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충민의 제주맛집] 제주시 동문시장 내 광명식당

“강충민의 제주 맛 집” 탐방 연재를 시작하며

제주의소리에서는 2009년 신년기획으로 “강충민의 제주 맛 집”을 연재합니다. 종이신문의 지면한계에서 벗어난 제주의소리의 강점인 좀 더 심층적이고 다양한 사진을 동시에 곁들여 제주도민뿐 아니라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아울러 주위에 소개하고 싶은 음식점이 있다면 제주의소리 편집국이나 강충민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시기 바랍니다.

<제보 시 갖추어야 할 사항>
1.음식점 상호 2.주 메뉴 및 특징 3.위치및 연락처
(취재계획이 확정되더라도 평가시에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지면 기사화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주의소리 편집국 담당 안현준PD : 010-2936-3608 taravi@naver.com
강충민기자 : 017-690-4791  som0189@naver.com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불현듯 외롭다는 생각이 물밀듯이 밀려 올 때 어떻게 하는지.
혹은 오래된 친구와 만나 커가면서 조금씩 분실해 간 옛날 꿈들을 되새기고 싶을 땐 어디서 만나고 싶은지.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니다. 괜히 길게 얘기할 것 없이 편하고 맛있게 한 그릇 뚝딱 해결하고자 할 때 바로 생각나는 음식은?
그렇다. 단연코 다들 순대국밥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것도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재래시장 한 쪽에 쭉 늘어서 있는 식당에서 먹는 순대국밥이라면 왠지 더 맛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 것이다.

오늘 찾아가는 곳이 바로 50여 년 동안 한 결 같이 어머니의 정성으로 순대국밥을 말아내는 곳 제주시 동문시장에 위치한 광명식당이다.
마침 찾아가는 날 딱 맞춰서 비까지 보슬보슬 내려주신다. 
    

   
▲ 정성이 가득 들어간 순대국밥 ⓒ 제주의소리

여느 순대국밥과 다를 게 없다? 그러나...

광명식당의 순대국밥은 여느 곳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단순히 식탁과 의자를 놓은 실내 분위기에 김치, 깍두기와 마늘장아찌, 그리고 생 고추가 달랑 전부인 조촐한 찬까지...
하기야 순대국밥을 먹으면서 푸짐한 반찬과 우아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정말 번지수를 잘 못 찾는 거지만...

그런데도 광명식당의 순대국밥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중의 하나가 바로 진한 국물에 있다.
국물이 진하다는 얘기는 재료를 오래 끓였다는 것이다. 제주에서는 오래 끓이는 것을 “딸린다.”라고 한다. 이 딸린다는 표현에 맞게 이곳 순대국밥은 푹 곤 국물에 말아주니 진한 국물이 입에 착착 감긴다. 
    

   
▲ 펄펄 끓는 솥 ⓒ 제주의소리

이런 진한 국물의 비법은 의외로 단순한 곳에 있었다.
한 번 고기나 순대를 삶았던 국물에 다시 삶는 방법을 사용한다.
흡사 우리 어릴 적 집안에 큰 일이 있을 때 장작불에 돼지고기를 삶을 때 한 번 삶아낸 국물에 물만 보충하고 또 다른 고기를 삶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당연히 국물이 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곳 순대국밥의 국물은 오랜 시간 푹 딸린 것을 보여주듯 허옇지 않고 오히려 노란 색을 띈다.

그리고  천연조미료인 추자도 멸치액젓으로 간을 하여 자칫 진한국물이 주는 느끼함은 잡아내고 오히려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냈다.

이렇게 진한 국물에 정작 순대가 맛이 없다면 맥 빠지는 일일 터 이 집의 순대는 특별하다.
제주도 말로 “훌근 배설” 이라고 하는 큰창자로 순대를 담아 쫄깃함이 더하다.
    

   
▲ 순대국밥에 잘 어울리는 맛깔난 반찬들 ⓒ 제주의소리

창자를 뒤집어서 밀가루를 뿌려 여러 번  씻고 물로 헹구고 그 과정을 반복한다. 그러면 창자특유의 비린내가 없어진다.

