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의 이동권리 관점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를 허용하자는 찬성 입장과 정반대로 불허해야 한다는 반대 입장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상태로 40여 년간 대치하고 있다. 이처럼 40여 년의 기간이 경과되었지만 찬성 및 반대 입장의 핵심논리는 거의 변화지 않은 채 유지되어 왔다.
 
케이블카 설치를 찬성하는 핵심논리인 경제적 파급효과 및 반대편의 핵심논리인 환경보전의 관점은 지난 1960년대 제시된 이래 현 시점인 2009년도에도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 40여년의 시간이 경과되면서 각자의 논리를 구체화하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검증할 수 있는 기법이 정교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찬성 및 반대편 논리의 기반은 과학보다는 감성에 치워져 있다.
 
찬성 및 반대논리의 설득력 강화가 가능한 과학기법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양측 모두 구체적인 자료개발은 기피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개발이 행동화되지 않는 이면에는 외부 전문집단에게 의뢰한 설득논리의 결과물에 대해 상대편에서 인정하지 않는 풍토가 만연해진 탓일 수 있다.
 
즉, 가치중립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과학기법이 찬성 입장에서 의뢰하면 찬성증거는 강화하고 반대논리는 과소평가하고, 역으로 반대 입장에서 의뢰하면 찬성논리가 평가절하 되었을 것이라고 상대방의 결과물을 상호 불신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황을 감안하면 양편 모두 여론의 감정적인 면에 호소하는 방식이 설득력이 높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를 둘러싸고 찬성과 반대편 핵심논리의 구체성이 결여되면서 한 치 양보가 없는 대치구조가 지속되어 왔다. 이러한 대치구조에서 무게중심의 추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방안은 새로운 주변논리를 개발하여 여론에 호소하는 것이다.
 
구체성이 결여된 경제적 효과와 환경보전의 논리를 내세운 찬성과 반대 입장에 대해 양비론적 태도를 견지한 지역여론의 향방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측에 호의적인 태도를 표명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장애인의 이동권리를 내세운 찬성 측의 새로운 주변논리는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 낼 잠재력이 높다.
 
대한민국의 최고봉(最高峰)이자 국내 최초의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한라산에 신체 건강한 사람뿐만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등반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는 사회적 형평성의 관점에서 설득력이 충분하다. 그러나 찬성 입장에서 제시한 장애인 이동권리가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를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전락되지 않으려면 유사한 사례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즉,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성산일출봉의 정상에도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교통수단의 개발이 병행되지 않은 채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로만 논의를 제한하면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제주의 대표적인 상징인 한라산을 방문하지 않은 제주관광은 의미가 퇴색되는 관계로 장애인의 접근성을 향상시켜 줄 방안을 모색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런 점에서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이전에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이동수단의 편리성을 개선하는 방안이 선행되어야 한다.
 
즉, 장애인의 독립적인 제주관광이 가능해지도록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관점에서 관광지의 개보수가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이동권의 관점에서 렌터카와 관광전세버스에 대한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장애인 운전이 가능한 렌터카의 충분한 확보 및 휠체어 또는 목발로도 탑승이 가능하도록 관광전세버스의 개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일상거주지에서 자가운전으로 이동하는 장애인으로서는 렌터카로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여타 관광객처럼 장애인용 렌터카를 운전하면서 관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관광전세버스의 개보수가 현실적으로 비효율적이라면 장애인전용 저상버스를 도입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제주도에서 이용 가능한 장애인용 렌터카 비중은 극히 미미한 상황에서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의 당위성을 위해 장애인 이동권리를 내세우는 건 전후관계가 역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한라산 케이블카 찬성 측에서는 우선 장애인 이동수단의 선택범위를 확대한 후 찬성의 주변논리로 장애인 이동권리를 내세우는 것이 윤리적이다. 반대 측에서는 구체성이 결여된 환경보전이라는 논리 이외에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주변논리 개발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제주의소리>

<문성민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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