (.org), 또는 국가코드(한국인 경우 .kr)처럼 주소체계의 3단계는 식별용이성이 전제된 것이다.
 
월드와이드웹 주소특성인 정체성과 식별성을 반영하고자 개발자인 팀 버너스 리가 선택한 주소체계의 원명(原名)은 Universal Document Identifier 즉, UDI이다. 3단계의 주소체계를 적용하면 모든 홈페이지의 식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주적이라는 의미인 ‘Universal’을 고려하였지만 일각에서 제기한 개념상의 문제를 감안하여 주소체계의 표준화를 강조한 결과 ‘Uniform’이 채택되었다. 문서뿐만 아니라 음성 및 시각정보의 구현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Document’는 자원을 의미하는 ‘Resource’로 대체되었고, 하이퍼텍스트의 비순차적 공간이동의 특성을 강조한 결과 ‘Identifier’에서 ‘Locator’로 변경되었다. 이처럼 기술적인 관점에서 주소체계의 명칭이 UDI에서 URL로 확정되었지만 정체성과 식별성의 특성은 여전히 내재되어 있다.
 
정체성과 식별성이 전제된 월드와이드웹 주소체계의 특성으로 인해 기지에 근거한 탐색(knowing-item searching)이 가능해졌다. 즉, ‘microsoft’라는 회사의 홈페이지에 접속하고자 검색엔진(search engine), 예를 들어 야후닷컴(http://www.yahoo.com)에 접속한 후 검색키워드로 ‘microsoft’를 입력한 후 출력결과물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 홈페이지(http://www.microsoft.com)를 클릭하는 방식은 최소한 2번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러한 우연검색(causal-browsing) 방식과는 달리 대표적인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의 주소창에서 직접 입력(http://www.microsoft.com)하는 방식은 간결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기지검색의 특성으로 인해 오프라인의 고유한 명칭, 예를 들어 ‘microsoft’는 월드와이드웹의 2단계 주소(http://www.microsoft.com)와의 동일화가 요구되는 것이다.
 
기지검색 방식으로 특정 홈페이지로의 직접 접속이 가능해지면서 보편적이고 기억연상이 용이한 주소체계, 즉 도메인명(domain name)의 가치가 형성되면서 매매 가능한 상품으로 거래되고 있다. 2008년도 ‘펀드’(fund)와 ‘닷컴’(.com)이 결합된 도메인명(http://www.fund.com)의 거래가격은 999만 달러로서 2009년 1월 현재 한화(韓貨)로 약 130억 원이며, ‘섹스’(sex)와 ‘닷컴’(.com)이 결합된 도메인명(http://www.sex.com)의 가치는 1,200만 달러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도메인명의 경제적 가치가 부각되자 보편타당성과 기억연상이 용이한 영문단어로 구성된 도메인명은 투자의 목적으로 선점(先占)되어 있다. 또한 보편성과 기억연상의 측면에서 인지도가 낮은 지역명칭일지라 하더라도 지역대표성의 관점에서 대다수의 지역명칭을 이용한 도메인명도 선점된 관계로 지역관광청의 공식 홈페이지 주소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지역명칭은 홍보마케팅을 전담하는 관광청의 홈페이지 주소명칭으로서 한편으로는 기억연상의 관점에서 효율적이지만 지역대표성의 관점에서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지역명칭인 ‘제주’(jeju)와 ‘닷컴’(.com)이 결합된 도메인명(http://www.jeju.com)은 기억연상의 관점에서 효율적이지만, 포괄적 의미가 내재된 지역명칭의 특성상 활용범위가 관광목적으로 국한된다면 지역대표성의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의 공식 관광홈페이지의 도메인명은 지역의 차별화된 관광이미지가 연상되는 방향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지역의 차별화된 관광이미지 연상이 가능한 관광홈페이지의 도메인명으로 공식적인 관광슬로건을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뉴욕의 공식 관광홈페이지 주소명칭(http://www.ilovny.com)의 2단계인 ‘I Love NY’은 뉴욕의 도시슬로건과 동일하다. 이처럼 세계적인 인지도가 형성된 뉴욕의 도시슬로건이 관광홈페이지의 도메인명으로 이용되면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막론하고 동일한 지역정체성이 형성될 수 있었다. 지근한 사례로 인도의 관광홈페이지 주소명칭(http://www.incredibleindia.org)도 공식슬로건인 ‘Incredible India’를 적용한 것이지만 식별용이성의 관점에서 닷컴(.com)과 닷넷(.net)이 선점된 관계로 3단계 주소체계로 (.org)가 결합되었다. 따라서 기지검색의 효율성이 다소 저감되지만 도시슬로건과 일치된 관광홈페이지의 주소명칭은 정체성과 기억연상의 측면에서 높게 평가된다.
 
