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 '의정보고회'…사회적약자와 소외계층을 위해 노력

   
해방과 한국전쟁으로 단절된 진보를 표방해 제3당으로 한국정치 사상 첫음으로 제도권 국회에 들어간 민주노동당. 민주노동당의 정치실험은 양당정치구조인 17대 국회에서 어느 정도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지만 다른 정당과 상당히 차별점을 보이고 있다.

파업투쟁의 현장에서부터 민생입법에 이르기까지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은 17대 국회 개원 7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발벗고 뛰고 있다.

그 성과가 작년 말 처음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제주출신 현애자 의원이 입법 발의한 '장애인이동권보장법률'이 바로 그것.

'부실 도시락 파동'으로 전국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현애자 의원이 진상 조사차 제주를 찾았다. 또한 바쁜 와중에도 도내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첫 의정보고회도 가졌다.

현애자 의원의 의정보고서는 제목부터 심상치않다. '땅의 마음으로 국회농사 기름지게'가 제목이다. 농민몫으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된 것 때문일까.

   
현애자 의원은 "지난 7개월 동안 민주노동당의 정책.민생정당으로서 국민에게 많은 약속을 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하지만 양당 중심의 정치구조 때문에 현실의 벽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현 의원은 민주노동당이 발의한 60여개의 법안 중 '장애인이동보장에 관한 법률'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법' '국민연금법  개정법' '연금개혁위원회설치 및 운영등에 관한 법' '국민연금기금운용기구 설치법' 등 5개의 법안을 국회에 대표 발의했다.

그 중 '장애인이동보장에 관한 법률'이 처음으로 실현된 것에 대해 현 의원은 "장애인단체의 끈질기고 치열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자신을 낮추며 "이 법으로 우리 사회의 약자와 소외계층의 권리보장을 위한 제대로 된 법안이 됐다"고 강조했다.

나의 동료, 현애자

처음에는 낯설었습니다.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실 맞은 편에 서로 앉아 어떤 때는 하루에도 몇시간씩 눈을 마주대야 하는 사이였지만 유난히 반짝이는 눈빛조차도 부담스러웠습니다.
혹시 뭐라도 꼬집으려 들지 않을까, 저 이가 내 거울이 되면 어떡하나...

우리는 장애인이동보장법안을 계기로 비로소 말문을 트게 됐습니다. 때로는 저 이도 나와 똑같은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안도하고, 때로는 저 이가 저래서 약하고 서러운 사람들의 편이구나 하는 생각에 얼굴 한번 다시 훔쳐보면서 우리는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6개월이 더 지났습니다. 그동안 남모르게 눈물도 많이 흘리시고, 발도 많이 구르셨을 것입니다. 제가 하나 확신하게 된 게 있답니다. 당신의 그 반짝이는 눈빛보다 당신의 가슴은 더 반짝이고 따뜻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당신의 열정과 끈기가 저에게도 열심히 일할 투지와 의욕을 가져다줍니다. 그래, 우리 한번 해봅시다. 서로 생각도 다르고, 방법도 다르지만 누가 더 잘할지 경주해 봅시다.

현애자 의원님, 당신을 다른 곳도 아닌 국회에서 만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 장향숙 /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각 언론으로부터 '베스트 국감의원'으로 선정되는 등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바 있는 현 의원은 "정책국감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했다"며 "하지만 워낙 다양하고 전문적인 분야가 많아 업무파악이나 질의 준비가 모자란 점도 많았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한참 진행되는 도중 현 의원의 남편인 이태권 전농도연맹 의장이 들어왔다. 사진을 찍기 위한 포즈를 잡아달라고 해서 부부 사진도 한컷 찍었다.

현 의원은 집안문제에 대해 "막내 딸인 자연이(6살) 때문에 걱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엄마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서 신문스크랩을 할 정도"라며 "남편도 새로운 생활에 대해 처음에는 적응이 안됐지만 이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현 의원은 현재 서귀포시에 사무실을 낼 계획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많은 오해를 받기도 한단다.

"그동안 너무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제주도민들이 기대하고 바라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제주지역의 민생문제와 현안을 들어보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 사무실을 2월말 경에 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터뷰를 서둘러 마친 현 의원은 여성농민회 정기총회와 시민사회단체를 대상으로 '의정보고회'를 가졌다.

