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왕산 참사 이어 13일 제주 들불축제 '강풍'으로 행사장 초토화…액막이 행사 '액땜'?

정월대보름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들불축제가 수난이다. 최근 경남 창녕군 화왕산 억새태우기 축제가 산불로 번지면서 대형참사가 발생했고, 경기도 하남시가 최근 '2009년 정월대보름맞이 들불축제'를 하면서 수도권 최대 철새 도래지인 '미사리 억새밭' 15만㎡를 불태워 없앤 것이 드러나 여론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제주에서는 강풍으로 들불축제 행사장이 '초토화' 되고 프로그램 일부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 지난 12일 '2009 제주정월대보름 들불축제'가 화려한 개막을 알렸다. 이날 자정 이후 기상악화로 행사장을 비롯한 제주지방에는 순간 최대풍속 26m를 기록하며 강풍 피해가 잇달았다.  ⓒ제주의소리
지난 12일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소재 새별오름에서 개막한 '2009 제주정월대보름 들불축제'는 12일 밤과 13일 새벽에 제주북부에 몰아닥친 강풍으로 행사장 천막 40여동이 훼손되는 등 프로그램 진행이 어려워 13일 진행할 예정이던 12개 프로그램 가운데 3개 프로그램은 전면 취소됐고 나머지 9개 프로그램은 14일 프로그램과 병행 진행될 예정이다.

12일과 13일 사이 제주북부지역은 한때 초속 22m의 강풍이 몰아쳐 강풍경보가 발령되는 등 들불축제 프로그램의 정상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한 제주시는 13일 오전 파손된 일부 천막을 철거하고 축제 이틀째 프로그램을 전면 취소한다고 밝혔다.

▲ 13일 강풍으로 인해 제주정월대보름 들불축제 행사장인 새별오름에 설치된 천막 40여동이 완전히 파손됐다. 초토화된 들불축제행사장.  ⓒ제주의소리
하지만 14일에는 강풍이 잦아들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오름 불놓기 등의 프로그램을 예정대로 진행함과 동시에 13일 취소된 일부 프로그램도 병행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제주시는 들불축제에 앞서 발생한 경남 창녕군 화왕산 참사를 계기로 진화 인력을 예전 100명에서 250명으로 확대 배치하고 소방차 7개를 비롯한 진화차량 15대, 등짐펌프 220개, 개인 진화장비 등을 화재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했으나 강풍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제주시 관계자는 "새별오름과 화왕산의 지형적 형태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만약의 화재에 대한 대비에 철저를 기했지만 강풍에 의한 운영 차질은 불가피하게 됐다"며 "오늘(13일)은 강풍으로 파손된 천막을 철거, 보수하는 등 행사장 정리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일(14일)은 바람도 잦아든다고 하니 오름 불놓기 등 프로그램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며 "오늘 취소된 프로그램 대부분은 내일 프로그램과 함께 진행할 예정이니 많은 도민과 관광객이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다"고 덧붙였다.

▲ 제주시는 13일 축제 프로그램을 일부 14일로 연기하거나 전면 취소했다. ⓒ제주의소리
한편 일부에서는 "화왕산과 지형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제주들불축제도 화재발생 등의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제주정월대보름 들불축제는 정월대보름을 맞아 한 해의 무사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지난 1997년부터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소재 새별오름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전국에서 가장 큰 불놓기 행사로 꼽히고 있다.

특히 축제의 절정인 오름 불놓기 행사가 진행될 때에는 도민과 관광객 등 3만~4만명에 이르는 인파가 행사장을 찾고 있어 제주시는 화재를 비롯한 사고에 대비해 만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제주시는 지난해에도 강풍으로 오름 불놓기 행사를 한차례 연기한 바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이날 오후 1시 현재 제주북부지역에 강풍경보를 발효, 밤에는 곳에 따라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강수량은 5~10mm, 강수확률은 70%이다.

내일(14일)은 오전에 구름 많고 바람이 다소 강하게 불며 오후에는 차츰 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주의소리>

<양미순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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