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환경운동가 미야타 유지씨, 제주에서 '지구축전 걷기'

"젊은 사람이 커다란 배낭을 매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염없이 걷고 있으면 사람들이 관심을 보여요. 그러면 그 사람들에게 평화와 환경의 메시지를 전하죠. 또 제가 걸으면서 지구를 마사지하니까 지구에 나쁜 것들이 없어지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지구를 걸으며 환경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일본의 환경운동가 미야타 유지씨(27)가 자신이 걷는 이유를 설명한다.

지난 1월1일부터 UN이 정한 세계 평화의 날(9월12일)을 기념해 열리는 '지구축전'을 알리기 위해 경북 영양을 출발, 포항-경주-울산-부산을 지나 제주를 방문한 미야타 유지씨를 만나 그가 말하는 진정한 평화와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6살 때 지구의 오존층에 구멍이 생겼다는 뉴스를 보고 환경문제에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는 유지씨는 지난 1994년 발생한 르완다 전쟁에서 평화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고.

▲ 지구를 걸으면서 평화와 환경의 소중함을 전하고 있는 일본의 환경운동가 미야타 유지씨 ⓒ제주의소리 양미순 기자
"진정한 평화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서로를 알고 느낄 수 있도록 관계를 회복하고 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때 찾아오는 것 같다. 이는 환경문제와도 통한다. 우리는 개발과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인간과 자연이 서로를 느끼지 못하게 돼 버렸다. 서로의 소중한 존재를 다시 깨달을 수 잇도록 정보를 알리고 교육을 해야 한다"

25일 4.3평화기념관을 둘러본 후 제주에서의 본격적인 '지구축전 걷기'에 나서는 유지씨는 "제주는 탐라국 때부터 자연과 평화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4.3이라는 아픈 역사를 지닌 곳에서 평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유지씨는 "제주를 걸으면서 제주의 많은 사람들과 길 위에서 만나고 또 이야기 하며 슬픈 역사를 밝은 미래로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어 "일본에서도 전쟁과 희생이 많았지만 오늘날 젊은이들의 경우에는 그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며 "아픈 역사는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젊은이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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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씨는 일본이 한국에 저지른 잘못에 대해 "일본인의 한사람으로서 일본의 잘못을 한국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한국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심리학을 공부한 이유도 이러한 나의 생각을 한국사람들에게 더 잘 알리고 한국사람들을 잘 이해하면 도움이 될 것이는 생각에서 시작됐다"고 2004년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행을 택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2004년 일본 게이오대학 종합정책학과를 졸업한 그는 이후 한국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다.

한국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게 되면 자신이 알리고 싶은 것을 더 잘 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공부지만 환경과 평화에 대한 그의 열정은 학업중단을 결정하게 했다.

유지씨는 "한국과 일본은 정말 가까운 나라이지만 과거 일본의 잘못으로 너무 먼 나라가 됐다"며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의 나라들이 환경과 평화를 위해 함께 한다면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이라고 장담했다.

또 제주해군기지를 저지하기 위해 길고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강정주민들에게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후 웹사이트를 통해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에게 바라는 점에 대한 의견수렴을 진행했다. 총 100가지 주제를 주고 이 가운데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순위별로 10위이내의 정책들은 반드시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 가운데 '평화와 지속가능한 정책'과 관련된 주제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90위 정도였지만 반드시 필요하다는 일부 네티즌들의 적극적인 홍보활동으로 투표마감일에는 10위권 안에 진입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처럼 한사람 한사람의 힘은 적겠지만 그런 힘들이 모두 모이면 큰 힘이 되고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런 믿음을 갖고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원의 메시지도 전했다.

오는 2월6일까지 제주에서 걷기를 진행할 유지씨는 일정 중에 강정마을에도 들릴 예정이다.

유지씨의 걷기는 이번 '지구축전 걷기'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8월부터 11월까지 람사르총회를 기념하기 위해 전북 새만금갯벌을 출발, 서남해안을 따라 람사르총회 개최지인 경남 창원까지 650km를 걸었다.

이에 앞서 2007년에는 UN 평화대사인 폴 콜먼씨의 '그린 올림픽 위크'에 참여해 8개월동안 중국 푸젠성 푸저우에서 텐진에 이르는 2200km를 걸으며 환경의 중요성을 전파했다.

▲ 혼자 걷고 있지만 결코 혼자 걷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유지씨 ⓒ제주의소리 양미순 기자
제주에서의 걷기를 마친 후 유지씨는 일본 오키나와와 대만 등을 걸으며 지구축전이 열리는 9월12일까지 평화와 환경 메시지를 전파할 계획이다.

걸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느냐고 묻자 "내가 알리고자 하는 메시지를 어떻게 사람들에게 전달할까에 대해 생각한다. 아직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걷다 보면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지역에 맞는 환경과 평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또 지구를 마사지해서 나쁜 요소들을 털어낸다는 생각으로 걸음을 내딛는다"고 답했다.

이어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걸으면서 참 많을 것을 배운다. 처음에는 배낭에 조리기구까지 넣고 다녔지만 지금은 하나하나 욕심을 버리고 내게 필요한 최소한의 짐만을 갖고 다니게 됐따. 또 무리해서 걷지 않지만 언제나 걸으려고 노력한다. 눈이 오거나 비가 와도 걷는다. 솔직히 힘들어서 걷고 싶지 않을 때도 많다. 하지만 그 때마다 나를 응원해주고 도움을 준 모든 분들이 생각나고 그러면 다시 힘이 생긴다. 나는 혼자 걷지만 혼자가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과 함께 걷는 것"이라고 미소짓는다.

"언제나 함께 걷고자 하는 이들을 환영한다"며 "함께 걸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유지씨는 "제주에서의 일정 중에 4.3평화기념관에서 평화의 염원을 담은 나무 식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단순한 나무 한그루가 아니라 한국과 일본, 아시아, 전세계의 평화와 환경을 지키기 위한 소중한 염원이 담긴 평화·환경 나무를 심는 행사에 많은 도민들이 동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관심을 당부했다.

미야타 유지씨의 걷기에 동참하고 싶은 분은 010-7214-0810 으로 연락하면 된다. 일본어나 영어를 못해도 걱정 안해도 된다. 유지씨는 웬만한 한국사람 못지 않게 한국어를 구사한다. <제주의소리>

<양미순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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