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선의 꽃과 함께]브로콜리

배추 중에서도 꽃 부분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것으로 남부 유럽에서 식용하던 것이 미국에 전해지면서 주목을 받게 된 브로콜리. 이는 웰빙시대의 요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채소다. 십자화과 십자화속에 속하는 채소로 최근 미국 및 일본을 중심으로 발암 예방이라는 인식을 등에 업고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급상승하고 있다. 곽지해수욕장으로 들어서는 길목엔 수확하고 난 뒤의 이삭일 듯싶은 녀석들이 노랗게 피어 흐린 하늘을 쓰다듬고 있다. 살짝 소금물에 데쳐내면 아삭아삭 씹히는 느낌이며 상쾌함이 기분을 한층 업 시켜주는 녀석. 이참에 녀석을 알고서 먹자는 심산으로 인터넷을 뒤져 보았다.

   

양배추의 한 변종으로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가 있는데 영양이 풍부하며 겉모습은 비슷하다. 하지만, 각각 다른 품종으로 콜리플라워는 꽃봉오리 부분보다 줄기에 영양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고 브로콜리는 잎겨드랑이에서 나오는 꽃봉오리도 식용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한다.

   

브로콜리의 유래를 살펴보면,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로 양배추 중에서는 가장 진화가 더딘 그룹에 속한다고 한다. 그리스 시대부터 재배하기 시작했으며,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 개량되어 유럽에서 주요채소가 된 것은 15∼16세기경이라고 한다. 주로 데쳐서 다시 버터에 볶아 먹는다고 하며 옛날 로마 사람들이 좋아했다고 알려졌다. 그들 자손이 사는 이탈리아가 본 고장으로 알려져 왔으며 이 때문에 이탈리안 브로콜리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또 영국에서는 이탈리안 아스파라거스, 프랑스에서는 아스파라거스 양배추라고 불리고 있는데, 이것은 콜리플라워와 달리 브로콜리 줄기가 아스파라거스처럼 부드럽고 맛이 있기 때문이다. 원래 이탈리아 말로 브로콜리(broccoli)는 팔, 또는 가지를 의미한다고 하는데 작은 가지가 모여서 하나의 큰 송이를 이루는 브로콜리 모양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8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채소의 분류로 따진다면 화채소 즉, 우리가 먹는 부분은 녹색 또는 적색, 백색 등을 띠는 식물의 꽃 부분이 되는 것이다.

   

양배추는 비타민 U의 보고로 건위채소에 속한다. 위를 튼튼하게 해주는 채소라는 뜻이다. 양배추 속의 비타민 U가 위장을 튼튼하게 해주어 만성위염, 위궤양 등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반 양배추보다 훨씬 많은 비타민 U가 들어 있으며 위암과 위궤양의 원인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균을 죽이는 설포라페인이라는 성분도 들어 있다고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의과대학 약리학 교수 폴 탤러레이(Paul Talalay) 박사가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나와 있다. 뿐만이 아니라 토마토, 적포도주, 시금치 등과 함께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발표한 ‘몸에 좋은 식품 10가지’에도 선정된 바 있다고 한다.

   

음식을 섭취했을 때 소화되고 흡수되는 과정에서는 활성산소가 발생하는데 이것이 몸속에 쌓이면 노화를 촉진한다. 브로콜리에 들어 있는 셀레늄 성분은 이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효능과 해독작용도 탁월하며 노화를 예방하는데도 효과가 크다. 그 밖에도 셀레늄은 면역체계를 강화해 질병을 예방하고 어린이 성장발육을 촉진하며, 고혈압과 심장병 등 각종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브로콜리에 들어 있는 풍부한 비타민 A는 피부나 점막의 저항력을 강화해 감기나 세균의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싹에는 비타민 A의 전구물체인 베타카로틴이 다량 들어 있어 면역력 증진은 물론 야맹증에도 좋다. 뿐만이 아니다. 브로콜리는 녹색 채소 중에서 영양가가 가장 높으며 칼륨보다 나트륨 함유량이 적어 이뇨촉진작용을 하고, 심장, 신장질환 및 신진대사 불순환자의 식이요법에 좋은 채소이다. 빈혈을 예방하는 철분이며 비타민 C, 카로틴, 비타민 B2 등 채소 중에서 단연 으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브로콜리의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 속의 유해물질을 흡착해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작용을 하여 대장암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또 설포라페인(Sulforaphane)의 전구물질인 글루코라페인(Glucoraphane)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신진대사 시 발생하는 발암물질을 중화시켜 DNA의 손상과 암 발생을 막아주기 때문에 암 예방의 대표 식품으로 꼽히기도 한다. 암 중에서는 주로 전립선암, 대장암, 폐암, 간암, 유방암, 췌장암 등에 효과가 크다고 한다.

   

브로콜리는 종류에 따라 성분이 다르며 모든 브로콜리에 설포라페인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폴 탤러레이 박사는 실험에 사용된 브로콜리의 종류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유전자를 변형시킨 것이 아닌 일반적인 브로콜리라고 말하고 있다. 재래종은 꽃봉오리 사이에 작은 잎이 많이 나지만 개량종은 꽃 주위에만 잎이 있다.

   

고대 로마시대의 요리사들은 향이 강한 큐민(Cumin), 커리엔더(Coriander) 등을 브로콜리와 같이 조리했고,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기름에 튀기는 요리를 중시하므로 작은 줄기를 하나하나 떼어 내거나 줄기를 얇게 썰어 높은 열을 가한 기름에 튀겨 바삭바삭한 것을 유지했다. 16세기 프랑스 요리사들은 브로콜리에 대하여 아무런 가치를 느끼지 못했는데 헨리 2세(1533)와 결혼한 캐서린에 의해서 브로콜리에 대한 요리법이 소개되었고, 곧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브로콜리를 고를 때에는 꽃봉오리의 모양이 수북하고 밀도가 높은 것이 좋다. 줄기가 짧고 윤기가 있으며 잎을 눌러보아 단단한 것으로 산다. 꽃봉오리처럼 몽실몽실 송이가 진 브로콜리는 한 송이씩 떼어서 사용할 수 있으며 겨울철에는 일부가 보라색을 띤 것도 있지만 품질은 같다. 꽃봉오리가 황색이나 다갈색을 띠고 줄기 부분이 갈라진 것은 바람이 든 것으로 피해야 하며, 기름을 첨가해서 조리하면 영양과 맛이 훨씬 좋아진다.

   

여성 빈혈에 좋은 비타민 C가 듬뿍, 담배와 관련된 독소성분도 줄일 수 있는 영양 만점의 브로콜리. 브로콜리의 비타민 C는 가열해도 영양이 크게 손실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데치기 전 소금물에 30분가량 담가두면 봉오리 속의 먼지나 이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 넉넉한 양의 끓는 물에 비타민이 손실되지 않도록 소금을 넣고 데친 다음 새콤달콤한 초장을 만들어 저녁식탁에 올려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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