<표 1> 주요 국가 관광슬로건과 홈페이지 주소명칭
국가
공식 슬로건
슬로건 연계 홈페이지 주소
비고
태국
Amazing Thailand
www.amazing-thailand.com
(관광연계)
인도
Incredible India
www.incredibleindia.org
공식
홍콩
Discover the Hong Kong
www.discoverhongkong.com
공식
말레이시아
Truly Malaysia
www.truly-malaysia.com
(관광연계)
뉴욕
I Love NY
www.iloveny.com
공식
 
외환유동성 위기극복의 전략으로 관광산업의 재도약을 선언한 태국관광청은 새로운 관광슬로건인 ‘경이로운 태국’(Amazing Thailand)의 기치 아래 공격적인 관광마케팅을 추진하였다. 당시로서는 관광슬로건으로서의 ‘Amazing Thailand’의 가치를 예측하지 못한 관계로 기지검색이 가능한 주소명칭(http://www.amazingthailand.com)이 외부투자자에 의해 선점되었고, 동일한 맥락에서 말레이시아의 새로운 관광슬로건인 ‘진짜 아시아’(Truly Asia)를 활용한 홈페이지 주소명칭도 사전 선점된 바 있다. 이러한 전철을 감안하면 대외적으로 새로운 관광슬로건을 공개하기 이전 시점에 새로운 관광홈페이지 도메인명이 등록되어야 한다.
 
2008년 12월 하순 언론에 공개된 제주도의 새로운 도시슬로건은 ‘오로지 제주’를 의미하는 ‘Only Jeju’이다. 공개시점으로부터 3주가 경과한 2009년 1월 중순까지 새로운 도시슬로건을 활용한 홈페이지 주소명칭, 예를 들어 보편성이 가장 높은 닷컴(.com)유형의 홈페이지(http://www.onlyjeju.com)이라든지 닷넷(.net)유형의 홈페이지(http://www.onlyjeju.net) 주소명칭은 현 시점에서도 등록이 가능하다. 기존 운영 중인 제주도 관광홈페이지의 주소명칭으로부터 제주도의 차별적인 관광이미지 연상이 가능하다면 굳이 주소명칭 변경이 불가피하지만 현행 주소명칭은 보편성과 기억연상의 측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 간략히 분석해 보면 제주도청의 영문 관광홈페이지 주소명칭(http://english.tour2jeju.net)의 1단계로는 월드와이드웹을 의미하는 ‘www’가 아니라 영문을 의미하는 ‘english’가 사용됨으로써 강조되어야 할 지역관광의 이미지보다는 행정편의적인 측면이 부각된 것이다.
 
세계적인 관광목적지와 비교해 보면 관광목적지로서 제주도의 인지도 및 이미지는 여전히 발아단계에 머물고 있다. 가용한 자원이 한정적인 상황이므로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준거해 불필요한 부문은 과감히 포기하고 성장 가능한 부문에 집중 투자하는 통합적 마케팅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새로운 도시슬로건을 중심으로 관광마케팅 전략을 재구성하는 일환으로서 관광홈페이지 주소명칭과의 연계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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