넣는 재료가 궁금하여 살짝 물어보니 후덕한 인상의 이집 사장님 진순복여사는 그냥 다 알려주신다. 이따금씩 유명세를 치르는 식당에서는 자신들만의 비법이라며 알려주기를 꺼려한다는데...
    

   
▲ 속이 꽉찬 순대 ⓒ 제주의소리
신선한 돼지피에 찹쌀,양파,메밀가루,대파,달래,부추,들깨가루,참기름,다진마늘,대파,깨소금을 넣고 거기에다 쫄깃함을 더하라고 내장과 고기까지 잘게 다져 넣어서 재료를 만든다.
여기에다 미리 준비해 둔 창자에 재료를 담아 일일이 손으로 순대를 담는다.
순대를 삶을 때도 따로 물을 받아서 하지 않고 고기를 삶았던 그 국물에 삶는다.

터지지 않게 불을 줄이고 순대가 알맞게 익어갈 즈음 이쑤시개로 톡 찔러보고 재료가 밖으로 배어나오지 않으면 그때 비로소 건진다.

그래서 지금도 순대를 담는 날은 긴장이 된단다. 30여 년 동안 순대를 담아 왔음에도...

그래서 일까 순대 하나를 입에 넣으니 창자특유의 비린내는 전혀 안 나고 찹쌀이 주는 쫄깃함과 갖은 재료가 한데 어우러져 감칠맛이 돈다.
초장도 내어 주는데 한 번 찍어 먹어 봤다. 소금에 찍었을 때와는 색다르게 의외로 맛이 어울린다. 아니  깔끔한 뒷맛이 나는 게 오히려 더 낫다.

저녁 즈음에는 순대와 머리고기를 한 접시에 내어 나오는 것이 많이 나간단다.
거기다 진한 국물은 서비스이고 순대, 머리고기를 반반씩 섞어 나오는 것이 만이천원이니
만 원짜리 두 장이면 친구와 소주 한 병씩 나눠 마시면 그래도 이천 원이 남겠다.
요즘말대로 순대국물은 무한리필이니 말이다. 내가 괜히 행복해진다. 
    

   
▲ 푸짐한 순대 한 접시와  매콤한 초장 ⓒ 제주의소리

가슴을 따뜻하게 해 주는 순대국밥 한 그릇

현재의 광명식당은 진순복여사의 시어머님때부터 하신 것이란다.
진여사가 이 일을 한지는 30여년이 넘었다. 시어머님때부터 이 집을 들렸다는 어떤 분은 아주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며 광명식당의 역사가 50년이 아닌 60년이라고 알려주고 가셨다고 한다.

하지만 진순복여사는 거기에 그닥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앞으로 10년을 더하면 60년이고 또 10년을 더하면 70년이라고 크게 웃으며 말하는데 참으로 간단하면서도 정답이다.
그러고 보니 진여사를 꼭 닮은 청년이 주방에서 같이 일을 하고 있다.
아들이란다. 이제 광명식당이 3대째로 넘어가는 과정이다.

모든 게 암울한 과거로 다시 돌아가는 울분이 솟구치는 이 시대 순대국밥 한 그릇으로 허한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보자.
따뜻하게 데워진 가슴으로 돌아오는 길 동문시장에 들러 장바구니도 같이 채워오자.
그러면 작은 것에서부터 더불어 같이 사는 행복을 느낄 것이다. 
    

   
▲ 광명식당과 진순복 여사 ⓒ 제주의소리

<광명식당 안내>
위    치 : 제주시 동문시장내
영업시간 : 오전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전화번호 : 064-757-1872
주차시설 : 식당 바로 옆 동문시장 주차장 30분까지 무료, 초과 시 식당에서 주차권배부
카드결재 : 안 됨
차 림 표 : 순대국수 3,500원, 순대국밥 4,500원, 순대백반 5,000원, 내장백반 5,000원, 찹쌀순대 12,000원

▲ 약도

   

강충민기자는 아들 원재와 딸 지운이를 둔 평범한 아빠입니다.

사소한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글을 쓰고 있으며 차별 없는 사회, 다양성이 존중받는 세상을 꿈꿉니다.

현재 제주몰여행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제주참여환경연대 출판미디어사업단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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