- 제주도에는 언제 내려 왔나.
"최근 결식아동 도시락 파동 진상조사를 위해 13일 내려왔다"

-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된 지 7개월이 지나고 있다.  성과와 한계점에 대해 말해달라

"민주노동당은 국민들에게 정책.민생정당을 약속한 바 있다. 구체적인 입법활동이나 정책반영 활동에서 최선 다하려고 했지만 국회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양당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현실정치의 벽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런 한계를 넘고, 민주노동당 10명의 의원들은 60여개의 민생.정치개혁 법안을 제출했다. 다른 당의 의원들의 유사한 법안들하고는 질이 다르다. 개혁.민생법안 보다 반개혁적인 법안이 국회에서 상당히 많이 통과됐다. 정말 제대로된 법안들을 만들고 통과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 현 의원이 대표발의한 장애인이동법안이 민주노동당 법안 중 유일하게 통과됐다.
"이동법은 하나의 모범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법안이 가능했던 것은 장애인단체의 끈질기고 치열한 요구활동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국회안에서는 장애인이동법안 초당적 모임을 만들었다. 막연하게 서명해준 의원도 많았지만 어쨌든 60여명 이 참석했다. 그런 모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이 법안의 통과로 장애인들에게 큰 의미.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소외계층에 대해 권리보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 사무실을 낸다는 소식이 있는데.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나서 보건복지위 의원으로서 전체 국민의 보건복지 향상 문제에 매달리다 보니 제주지역 도민들이 기대하고 바라는 일을 하지 못했다. 그런 것들을 최소한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또한 제주도에 대한 정책대안이 필요하다"

- 사무실을 언제 설치할 계획인가, 혹시 2008년 지역구를 노리는 것 아닌가.

2월달 안에 서귀포시에 마련할 계획이다. 당연히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것 때문에 서울에서도 의심스런 눈초리(?)로 바라본다. 하지만  전혀 그런 생각하지 안했다. 도민의 기대와 바램, 의원으로서 최소한 할수 있는일 찾아야 한다는, 도의적인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서다. 내가 욕심을 부린다면 당장 당원소환이 들어온다. 이번 사무실 개소는 민주노동당 제주도당의 외연을 확대하고 2008년 확실히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다. 제주도 당원들과 함께 진보정치를 위한 발판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생각해 달라"

- 의정보고회를 하는데, 어떻게 진행하나
"의정보고를 제주지역에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저는 여성농민 대표이기 때문에 전국여성농민회에서 먼저 활동보고를 했다. 그동안 도민들의 지지와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활동보고가 당연하다는 생각에서 하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와 지역의 자생단체, 기관단체장 등 최대한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할려고 한다. 불러주시는데 있으면 3~4차례할 계획이다"

- 국정감사에서 언론의 집중 주목을 받았는데.
"예전 국감은 크게 부정이나 비리나 폭로해 내는 것을, 잘하는 의원으로 평가받았다. 물론 그런 것을 찾아내야 하지만 지금은 국정감사의 본래 의미인 행정부처에서 정책잘못, 제도개선 등을 찾아내서 정부가 사업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정책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국정감사에서 기본적으로 그런 입장 견지했다고 판단한다. 보건복지위는 다양한 분야와 영역, 전문적 부분이 많다. 작년에 해보니까 몇 달전부터 꾸준히 준비했지만 피감기관의 이해와 업무파악 부족해 충분한 질의 준비를 못한 점 있었다. 또한 국감에 대한 개선도 있어야 한다"

 - 집안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다. 지역문제가 겹칠 때 한달에 2~3번 내려오고 그때마다 집에 들린다. 막내딸인 자연이(6살)가 아주 많이 컸다. 엄마없이 식구들하고 지내는 것이 이제는 익숙하다. 오히려 신문에서 내가 나온 것을 오려서 보여줄 정도다.엄마가 뭘하는지 느낌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남편도 오히려 새로운 생활에 대해 좋아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물론 언제면 4년이 끝날까.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도 있는 것 같다"

- 앞으로도 임기가 3년 이상 남았다. 확실히 해야 할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 .
"우리나라의 빈곤문제가 아주 심각하다. 통계에 따르면 4500만중 10%가 빈곤층에 속한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 빈곤층에 최저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법을 제대로 제정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우리나라는 고령화사회에 들어섰다. 전체 국민의 노후생활보장을 위해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의 국민연금법은 비합리적 내용이 많고, 사각지대도 상당히 많다. 국민연금을 제대로 개혁할 수 있는 관련법을 만들겠다. 기초연금제도 도입할 것이다. 그 외에 사회적약자. 소외계층. 장애인 문제, 여성복지, 아동복지. 복지 취약지역인 농어촌복지 등 골고루 세심하게 입법활동과 정책 방안을 마련해 어려운 분들이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

- 제주도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부터 연구하고 정책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당이 정책대안을 갖고 책임질 수 있는 모습으로 바뀔 수 있도록 제주지역의 현안이나 발전을 위한 정책들을 시민사회단체,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하고 개발해 나가겠다. 그리고  자치단체가 도움을 요청하면 그에 대해 일정부분 도울 수는 있어도 기본적으로 국회의원이 권력이나 권한을 갖고 지방자치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무책임하게 자치행정에 관여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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